시민사회단체, 새 의료급여제도 헌법소원 제기
시민사회단체, 새 의료급여제도 헌법소원 제기
본인부담금 납부 및 선택병의원제 지정 전면 거부
  • 임호섭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7.07.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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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새 의료급여제도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반대 입장을 밝혀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1일부터 시행된 의료급여 제도를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또 의료급여 수급 당사자인 이충구씨 등은 "개악된 의료급여제도가 가난한 이들의 의료 이용 권리를 침해할 뿐아니라,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건강보험 가입자와 차별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변경된 의료급여제도가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누려야할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제도 시행에 거부하는 뜻으로 본인부담금 납부나 선택병의원제 지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사무국장은 “정부는 의료급여 재정 줄이기에 급급하고 의료계는 진료 수입 감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취약계층을 차별하지 않고 건강권을 확보해줄 수 있도록 의료급여 대책을 처음부터 재검토하지 않으면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따른 피해 사례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인권침해적이며 차별적인 이 제도에 대한 저항을 보다 폭넓게 조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2일 기자회견문 전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권을 박탈하는 정부의 차별적 정책을 규탄하며 우리는 제도 시행 거부 투쟁에 돌입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본인부담금제와 선택병의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의료급여법이 2007년 7월 1일 시행되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말 파스제제를 급여 대상에서 실질적으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바 있다. 건강보험 대상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처방받을 수 있는 파스 처방을 제한한 것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 행위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조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인 1종 수급권자에게 최소한의 의료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법정 본인부담금 면제 제도는 이제 역사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도 의료기관 방문시 1500원에서 2500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건강생활유지비라는 명목하에 가상계좌로 지급되는 매월 6000원이라는 돈은 다양한 질병을 가진 수급권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단지 매월 2-3회만 의료기관을 이용하라는 협박일 뿐이다. 평균적인 소득수준의 건강보험 대상자가 의료기관 이용시 부담하는 3~5천원에 비해 월 30여만원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부담해야 하는 1-2천원은 커다란 경제적 장벽이다. 더욱이 예측할 수 없는 응급 상황과 같은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이용시에도 동일한 본인부담을 내도록 규정하여 응급 의료서비스마저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중증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의료장비인 CT, MRI 촬영시에는 5%를 추가 부담하도록 하여 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선택병의원제는 사실상 ‘강제지정’ 병의원제나 다름없다. 보건복지부는 선택병의원제가 중복투약의 가능성이 높은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때문에 수급권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선택병의원제는 규정된 의료급여 일수를 초과하는 수급권자(희귀난치성 질환, 11개 고시질환자 455일 초과, 기타질환의 경우 545일 초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의료급여일수 초과현상은 불필요하게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함으로써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복합질환으로 인해 여러 진료과에서 투약을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선택병의원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강제지정된 병의원 외의 진료는 의뢰서 없이는 절대 받을 수 없도록 한 점이다. 예로, 만성질환자가 안과나 피부과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택 병의원에서 발행한 의뢰서를 지참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진료비용의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전국민의료제도가 시행되는 국가 중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악법을 시행하는 곳은 없다.

우리는 위와 같은 개정된 의료급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수차례에 걸쳐 비판을 한 바 있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시정조치하라고 권고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비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간 여러 자리와 통로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었으나 모두 다 묵살당했다. 이에 우리의 선택은 별로 남은 것이 없다. 그것은 이 제도에 대한 전면적 거부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제도에 대한 헌법 소원을 진행한다. 이 제도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이러한 차별은 모든 국민이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누려야 할 의료에 대한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제도를 헌법재판소에 회부함과 동시에 이 제도에 대한 실질적 거부 투쟁에 돌입한다. 우리는 이 제도가 강제하는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이 제도가 강제하는 병의원 지정을 거부할 것이다. 이는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 될지 모르나, 오히려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제도의 효과도 불분명한 차별적 제도를 강행하는 정부에 대항해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항할 것이다. 정부가 가난한 이들의 건강할 권리를 빼앗는 데 앞장선다면, 우리는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무효화시키는 다양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실패할 것이 뻔한 인권 차별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2007년7월2일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숙인당사자모임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민주노동당 빈곤사회연대 빈곤문제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의료계도 이해관계에 따라 거센 반발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도 새 의료급여제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29일 "정부가 새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도입하는 공인인증제는 병·의원을 통해 의료급여 대상자의 진료 내역을 확인하고 의료급여 환자들의 가상계좌에 있는 건강생활유지비의 지출을 파악하려고 마련한 제도"라며 "이 제도는 빈곤층의 의료 이용을 막고 의사와 환자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또 "정부가 공인인증제를 통해 의료급여 자격 관리와 수급권자의 본인부담금 관리를 일선 병·의원에 떠넘기려한다"며 회원들에게 의료기관 공인인증을 받지 말도록하고 의료급여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일부 병·의원들에 대해선 이를 즉각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박경철 의협 대변인은 “취약계층의 건강을 더 챙겨야 할 정부가 재정 절감을 이유로 이들의 건강권을 위축시키는 것은 잘못됐다”며 “앞으로 위헌소송 등과 함께 제도의 부당성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새 의료급여제도는 본인부담금 부담을 저소득층에게 지워 저소득층의 한방 진료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한의원의 본인부담금제도 및 선택 병·의원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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