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직선제는 시대의 요구”
“대한간호협회 직선제는 시대의 요구”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인터뷰 “간선제는 구시대 유물 … 간호사·국민 목소리 모아 직선제 시대 열어야”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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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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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대한간호협회는 30만 간호사의 소통 창구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해고된 지 27년 만에 지난달 17일 한양대병원 수술실 간호사로 복귀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차 전 위원장의 정년은 2년 남짓 남았다. 그는 이제 30만 간호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간호협회 선거의 직선제 전환에 힘쓸 계획이다.

1983년 한양대의료원(현 한양대병원)에 입사한 차수련 전 위원장은 1987년 노조를 결성하며 병원 노동자 처우 개선과 의료계 부조리 해결에 앞장섰다.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민노총 전신) 설립을 추진하면서 수배생활이 시작됐다. 단식, 농성, 파업투쟁을 하다 투옥까지 경험했다.

차 전 위원장이 전노협을 결성한 이유로 당시 한양대의료원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자 1995년, 1997년 노조는 그의 복직을 위해 파업과 단식투쟁도 벌인 바 있다. 이후 한양대병원과 복직을 두고 숱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7일 27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차 전 위원장에게서 간협 선거의 직선제 전환과 노조활동 30년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보건의료노동 환경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근무환경 향상은 대중 간호사의 열망에서 시작된다”며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간협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간협의 직선제 전환을 주장하게 된 계기는.

“노조를 결성한 1987년부터 간협 직선제를 주장했다. 당시 간호사의 처우와 근무환경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수준에 한창 못 미쳤다. 이에 노조를 결성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이때 간협은 ‘백의의 천사 간호사가 불법 파업이 말이 되나?’라며 ‘파업 참여 간호사의 면허증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간협의 반응에 당황했다. 그래서 노조는 우리를 위한 간협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호 아래 ‘간호사 준비위’라는 간호사 모임을 조직, 간호사 소식지 발간을 비롯해 근로 조건 실태 조사 등을 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구체적인 조직 논의가 있었고 간협과 실무협의도 있었다. 하지만 노조 활동 중 수배, 투옥 때문에 결성이 어려웠다.”

-. 직선제가 필요한 이유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근무환경 향상은 대중 간호사의 열망을 사회에 강력히 호소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아래에서 나온 목소리를 잘 대변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의원 중심의 간선제로는 대중 간호사와의 소통이 힘들다.

현재 간선제는 협회 상층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회장, 임원직을 맡는 구조다. 대의원들은 각 병원 관리자급으로 능력 있는 사람의 출마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아래에서 곪아 터진 불만과 처우 개선의 갈망에 대한 전달 통로와 사회에 호소하는 체계가 없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전환 이후 각 직능단체도 직선제를 채택했다. 간협의 간선제는 구시대의 유물인 것이다.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서로 경쟁과 견제가 필요하다. 간선제에서 맴돌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 30년 전과 30년 후의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간협의 직선제가 필요한 이유다.”

▲ 차 전 위원장은 해고된 지 27년 만에 지난 17일 한양대병원 수술실로 복귀했다.

-. 마찰이 있지 않겠나.

“기득권 세력은 어디서나 저항하는 법이다. 저항과 반발이 있겠지만, 간호사들은 나름대로 대응 방식이 있다고 본다. 앞에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다.

내가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전국 총파업 등으로 여력이 없었다. 이제는 노동조합 중심으로 간호사회를 만들어 직선제를 공론화해 전 간호사 서명운동 등을 벌이면 간협도 반응할 것이다.”

-. 다수의 회원을 보유해 직선제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간협 간부들은 각 병원의 부서장들이다. 병원 단위별로 선거관리위원을 꾸려 투표와 개표하면 된다. 노동조합 선거보다 쉬울 것이다.

한국노총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 못하자 설립된 것이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직선제다. 한국노총은 대의원들만 선거에 나가는 구조로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도가 낮았다. 현재는 간선제에서 선거인단제도를 채택해 간부, 상층부 중심이 아니라 어느 정도 현장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도 직선제로 전환했다. 간선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간협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 노조 결성 계기는.

▲ 차 전 위원장은 “의료개혁 과제를 자기 문제화하고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설립 초기에 병원 민주화, 의료계 비리 척결 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지킬 책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병원 노동자라면 환자 인권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생각해야 한다.

항상 정부 정책과 주변 사회 시스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 노조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 시스템 자체의 한계에 부딪혀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영역이 취약하다. 민간병원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돈 버는 게 우선인 것이다. 인력 문제든 뭐든 일단 이윤 창출을 우선하는 구조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점도 노조운동의 한계로 작용했다. 노조활동 중 국회, 청와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건의료예산을 높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방 비용 책정 등에 밀리기 일쑤였다.

또 정부의 친기업적 마인드도 힘들게 했다. 정부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힘센 의사, 대기업 오너들과 연관된 문제를 개인의 영역으로 내버려 두고 있다.”

-. 다시 노조 운동을 한다면 하고 싶은 일은.

“간호사를 포함해 많은 보건의료 노동자가 정치, 사회 문제에 무관심해 아쉬웠다.

비정규직, 인력난, 처우 개선 등 많은 과제가 있지만,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정부 정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의료개혁 과제를 자기 문제화하고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 말이다.”

-. 간호사 처우 개선, 근무환경 개선 해결은.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의 핵심은 인력문제다. 노조가 투쟁한 결과 예전과 비교했을 때 임금과 근로기준법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지만, 간호사의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인력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은 정부 예산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일차적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사들이 움직여야 한다. 노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간협은 30만명이 넘는 간호사를 보유한 우리나라 최대의 직능단체다. 간협이 크면 정부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비정규직이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간호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혼자서 열악한 처우나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먼저 문제 인식을 갖고 단결하는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사가 해결할 수 없다.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근로자파견법이다. 이 법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의 무관심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을 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결국 내 자식들과 가족들을 비정규직에 노출시켰다.

취약계층과 약자는 정치,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의 소속 단체와 공동체, 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하는지, 뭐가 문제인지 보고 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좋다. 적폐청산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내 삶과 연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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