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흑색종 4기 환자 A(56세, 여)씨는 지난 2013년 8월 흑색종을 처음 발견했고, 바로 9월 수술을 했다. 수술 한 달 후부터 인터페론 집중치료를 했으나,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고, 이후 임상시험으로 면역항암제 ‘여보이’를 네 차례 맞고 방사선 치료를 20번을 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A씨는 포기하지 않고 2015년 12월부터 또 다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맞기 시작했다. 4번의 투여 후 다리 부위의 종양들이 모두 없어졌다. 키트루다를 맞으며 A씨는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꿨지만, 다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끼고 있다. 올해 8월쯤에는 이 약이 급여화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흑색종은 급여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소 12월까지는 더 맞아야하는데, 현재 25차까지 투여하는 과정에서 이미 약 1억원을 소요했으니 앞으로 경제적인 부담으로 막막한 상황이다. |
[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키트루다’ 제품에 대한 급여화가 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 약들에 대한 급여 등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키트루다는 흑생종·비소세포폐암·두경부암 등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옵디보는 전이성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고 사용이 허가된 상태다.
그러나 약평위는 두 약물을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에 대해서만 급여화하도록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두 제품은 지난 2015년 3월 흑색종 적응증으로 첫 시판 승인을 받았지만, 급여화는 이보다 더 늦게 시판 승인받은 비소세포폐암 적응증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흑색종 환자들은 ‘흑색종 환우 모임 카페’를 만들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흑색종 환자들에게도 면역항암제 급여가 절실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청사 앞에서 흑색종에 대한 급여화를 촉구하는 시위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시위에 나선 흑색종 환자 원성연(62세, 남)씨를 만나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부산에 살고 있는 원성연이다. 흑색종 판정을 받고 인터페론 치료를 2개월 진행했으나, 암이 전이가 됐다. 그 후 키트루다를 3주에 한 번씩 8차를 맞고 있다. 키트루다로 치료를 한 이후 종양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간·뼈 등에 전이가 된 상황에서 간 부위의 종양이 작아졌고, 수술 부위의 종양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 치료비용은 얼마 정도인가?
“체중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저는 2바이엘을 맞고 있다. 3주면 650만원이 소요된다. 한 달에 약 1000만원 정도 드는 것이다.”
-. 흑색종 환자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흑색종은 우리나라에서 환자 수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치료약도 별로 없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지 않다. 인터페론 치료를 해도 전이가 일어난다. 그나마 키트루다를 맞으니 차도는 있는데, 보험이 안 돼 1년만 맞아도 1억원이 넘는다. 일반 서민들은 도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저도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 8차를 맞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결국 재정적인 문제가 아주 크다. 예후가 안 좋을까봐 두려움도 크지만 이에 못지않게 재정적인 어려움이 너무 많다.”
-. 흑색종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는 어떤 의미인가.
“저의 경우에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었다. 면역항암제는 생명줄이었다. 보험이 되지 않으면 저 같은 서민들에게는 도저히 희망이 없다. 암과 고통 속에서 싸우기도 힘든데, 하루 빨리 급여화가 돼 경제적인 고통 속에서라도 벗어나고 싶다.”
-. 지난달 약평위의 면역항암제 급여화 심사에서 흑색종이 제외된 것이 사실인가?
“우리(흑색종 환우들)가 알아본 결과, 면역항암제 급여 적응증에 흑색종이 제외됐다고 나왔다. 흑색종 환자들은 희귀병이지만 면역항암제라는 방법이 있는데, 급여화가 안되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죽음밖에 없다.
흑색종 환자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키트루다는 미국에서 흑색종 환자를 위해 개발됐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흑색종을 위해 만들어졌고, 흑색종을 대상으로 임상을 거친 약이 정작 흑색종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납득이 안된다.“
-. 왜 흑색종에 대한 급여 등재가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 측에 전화를 걸어보니 효율성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보건복지부나 약평위에서 협의가 잘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 급여 등재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제약사와 정부 중 누구의 문제라고 생각하나.
“양 측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이 복지부와 제약사에 전화를 걸면 양 측의 의견이 서로 맞지 않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이다. 그 사이에서 죽어나는 것은 환자들이다.”
-. 이번 등재 과정에서 흑생종이 제외된 것이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제약사나 정부가 무시하거나 소외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저도 흑색종 환자가 많지 않아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않고 전이가 빨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자가 별로 없다. 현재는 겨우 보호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환자가 적고 정부에 탄원을 내지 않는다고 소외시킨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흑색종을 위해 만들어진 약을 정작 흑색종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최근 흑색종 환자들이 자체적으로 카페를 만들고 활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급여 등재 과정을 겪으면서 흑색종 환자들이 결집력을 갖게 됐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몸이 아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병원에만 있는 사람이 많다. 흑색종 환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뭉치는 힘이 없어서 그러는지 너무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생명을 걸고 운동 하고 있다.”
-. 복지부와 제약사는 환자들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협의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고통 받는 환자나 보호자도 참여시키고 의견을 수렴했으면 좋겠다. 제약사에서도 환자들이 경제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약가를 인하해, 양 측의 협상이 잘 마무리해 급여화가 됐으면 한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힘을 쓰고 있으나, 우리는 시간을 다투는 환자들이다. 저의 경우에도 8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급여 등재가 빨리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