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가
  • 공건영
  • admin@hkn24.com
  • 승인 2017.09.18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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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소위 문재인케어라 불리는 정부의 보험개편 방향에 대하여 말들이 많다.

지지자들은 좋은 제도라 하고, 환자들은 보장률을 올리고 몽땅 보험을 해준다 하니 좋다고 환호하고, 현 야당들과 그 지지자들은 퍼주기식, 생색내기식 제도라며 비난 일색이고 의료보험료가 상승할 것이라고 소리 지르고 있으며, 의료계는 이러다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며 걱정과 반대의 목청을 올리고 있다. 각각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맞는 소리 같다.

그런데 현 상황이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이 시작되고 민주 정부가 시작된 이후로, 지금까지 주구장천 겪어왔던 문제다.

적어도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야당이 여당 시절에, 여당은 야당 시절에 같은 이야기를 지금까지 주거니 받거니 해왔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국민은 언제나 혜택이 부족하다고 소리 질러 왔으며, 의료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은 보험료만 올린다고 난리 쳐왔다.

의사들은 언제나 저수가로 인한 손해를 주장해왔고 그 손해를 보상해주려고 국가는 비보험영역의 확장을 눈감아주었다.

왜 수십년 동안 같은 소리만 하고 있을까. 왜 같은 문제가 수십년 동안 해결은 커녕 더 악화만 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보험제도에 대하여 근본적인 고민과 토론이 없었고, 그 제도의 시작과 운용이 그저 정권에 유리한 방향이 되도록, 생색내기식으로 되어왔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때 의료보험제도를 시작하면서 없는 돈에 시작하려니 수가를 후려치고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의료보험의 영역과 대상이 확대됐지만 그 과정은, 흔히 말하는 포퓰리즘적인 방향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의료보험을 마치 복지혜택(국가가 해주는 그 무엇)을 받는 것으로 느끼게 되어, 언제나 부족하다고만 소리치고 있게 되었다.

더 웃긴 건 이 제도 속의 국민들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보장률이 낮다면서 보험혜택을 더 확장하라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의료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매우 싫어하여 월 1000원만 올라가도 아주 언론에서 게거품 물고 짖어댄다.

더 받으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 이건 도둑놈 심보와 다를 게 없다. 500원만 줄 테니까 3000원짜리 빵을 달라는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인구구조는 노령인구의 증가, 산업인구의 감소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현재의 출산율을 고려하면 그 역진 현상은 매우 심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보험의 문제는 더 커지면 커졌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뻔할 것이다.

몸이 아픈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적어지는 상황. 혜택을 더 많이 받으려 하면서, 비용은 부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이대로 직진할 것인가. 좌우회전, 또는 유턴이라도 해야지 그냥 이대로 계속 직진하는 것은 무리다. 문제점들을 적당히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건강보험은 분배의 문제다. 혜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서 강제로(?) 걷은 보험료를 모아서 그 재원을, 국민의 일부인 환자에게 분배하는 일을 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원칙을 기준으로 어느 만큼 분배할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현재 그러한 원칙이 사회적 합의(물론 모든 사회구성원이 합의할 수는 없다)하에 정해져 있나. 보장률을 올려야 한다? 도대체 보장률이 뭔가. 무엇을 보장해야 하나.

모든 질병을 다 보장할 것인지, 보장 가능한 질병을 한정할 것인지, 보장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보장할 것인지 등,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논의된 바가 없다. 논의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치료가 잘 안 되는 불치병(진행성 암, 희귀질환 등)의 치료에 더 많은 보장을 해 줄 것인지, 환자 수가 많고 흔하며 치료가 잘되는 경증질환(감기, 중증도 정도의 사고, 양성 질환 등)에 더 많은 보장을 해 줄 것이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예상수명이 5년이 안 되는 환자의 새로운 질병 치료에 더 많은 보장을 해 줄 것인지, 예상수명이 10년 이상인 환자의 새로운 질병에 더 많은 보장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하여 따져야 한다. 재발한 암환자의 비싼 신약에 보험재정을 더 쏟아 부을 것인지, 입원환자의 밥값에 돈을 더 많이 처박을 건지 고민은 해야 한다.

물론 모든 환자, 모든 질병에 대하여, 모든 치료비와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비용까지 다 보장해주면 좋다. 행복하다. 그런데 그 비용은 그냥 공짜가 아니다. 의사들의 단가를 후려쳐서 싸게만 하면 되나. 그런 식으로 싸게 후려친 의료수준으로 환자 및 보호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한 달에 100만원 버는 수입으로 1000만원 버는 사람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까. 단가를 싸게 해서 구색만 맞추면 될까. 1000만원 버는 사람이 200만원 저축하니 100만원 버는 사람은 20만원만 저축하면 괜찮을까. 500만원짜리 자동차를 샀으니 50만원짜리 자동차 사면 될까. 이건 말이 안 된다.

이제는 의료보험제도의 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의료보험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제한된 재원으로 최적의 효과를 이룰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다 새로 고쳐야 한다.

국민도 이제는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내 돈으로 타인의 병 치료해 주는 것이 의료보험이다. 내 돈으로 남 치료비 보태주고, 대신 내가 아프면 남의 돈 받아 치료하는 것이다. 더 받고 싶으면 더 줄 생각해야 하고, 주기 싫으면 더 받을 생각도 말아야 한다.

치료의 대가를 싸게 지급하고 싶다면 치료기술의 수준도 싸구려 수준이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고급 최신기술의 의료기술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비용을 지급할 각오를 해야 한다. 수가 인상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원치 않으면서 지금처럼 저수가의 기조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서비스 품질을 더 논하지 말아야 한다.

최적의 상태가 최선의 상태는 아니다. 제한된 재원으로 운용하는 의료보험제도는 최선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상태를 추종해야 한다. 끊임없이 현실을 파악하고 재원을 확인하여 수정하고 고쳐가면서 만들어지는 상태가 최적의 상태다.

근본적인 고민 없이 제도를 수정해 봤자 10년 안에 또 같은 소리를 내고 아우성치고 있을 것이 뻔하다. 하긴 이 뜨거운 감자에 감히 먼저 손을 댈 정치인, 보건관계 공무원이 있을까? 자기 손에 피가 묻을 수 있는 일을 하려고나 할까? 그런데, 이젠 철들 때도 되지 않았나? [공건영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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