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은 과연 안전한 방법인가
자연분만은 과연 안전한 방법인가
[남산의 공씨의 진료실 萬談 ④] 의료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살인자 만들어서야
  • 공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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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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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언제부터인지 ‘자연분만이 안전한 분만방법이고 제왕절개 분만보다 산모를 위한 더 좋은 방법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를 홍보하며 자연분만율이 높은 산부인과를 발표하고 통계 내고 있다.

그 결과, 분만진통중에 제왕절개분만을 언급하기라도 하면 일부의 산모들과 보호자들은 정색을 하기도 한다. 왜 안전한 자연분만방법을 놔두고 좋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제왕절개 분만을 권유하냐면서, 수술을 강요하는 의사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자연분만이 안전하고 산모에게 좋은 방법이다’라는 믿음이 그들의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분만진통중에 제왕절개분만을 언급하기라도 하면 일부의 산모들과 보호자들은 정색을 하기도 한다.‘자연분만이 안전하고 산모에게 좋은 방법이다’라는 믿음이 그들의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자연분만이 정말 안전한 방법인가?

지구에 있는 모든 포유류는 자궁에서 태아를 충분히 성숙시킨 다음 자궁이 수축하면서 자궁과 연결된 질, 즉 산도를 통해 태아를 모체 바깥으로 밀어낸다.

태아와 모체가 분리되는 이 과정을 우리는 분만과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태아를 밀어내는 힘은 엄청나게 세고, 이 힘을 이용하여 태아는 좁은 산도를 통과해야만 한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의 새끼들은 모체의 뱃속에서 나오면 매우 짧은 시간내에 거의 대부분 스스로 활동이 가능하며 먹이획득이 가능한 상태, 즉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유인원마저도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기간이 매우 짧고, 그 기간이 넘으면 새끼는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그런데 인간만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의 새끼는 어미의 몸에서 분리되어도 최소 1년이 지나야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뿐이며, 어미가 수 년 동안을 보호해주고 먹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생존 할 수 없다.

인간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진화론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직립보행으로 인해 산도가 좁아져 버렸다. 이 좁아진 산도 때문에 분만을 일찍 해야만 태아의 분만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서서 걷기 위해 엄청난 조산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지? 조산과 자연분만의 안전이 무슨 관련이 있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모체는 엄청난 힘으로 태아를 밀어낸다. 태아는 이 힘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산을 하게 되면 태아는 아직 이 분만의 힘을 이겨낼 만큼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분만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태아의 자세와 산도의 위치가 잘못되어 있거나, 좁은 산도로 밀어내는 힘과 산도의 저항을 태아가 이겨내지 못하면 분만과정에서 심각한 장애가 오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도 태아가 작은 상태에서 조산이 이루어지게 되면 자연분만의 방법을 택하지 않고, 태아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한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위해 분만의 위험을 증가시켰다. 지구에 있는 모든 포유류 중 인간의 분만이 가장 위험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실제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는 자연분만의 위험을 반영하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이야 변했지만 ‘맏며느리감’의 조건에 대하여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그분들이 제일우선순위에 두는 조건중의 하나가 엉덩이기 펑퍼짐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왜 이게 중요할까? 바로 분만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엉덩이가 펑퍼짐하다는 것은 산도가 넓다는 것이고, 엉덩이가 넓은 여자가 아무런 문제없이 아이를 건강하게 분만한다는 것을 옛부터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맏며느리가 들어와서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주어야 집안이 번성하는데, 첫아이 낳다가 사망하거나, 난산으로 아이가 비정상이라도 되면 집안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속에는 어미없는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젓동냥을 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들에는 동네마다 태어날때부터 절름발이(분만시 고관절 또는 골반손상), 팔장애(상완신경총 손상 또는 어깨관절 손상), 지능저하(분만전, 중간의 뇌성마비 또는 뇌손상) 등의 장애인들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 모체는 엄청난 힘으로 태아를 밀어낸다. 그런데 조산을 하게 되면 태아는 아직 이 분만의 힘을 이겨낼 만큼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분만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다. 그러한 이유로 태아가 작은 상태에서 조산이 이루어지게 되면 제왕절개 수술을 택하게 된다.

