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의료계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장장 250km를 달려야 하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나서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외과계 중환자실2(SICU2)에서 근무하는 김보준 간호사다.
김 간호사는 이달 30일부터 오는 5월6일까지 6박 7일 동안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열리는 250km 코스의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참가한다.
그는 바쁘고 힘든 3교대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서도 국내에서 두 번의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는 등 사하라 사막 마라톤 완주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헬스코리아뉴스는 김보준 간호사를 만나 이처럼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도하는 까닭을 들어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호남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12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외과계 중환자실(SICU)2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SICU는 외상환자들이 입원하는 ‘SICU1’과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하는 ‘SICU2’로 나뉜다.
간이식 후 환자들은 다른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나므로 면역억제제를 포함해 수술 후 각종 검사 및 시술, 투약 등의 처치가 상대적으로 다른 환자들보다 많이 요구된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간호하므로 손 씻기, 글러브, 가운 착용 등 감염관리뿐 아니라 섬세한 간호 기술이 요구되는 부서다.”
-. 중환자실 근무는 어떤가?
“입사 후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느라 정신없었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는 데 힘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멀티테스킹이 필요한 일에도 익숙해지고 점점 자신감도 붙었다. 시간이 약이다. 어려움에 직면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극복했다.”
-. 힘든 일정 속에서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참가하게 된 계기는?
“입사 전에는 봉사활동을 비롯해 무인도에서 5박 체험,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반 등 도전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 입사 후 언제부턴가 일상생활이 익숙해질 만 하니까 가슴 뛰는 일이 없이 무료한 생활이 반복됐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당장 생각난 것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사하라 사막 마라톤이었다.
그런데 마라톤을 통해 기부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참가하면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기부금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한창 사랑받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의 아픈 모습을 보며 평소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3월부터 소아암 환우를 위한 기부금 모금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결정한 순간부터 아산병원 주변과 한강을 뛰기 시작했다. 사실 운동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도전을 결정한 이상 실천에 옮겼다.
지난해 가을에는 조선일보 주관 춘천마라톤 42.195km를 완주했다. 2주 전에 열린 동아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사하라 사막과 같은 조건으로 달리기 위해 물통을 넣은 배낭을 메고 완주했다.”
-. 펀딩은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펀딩의 홍보를 위해 간호사 커뮤니티인 너스케입(Nurscape)에 홍보물을 게시했고 인터넷 펀딩 전문사이트에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 코스 길이는 250km다. 이에 맞게 1km당 1만원을 적용해 최소 목표 금액을 250만원으로 설정했다. 250만원을 넘어 더 큰 금액이 모이면 소아암 환우들에게도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후원금 단계마다 리워드(Reward)를 제공하고 있다. 금액에 따라 후원자 이름 게시, 후원자 명찰을 제작해 대회 참가 기간 붙이고 다니기, 대회 참가 후 후원자를 직접 만나 경험담 들려주기, 사막 마라톤, 여행, 간호학과 진학 및 취업에 관련된 멘토되기 등을 기획했다.”
-. 병원 동료들의 반응은?
“수간호사 선생님과 동료들이 기부활동 및 마라톤 도전을 지지해주고 있다. 특히 오프(off)를 연이어 써야 하는 상황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고, 기부활동과 마라톤에 필요한 절차나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언제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나?
“평소 남들보다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특히 대학 1학년 때 인도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해 뜻깊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이 큰 계기였다.
대학 재학 시절 기업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봉사단에 매년 참가했고, 교내 봉사동아리 ‘사랑합시다’의 창단멤버로 병원과 요양시설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도 했다.”
-. 마라톤 외에 계획하고 있는 봉사나 기부활동이 있는가?
“철인 삼종 경기를 준비 중이다. 3개월 전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경제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뛰고 싶다.”
-. 이제 3년 차다. 간호사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은 뭐라고 생각하나?
“취업이 어렵고, 돈 벌기 힘들고, 사회도 불안정한 와중에 간호사는 전문직이고 적지 않은 봉급을 받는 직업이다. 다만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돈만 보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이팅게일의 말을 빌리자면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일이나 어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습득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인 것 같다. 책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대외활동이나 사람들을 만났을 때 배우고 느끼는 것도 상당히 크고 유용하다. 임상에서는 책만 보고 일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신뢰를 쌓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