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의사들은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의사들은 이과적인 글쓰기와 읽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 의사들이 많다. 특히 시는 의학 논문처럼 풀어쓰기가 아니라 함축적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시집을 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쓴 시를 모아 88편의 시집을 출간했다. 앞으로도 더 시집을 낼 생각이라고 한다. 시집 ‘어머니’를 출간한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욱 교수와 만나 의사로서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왔는데 왜 의대를 갔나.
“동시가 아닌 ‘시(詩)’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때 처음으로 느낀 감동은 그야말로 정서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에 담긴 그 가슴 시리도록 애잔하고 아련한 생각과 감정들은 사춘기 중학생이었던 내게 새로운 정신세계의 아름다움을 깨우쳐 주었다. 그때부터 시집을 사서 시를 읽고 읊고 때로는 쓰기도 하곤 했다.
그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문학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문학사, 문예사조 등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러나 시를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겠다는 생각도 별로 해보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에 장래 희망은 과학자(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 종사자)였고 고등학생 때는 의사로 더 좁혀졌다. 의대를 간 것은 전적으로 내가 결정한 것은 맞지만, 아마도 아버님이 의사셨고 어린 내 눈에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버님이 좋아 보였고 닮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는 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또 직업시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읽고 읊고 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 아버지나 가족에 대한 시들도 있다. 그 중 어머니가 가장 그리웠었나.
“어머니를 표제시로 내세운 것은 바로 이 시가 수줍음을 떨쳐내고 시집을 펴내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시였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가족이나 친지가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시를 읊곤 하는데, 이런 자리에서 때로는 내 자작시(自作詩)를 읊어 달라는 요청이 있곤 한다. 그런데 이 ‘어머니’를 읊었을 때 이를 듣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내가 쓴 시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을 받는 수준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고, 내가 시집을 펴내도 아무도 사 보지 않는 허접스러운 책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감히 시집을 출간하게 됐다.”
-. 시집에 인산시초 1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출간할 예정인가.
“이번에 처음 펴낸 시집에는 총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써 놓은 시는 훨씬 더 많다. 여기에 실린 시 88편은 한 권의 책에 싣기에 적당한 분량과 4부로 나뉜 주제에 알맞은 배열 등 책으로서의 외형적 완성도를 고려해 추린 것들이다.
물론 내가 쓴 시들 중에는 습작(習作) 수준이라서 공개하기에 부끄러운 것들도 있지만, 다음 기회에 출간할 시집에 꼭 싣고 싶은 작품들이 여럿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시를 써 나갈 것이다. 그래서 아마 두 번째 시집까지는 출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 다음은 독자들의 반응을 봐 가면서 결정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