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잘못된 제도 문제를 의사 부도덕함으로 오도하지 말라
<성명>잘못된 제도 문제를 의사 부도덕함으로 오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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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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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지난 4월 14일에 방영된 PD 수첩 809회 ‘억울한 병원비, 두 번 우는 환자들’를 통해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로 인한 문제를 의사 개인의 부도덕한 양심문제로 잘못 보도함으로써 의사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PD 수첩’의 비판적 기능을 소중히 생각해 왔던 젊은 의사들마저도 지난 방송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나타내고 있는 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젊은 의사들을 대표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PD수첩은 문제의 방송을 통해 종합병원의 임의비급여를 문제 삼으며, 임의비급여가 마치 부도덕한 의사들 때문에 생긴 것처럼 방송을 마쳤다. 하지만 임의비급여는 의사들 개인의 양심에 맡겨둘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병원의 진료를 평가한 후 “적정 진료”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삭감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종합병원들은 상습적으로 삭감당하는 일부 진료항목을 환자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공단에 청구하지 않는다. 방송 첫 사례에 나온 백혈병 환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 사례로 나온 화염상모반 환자의 경우 또한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생긴 문제로, 방송을 본 일반인들은 병원이 1회 진료비 100만원 중 원래 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 98만원을 환자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킨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병원이 레이저 치료를 했을 때 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은 98만원이 아니라, 최대 6만원에 불과 한다. 이 치료에 사용되는 레이저장비의 비용은 1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보험공단에 청구해서는, 진료행위에 대한 기술료를 받기는커녕 장비의 감가삼각비를 충당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렇듯 임의비급여의 핵심에는 "적정 진료” 수준과 "적정 수가" 라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방송 첫 사례에 나온 백혈병 환자의 경우와 동일한 내용으로 발생한 2006년도 백혈병 환자 사망 사건을 통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임의비급여가 현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했음을 시인하고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렇게 정부에서조차 임의비급여가 생각난 것은 현 의료정책의 잘못된 제도가 본질적 문제였음을 인정한 상황에서도 이를 의사 개인의 양심문제로 오도한 것에 대해 본 회는 PD수첩이 방송 전 충분한 사전조사와 현 의료정책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방송에서는 미국의 사례가 잘못 인용되었다. 방송에서 허위/과다청구에 대한 선진적인 감시체계의 예로 미국이 '건강보험 진료 청구 부정 남용 방지법'을 제정하여, 보건부, 법무부가 FBI와 함께 진료비 부당청구 대항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는 현재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체계 하에서는 도입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의료보험으로 민간의료보험회사는 환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의사에게 지불하는 진료비를 뺀 나머지를 수익으로 운영되므로 당연히 민간보험회사들은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사사건건 간섭하여 진료비를 삭감하거나, 진료 자체를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싶어 한다.

결국 미국에서 부당 청구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계가 작동할 수 있는 동기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이윤추구인 것이다. 그렇다면 PD 수첩은 민간보험회사의 힘을 빌려서라도 의사들의 진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옳다는 것인지 반문하는 바이다.

또한 PD 수첩은 심평원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전국 47개 전문종합요양기관들이 모두 허위과다 청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일산병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산병원은 어느 정도의 진료 수준을 유지하고 얼마만큼 수가를 받아야 병원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세웠으나, 일산병원 역시 선택진료의사제도나 임의비급여 문제 등 다른 종합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스스로 현재의 건강보험체계가 병원을 운영하는데 부적합함을 증명하는 꼴로 자신도 스스로 정한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 하면서 다른 종합병원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명품 탐사 프로그램”을 자처하며 심층취재를 본연의 임무로 내세우는 PD수첩으로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핵심인 "적정 진료“ 수준과 "적정 수가" 문제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핵심으로 접근했어야 옳다.

하지만, PD 수첩은 문제의 방송에서 구조적 문제인 임의비급여를 의사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로 오도하였다.

보건의료 문제를 의사들의 부도덕한 양심의 문제로 몰고 가는 여론 몰이는 지금까지 정부와 언론들이 답습해왔던 잘못된 방법이다.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보건의료의 이해당사자는 의사-환자 양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막강한 제3자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구조적 문제들은 제3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관되어 있는데, 언론은 이 부분은 뒤로 숨겨둔 채 환자와 의사가 대립하는 구도로 몰고 가 환자-의사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PD 수첩 역시 이번 보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마치 이 문제와 상관없이 환자들의 고충을 처리해주는 기관처럼 묘사했다. 이처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구조적 문제를 의사들의 부도덕함으로 몰고 가서는 문제 해결은커녕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뿐이다.

우리 젊은 의사들은 방송진행자가 클로징 멘트에서 인용한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라는 헬싱키 선언에 따라 교과서적 진료를 그 누구보다도 원하고 있다. 더 이상 환자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MBC PD 수첩이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 몰이를 그만두고, 진정한 심층취재를 통해 건강보험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보여주는 올바른 방송으로 거듭나길 요구하는 바이다.

2009년 4월 21일 대한전공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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