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장증후군은 식사나 가벼운 스트레스 후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고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장애 증상을 가져오는 만성적이고 고약한 질환이다. 때문에 갑작스런 증상으로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이 질환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고유의 지식 체계를 바탕으로 경험을 통해 누적된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한의학의 과민성장증후군의 치료법에 대하여 알아보자,
과민성장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설사 또는 설사와 변비의 교대, 복통과 함께 나타나는 변비 등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배에 가스가 많이 차거나 배가 그득한 느낌이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다양한 증상을 자세히 살펴서 각각의 특징적인 병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유형에 따라 전신 상태와 체질적 소인 등을 종합하여 맞춤 치료를 하게 된다.
①첫째 유형은 칠정(七情)이라는 정신적 요인이 장의 리듬에 영향을 미쳐서 잦은 설사와 배에 가스가 많이 차는 타입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장을 치료하기 이전에 마음을 조절한다는 측면의 치료법을 적용한다.
②둘째는 대장을 위주로 비위(脾胃)기능이 약하여 발생한 경우로서 비위를 비롯한 내부 장기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약제를 활용하게 된다.
③셋째는 대장에 찬 기운이 정체되어 발생하는 경우로서 장을 따듯하게 하여 정상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④넷째 변비가 발생하고 배가 아픈 것이 주요 증상인 경우로 이는 기운이 울체되어 발생하게 되므로 울결된 기운을 풀어주고 대장의 전도기능을 향상시켜주어 치료를 도모한다.
몇 년 전 오랫동안 잦은 설사로 고생하다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았던 한 젊은 남자의 예를 들어 보자. 평소에 대변이 무른 편으로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설사를 자주 한다고 호소하였다. 더불어 머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하며, 입맛이 없고, 종종 메스꺼운 전신 증상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신경을 조금만 쓰면 설사가 심해지고, 급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시험기간만 되면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 종합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비롯한 몇 가지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과민성장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 경우는 한의학 고유의 진단체계에 따라 비허기울(脾虛氣鬱)의 유형으로 진단하였다. 위에서 설명한 몇 가지 유형 가운데 두 가지가 혼합되어 발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즉, 음식의 소화 흡수 및 전달 등을 아우르는 소화기능계가 약하여 대장의 리듬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스트레스와 같은 정서적인 자극이 기운의 울체를 유발하여 발생한 양상인 것이다. 먼저 치료에 앞서 기본적인 음식조절과 생활 관리에 대한 주의를 주었다.
그 요지는 평소 자신에게 맞지 않던 음식(주로 찬 음식, 기름진 음식, 콩류와 같은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을 당분간 줄일 것을 당부하였고 스트레스를 풀고 신체의 활력을 위하여 적절한 활동(어떤 종류이건 규칙적으로 할 수 있고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지켜나가는 것이었다.
당연히 치료는 한약을 위주로 가능한 침 치료를 병행하였다. 주로 인삼, 백출, 복령 등을 이용하여 비위기능을 향상시켜주고 설사의 습기를 제거하며, 백작약, 향부자, 오약 등을 이용하여 울결된 기운을 풀어주는 치료를 8주 정도 시행하였다.
더불어 침 치료는 장관의 운동기능을 조절하기 위한 족삼리혈(무릎 관절 뒤쪽 움푹 들어간 곳에서 손 네마디 정도 내려간 부위), 태충혈(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 사이에서 발등 쪽으로 약 2cm 정도 올라온 부위) 등의 혈자리를 위주로 저주파의 전기침을 병용하였다.
치료 초기부터 조금씩 증상의 호전을 보여 설사의 양상이 줄어들었고, 치료 기간 말미에는 몸의 피로도 많이 해소되어 공부에 집중력도 좋아졌고, 무엇보다도 시험과 같은 긴장된 시기에 발생하는 급박한 설사가 없어 진 점에 대단히 만족스러워 했다. 음식의 조절은 장기적 안목에서 증상이 줄어든 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하였다. 그 후 매년 대장을 포함한 전신기능을 보강해주는 2주 정도 분량의 약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여 치료를 공고히 하며 건강한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점점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기능성 질환의 경우는 증상과 더불어 전신 상태를 함께 조절하는 한방치료가 병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이 될 수 있겠다. <경희의료원 한방3내과(위장·소화기내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