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도매상에 대한 마진율 인하로 촉발된 쥴릭파마(이하 쥴릭)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쥴릭은 다국적 의약품 도매상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17개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오리지널의약품을 독점공급하고 있는, 국내 도매업계 말을 빌자면 '오만방자하고 괘씸하며 박힌돌을 반쯤 빼낸 뻔뻔한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이 거대 도매상은 그간의 우월적 지위도 부족해 이제는 내놓고 횡포를 부리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국내 도매업계의 주장이다.
도매업계와 약사회 등에 따르면 쥴릭은 그동안 거래관계를 맺었던 국내 도매업체들에게 지난 1일부터 기존 계약조건보다 더욱 열악한 조건을 제시, 그렇지 않아도 저(低)마진에 허덕이는 영세업체들의 경영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쥴릭은 지난달 30일 도매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판매량 15억원 이상 1.5%, 10억원 이상 1.0%, 5억원 이상 0.5% 였던 마진율을 각각 1%, 0.5%, 0.25%로 인하하기로 하고 도매업체들에 이를 통보했다. 이같은 마진율 인하는 지난해에도 그 전에도 있었다.
쥴릭의 횡포는 무엇보다 17개 다국적 제약사의 공이 크다. 이들 제약사의 약을 독점 공급해온 까닭에 배짱영업이 가능했던 것.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공급받기 위해 불평등한 계약인 줄 알면서도 (쥴릭과) 눈물을 머금고 할 수밖에 없었다. 쥴릭이 배를 불리는 동안 우리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울어야했다. 쥴릭은 피도 눈물도 없는 괘씸하고 뻔뻔한 기업이다."
국내 도매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비탄을 쏟아내고 있다.
쥴릭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시 약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쥴릭의 오만방자한 행태는 17개 다국적 제약사 책임"이라며 "쥴릭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국민건강권을 위협하게 되면 동일성분 대체조제에 들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 약사회가 대체조제를 운운하자 이번에는 병원계가 나섰다.
대한병원협회는 7일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고 쥴릭과 도매업계간 갈등으로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환자 보호 차원에서 원내 조제 및 이들 17개 제약사 제품의 동일 성분으로 대체 처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사회와 병원계가 국민 건강권 수호를 명분으로 쥴릭을 압박하고 있지만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의약계의 분석이다.
바로 약사회가 들고 나온 대체조제다.
깜짝놀란 의사협회는 7일 낸 성명에서 "쥴릭 파문을 빌미로 약사단체가 의약품 공급이 안된다며 대체조제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의약품 공급 차질을 이유로 무분별한 대체조제를 확산시키려는 음모가 포착되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쥴릭의 횡포로 촉발된 거래 도매상에 대한 마진율 인하 문제가 의약계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셈이다.
약업계 관계자는 "굴러온 미꾸라지 새끼 한마리가 의약계를 온통 들쑤시고 있는 상황과 다름없다"며 혀를 찼다.
현재 쥴릭과 계약 관계에 있는 다국제약사는 다음과 같다.
△한국화이자 △한독약품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노바티스 △한국릴리 △한국MSD △한국BMS △머크 △산도스 △노보노디스크 △존슨앤존슨 △한국룬드벡 △이노벡스 △한국리베아 △슈와츠파마 △멘소래담 △신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