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취업이 잘 돼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간호사에 도전하는 남자들이 늘어나 어느덧 남자 간호사 1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남자 간호사들은 수술실·중환자실을 비롯해 교정·소방직 공무원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어디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허윤GYM’을 운영하는 국제 머슬마니아 클래식 초대 챔피언이자 간호사인 허윤 대표를 만나 정신보건간호사에 도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05학번으로 간호대학에 과감하게 들어가 졸업 후 내과와 정신과 병동을 거쳐 양주시 보건소 정신건강센터의 정신보건간호사로 근무했다. 중·고등학교에서 역도 6년, 이어 보디빌딩 21년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PT 전문 피트니스 클럽인 허윤GYM을 운영하고 있다.”
-. 이력이 특이하다. 간호대학에 들어간 계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40kg 중량의 역기를 들 정도로 힘이 남달랐다. 중1때 체육 선생님의 추천으로 역도를 시작했다. 한국체육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운동하는 동안 즐기면서 정말 열심히 했다. 고3 때는 스쿼트 270kg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선배들의 모습, 짧은 선수 생명은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됐다.
이후 강원관광대학교 호텔조리학과에 진학, 졸업 후 한 식당에서 중식 주방장으로 근무했으며, 치킨집을 6년 동안 운영해 경제적으로 성공한 경험도 했지만, 술을 팔고 접대하는 과정에서 삶의 보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특기인 운동과 관심 분야인 건강을 접목해 지역사회주민의 건강을 챙기는 일을 하고 싶어 대졸자 특별전형으로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 비교적 늦게 들어간 것 같다. 학교생활은 어땠나.
“학창시절을 운동에만 전념해 해부학·생리학 등을 비롯해 간호학을 공부하기 쉽지 않았다. 수업과 실습을 병행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버거웠다. 모르는 것은 학우들에게 묻는 등 스터디를 조직하고 밤을 새우면서 공부했다. 한 번 할 때 끝을 보는 성격과 더불어 역도와 보디빌딩을 한 경험이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
부끄럽기는 하지만 남들은 학기 말에 준비하는 간호사 국가고시를 나는 졸업반 때부터 1년 동안 하루 종일 준비했다. 평소 3~4시간 하는 운동도 1시간으로 줄였다. 그렇게 준비하고 하니 학기 말 시험에서 A+학점도 받았다.
평소 3~4시간씩 꾸준히 운동하며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한다. 간호대 재학 중 대회 우승을 차지해 체육학과 학과장으로부터 1년 전액 장학금을 받은 경험도 있다.”
-. 간호사로서 임상경력이 어떻게 되는지.
“졸업 후 바로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내과병동에 입사했다. 사실 간호대학을 다니면서 정신보건간호사에 관심이 있었다. 내과에 지원한 이유는 내과병동 근무로 얻은 지식과 경험은 타 부서에서도 간호업무 역량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과병동에서의 근무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생각보다 업무강도가 높았으며, 일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태스킹 능력도 필요했다. 하지만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다양한 응급상황을 겪으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한편 동료들과 신뢰를 형성하고 그 누구보다 환자들을 가까이서 간호하며 얻은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 정신보건간호사는 어떻게 됐나. 무슨 일을 했는지?
“의정부 힐링스병원 정신과에서 3년 근무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1년 과정인 정신보건간호사 수련을 받고 양주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서 지난해 말까지 4년 동안 근무했다. 센터에서는 우울증 관리부터 자살예방교육, 음악치료, 고혈압·당뇨 교실, 재가회원 프로그램, 사회기술 프로그램 등을 지역사회주민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했다.”
-. 보람을 느꼈던 일은.
“고혈압·당뇨 교실이다. 27년 동안 운동을 한 경험과 간호사의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스트레칭 운동법을 개발해 지역사회주민의 건강에 일조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 올해도 재능기부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다.
또 하나는 재가회원프로그램이다. 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건강문제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다시 사회로 나오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에는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약물관리부터 전화상담·방문, 야외활동을 격려하면서 약 70명을 병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방송출연과 강연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머슬마니아 클래식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이 됐다. 그 후 방송출연과 강연요청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강연을 했지만, 간호사로서 보람된 강연은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 올바른 운동과 식이요법을 주제로 한 ‘간호사를 위한 건강다이어트’와 정부청사에서 강연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건강 운동법’등이 있다.”
-. 정신보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간호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역사회주민의 건강증진에 헌신하는 정신보건간호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부서에서 일할지 고민할 때 ‘내가 과연 뭘 잘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본인은 운동을 특기로 해서 지역사회 주민에게 다가갔다. 주체적으로 일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들어가길 바란다. 주변의 존경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 최근 간호사에 도전하는 남자들은 졸업 후 바로 공무원을 꿈꾸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특색과 장점을 살리는 영역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남자는 교정·소방·경찰 등 좀 더 활동적인 영역으로 진출하면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