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아프셨어요?” “좀 됐어요”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좀 됐어요”
[남산의 공씨의 진료실 萬談 ③] 문진, 실력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 공건영
  • admin@hkn24.com
  • 승인 2017.04.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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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하게 되면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이 ‘문진’이다. 즉 질문을 통한 진찰을 하는 것이다. 어디가 언제부터 어느 기간 동안 어떻게 아픈지, 상태가 어떤지, 그 외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본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있다. 우선 환자들은 그 질문을 정확히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애매모호한 방식으로 답변한다.

   
▲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만져보고, 환부를 관찰하고, 청진기로 듣고, 피검사 방사선검사등을 시행하기만 하면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많은 환자들은 당연히 진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은 아니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어디가 불편하세요?’

‘밑에가 이상해요’

‘밑이라는게 어디죠?’

‘아! 아랫배요’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나요?’

‘좀 됬어요.’

‘좀 되었다는게 언제를 말하는거죠?’

‘며칠전에 시장갈 때 였어요.’

‘얼마나 아프신가요? 못참으실정도인가요?’’

‘꽤 아파요!’

이런식이다. 난감하다. 특히 시간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 애매함이 어마어마하다. ‘꽤, 조금, 약간, 좀, 요즘’ 이런 단어들이 난무한다. 듣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물론 병의 증상을 정확히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의사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표현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확히 해 주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많은 환자들이 그러하지 않는다. 이상할 따름이다.

재차 묻고 확인하면 그나마 그때부터 조금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환자도 있지만, 말하기도 귀찮은건지 어쩐건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환자도 있다. 이 쯤되면 의사도 지치기 시작한다. 그냥 신체진찰을 하고 의심질병명을 설정 후 치료에 곧바로 들어가는 거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만져보고, 환부를 관찰하고, 청진기로 듣고, 피검사 방사선검사등을 시행하기만 하면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많은 환자들은 당연히 진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은 아니다. 의사의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이다. 의학교과서에서도 ‘문진’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진단기법중의 하나로 기록한다.

결국 의사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을 제대로 해 주어야 가장 중요한 ‘문진’이 완성된다. 이 문진에서 모든 진료가 시작되고 이 문진이 잘못되면 이제 진단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아니면 엄청 많은 검사가 시작된다.

즉, 환자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된다. 그런데 왜 환자들은 의사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고, 가끔은 귀찮아 하는 것일까?

▲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이다. 그리고 환자와 의사의 대화에서 문진이 시작된다. 의사가 환자를 바라보고 말을 해주고 할 수는 있지만 잘 듣게 할 수는 없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대한민국 방송에서 방영된 의학드라마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 문진의 과정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드라마 속의 의사들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는 모습이다.

특히 명의라고 설정된 슈퍼의사의 경우 거의 문진이 없다. 그냥 환자 딱 보고 만져보면 그냥 답 나온다. 그리고 바로 치료로 들어간다. 수술이나 도수치료나 그냥 거침이 없다.

치료방법에 대한 고민도 없고 논의도 없고 그냥 슈퍼의사가 단독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인다. 제일 중요한것은 그 결과가 언제나 좋다는 것이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머리속에는 왜곡된 의사상이 만들어진다. 딱 보고, 슥 만지면 진단이 딱 나오고 그 치료도 쉽게 일사천리로 시행하는 의사가 명의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는 의사는 실력이 없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이러니 의사가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으면 답답한거다.

‘이거 실력없는거 아냐? 딱 보면 알아야지. 빨리 진찰이나 하고 검사할 것이지 뭘 그리 꼬치꼬치 물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순간 이미 의사와의 관계는 멀어져 버린다. 치료 효과는 좋을리가 없다. 진단이 제대로 되는게 이상한 상태다.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이다. 그리고 환자와 의사의 대화에서 문진이 시작된다. 의사가 환자를 바라보고 말을 해주고 할 수는 있지만 잘 듣게 할 수는 없다.

환자도 의사의 물음에 귀를 기울이고 의사에게 최대한의 정확한 정보를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환자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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