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의원, 기등재약 발언 파문 확산
박근혜 의원, 기등재약 발언 파문 확산
환자단체 공개서한 “제약회사 이윤추구 논리에 속지말라”
  • 신명희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8.10.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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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국내 특허가 남아있는 신약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박근혜 의원(한나라당 전 대표)의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8일 박근혜 의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제약회사의 이윤추구 논리에 속지 말라”고 촉구했다. 

서한은 “박근혜 의원이 주장한대로 국내 특허가 남아있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 목록정비를 보류할 경우, 우리 국민들은 A7 평균가라는 턱없이 높은 약가산정방식으로 등재된 약들을 계속 우리 건강보험재정을 들여서 사먹을 수 밖에 없다”며 “이것은 제약회사들이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주장해 오던 내용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한은 이어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어려움은 들리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고가약때문에 울고 있는) 혼자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느냐”며 “어렵지만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원님께 보내는 공개서한
 

안녕하세요, 의원님.

우리는 국민들의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활동하는 환자·인권·노동·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입니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저희가 이렇게 의원님께 서한을 보내는 것은 어제(10/7)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의원님께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와 관련하여 질의하신 내용에 대해 매우 놀라고 당황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의원님께서 질의하신 국내 신약 특허가 남아있는 약을 목록정비를 통해 약가인하 조치를 취한다면,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 의지를 꺾고 제너릭 생산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은 그간 제약회사들이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주장해 오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내용의 발언을 국민의 건강정책과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감장에서 듣게 되어 매우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국민건강보험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낸 보험료로 운영되며 누구나 아플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국민 모두의 자산입니다. 이러한 자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좀 더 많은 국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재정의 30%나 차지하는 약제비입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기 이전에 우리나라는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2배나 높은 선진 7개국(A7국가)의 평균약값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약값을 산정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약값을 지불해 왔습니다. 전세계 동일약값을 주장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는 우리나라 약값 산정기준이 높은 것을 이용해 외국에 한 두 국가에서 신약을 등재시켜 놓고 우리나라에 신약을 출시하여 높은 약값을 받아 왔습니다. 또한 복제약값도 오리지널 대비 80%로 높은 약값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2006년 정부에서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발표하고 의약품 선별등재방식도입과 신약의 약가협상을 제도화하였습니다. 이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도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한 일환으로 이제 시범평가를 마치고, 본평가가 진행될 예정에 있습니다. 그간 정부에서 추진해온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취지를 살려, 좀 더 싸고 효과가 좋은 약을 우리 국민들이 먹을 수 있다면 건강보험재정 안정에도 기여하고, 절감된 약제비로 더 많은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된다면 그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의약품에서 특허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여 20년 동안 제약회사의 독점판매를 보장해주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아주 훌륭한 제도입니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로 인해 그간 제약회사에서는 높은 독점가격을 유지해 왔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국내 특허가 남아있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 목록정비를 보류할 경우, 우리 국민들은 A7 평균가라는 턱없이 높은 약가산정방식으로 등재된 약들을 계속 우리 건강보험재정을 들어서 사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며, 우리 국민들의 비용대비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는 것입니다.

의원님,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의 어려움은 들리시는데 환자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으십니까? 제약회사의 이윤추구 논리에 속지 마십시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약회사에서 신약 하나를 개발하여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1-2년이후에 신약개발에 투여했던 R&D비용을 다 회수하고도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말하듯이 그들이 엄청나게 노력한 신약 역시 대부분은 공적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공적자금을 투여하여 개발한 후 제약회사에서 라이센스를 사들여 특허신청하여 독점생산·독점판매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신약개발과정에 들어간 수많은 세금과 노력은 모두 공공의 자산이지, 제약회사의 독점적인 권한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 단체들이 어제 다국적제약회사인 로슈사 앞에서 ‘국제공동행동’을 벌였습니다. 에이즈치료제인 ‘푸제온(Fuzeon)'이라는 약 때문입니다. 로슈사가 생산하는 푸제온은 우리나라에서 2004년 시판허가를 받고 건강보험에 등재되었습니다. 그러나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푸제온은 판매되고 있지 않습니다. 약값이 너무 낮다며 로슈에서 푸제온을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로슈와 복지부에 푸제온이 꼭 필요한 환자가 있으니 푸제온을 환자들에게 공급하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로슈는 자신들이 원하는 약값을 주기 전에는 공급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약의 공급을 책임질 방도가 없는 복지부는 속수무책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처럼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신약이 있어도 턱 없이 비싼 약값을 부르는 제약회사의 횡포에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님,

부디 국민의 편에 서주십시오. 약한 환자들의 편에 서주십시오.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국민들은 어려운 가계형편에 아파도 꾹 참고 병원이용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지만 매달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자산인 국민건강보험을 귀히 여겨주십시오. 어렵지만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

2008. 10. 8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건강권보장과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희망연대(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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