지금도 기억하는 이야기가 있다. 돌아가신 할머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다. 예전에는 여자들이 만삭의 배를 안고서도 밭일을 했다면서, 밭일하다 진통이 오면 주변 아주머니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분만을 위해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방으로 올라가면서 고무신을 댓돌에 올려놓을 때 신발코를 바깥으로 향하게 가지런히 놓으면서 한번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과연 저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다시 신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다.

결국 그 옛날의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를 낳을 때는 목숨을 걸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많은 자식을 둔 할머니들을 보면 존경심과 경외감이 들었다.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로 살면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저 산모와 아이는 100년 전이면 모두 사망했겠다.’라는 일들을 많이 경험하였다.

인간의 분만과정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자연분만은 안전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말하는 안전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떠한 시행방법의 결과가 10명중 9명은 멀쩡하고 1명이 죽는 결과일 경우 과연 이 방법을 안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대의학은 인간의 분만과정에 개입하여 그 위험을 최소로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의학의 개입으로 모성사망률이 획기적으로 줄고,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여러 평가지표들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의학이 분만을 도와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분만중의 갑작스런 태아의 사망에 대한 원인을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몇몇 원인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예방하고 감시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 없는 원인들도 있다. 설사 원인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해도 그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문제의 진행시간을 따라 잡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의학이 분만을 도와주는 방법중의 하나가 분만중의 태아심음을 관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왕절개분만이다. 태아심음을 관찰하여 이상하다 싶으면 제왕절개 수술로 제2의 산도를 만들어 줌으로써, 태아와 산모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분만과정중 태아심음을 관찰하는 방법이 분만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확실히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다.

더욱이 분만과정 중 계속하여 태아심음을 관찰하는 방법과 중간중간 심음을 체크하는 방법중 어떤 방법이 더 나은 방법인지에 대한 해답도 없다. 이 두 방법을 비교한 대규모의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산모는 환자일까? 아니다. 임신과 관련된 특별한 합병증과 질병상태가 없는 정상의 산모는 환자가 아니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는 정상산모에게 환자라고 부르지 않도록 교육 받는다.

그럼 자연분만의 과정은 질병상태일까? 아니다. 자연분만과정은 그냥 자연적인 상태이다. 분만중의 산모는 질병상태의 환자가 아니다. 의학은 자연적인 분만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주면서 그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산모의 분만을 돌보는 산부인과 의사는 정상과정을 돌봐주고 있으며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비정상상황을 예견하고 방지하여 산모와 태아의 안녕을 최대화 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 정상과정에서 발생된 갑작스런, 예측 불가능한 비정상적 돌발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가 살인자가 되고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면 의학이 정상적인 분만중의 산모를 돌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 정상과정에서 발생된 갑작스런, 예측 불가능한 비정상적 돌발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가 살인자가 되고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면 의학이 정상적인 분만중의 산모를 돌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불난 건물에 사람을 살리기 위해 뛰어든 소방관이 3명은 살렸으나 1명을 살리지 못했을 때, 못 살린 한명으로 살인죄를 받고 징역을 살아야 한다면 누가 소방관을 하려고 할 것이며, 누가 3명을 살리려 불속으로 뛰어들까? 뛰어들어야 한다고 의무를 지우는 순간 소방관이란 직업은 소멸될 것이다.

인간의 자연분만과정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대부분의 분만은 사고없이 안전하게 끝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그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그 결과의 끝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는 대부분 예측이 매우 불가능하며, 사고의 진행속도 또한 빠르다.

의학이 최대한 막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한계가 있다. 이 사고를 회피하는 방법이 제왕절개 수술이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살인자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수 밖에 없거나, 자연분만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방법밖에는 없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하나의 판결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 변화를 되돌리려 한다면, 그 비용과 대가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공건영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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