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이 채취한 조류 인플렌자 바이러스의 검사대상물을 사용해 백신을 개발하는 선진국과 그것을 불공정하다며 검사대상물 제공을 거부하는 개발도상국의 싸움이 계속돼 신형 백신 개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교토통신은 14일부터 제네바에서 시작되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도 이 문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신형 인플렌자 백신 개발 등의 대응이 늦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도상국이 검사대상물 제공을 꺼리는 것은 개발되는 백신이 고가로 책정돼 개발도상국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데다 선진국 제약회사만 이익을 얻는 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사대상물의 지적 재산권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WHO에는 각국의 검사대상물 제공으로 운용하는 ‘인플렌자 감시 네트워크’가 있다. 전세계 인플렌자 바이러스의 변이를 감시해 유행하는 형태를 예측, 백신의 추천 성분을 나타내는 일 등이 주 임무다. 검사 대상물 제공이 없으면 이러한 감시 체제도 약화할 우려가 있다.
논의의 발단은 조류 인플렌자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최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공을 거부한 것. 이런 주장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일본 등 선진국은 백신 제조, 비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생산 능력은 연간 최대 5억인 분에 지나지 않는다. 신형 인플렌자가 유행하면 수십억인 분이 필요하나 개발도상국에 공급되기는 어려워 대재앙을 면치 못한다.
WHO는 지난 3월 하순 자카르타에서 열린 전문가회의를 통해 베트남이나 태국을 포함한 6개국에 자금을 공여해 백신 제조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제약회사의 협력 등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인도네시아는 검사대상물의 제공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유보했다.
개발도상국에 백신이 공급되지 않으면 인플렌자 유행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WHO사무국의 카사이 켄 감염증 지역 자문관은 “선진국이나 제약회사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