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연초부터 제약사 홍보팀 직원들의 이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A사 홍보팀 직원인 ㄱ씨는 올해 초 사표를 제출하고 조만간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다. A사는 업무 강도가 높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ㄱ씨의 거취는 이전부터 업계 관계자의 관심사일 정도였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말 홍보팀 임원도 경쟁사로 떠나보낸 바 있다.
중소회사인 B사 홍보팀 직원인 ㄴ씨도 최근 회사를 떠났다. ㄴ씨는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벤처기업인 C사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제약사인 D사의 홍보팀 직원 ㄷ씨는 현재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회사의 얼굴 노릇을 했던 홍보팀 직원들이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과중한 업무, 불만족스러운 근무환경, 직장 내 갈등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홍보팀에 대한 회사 측의 지원이 미비한 점도 큰 이유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제약사 홍보맨들의 업무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제약주에 돈이 몰리고 업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작은 리스크도 허투루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제약사 홍보팀 관계자들은 홍보 업무가 소위 ‘잘해야 본전’이라고 말한다. 업무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회사 경영진들의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는 설명이다. R&D 등에 투자할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홍보 예산을 삭감한 곳도 상당수다.
이직 경험이 있는 한 제약사 홍보팀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과 달리 제약업계 경영진들은 홍보·커뮤니케이션 업무의 중요성을 너무 낮게 보고 있다”며 “홍보업무에 힘을 실어주지도 않으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기를 바라고, 힘들게 일을 마무리해도 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제약사를 물색하는 홍보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규모는 작지만, 신약 출시 등을 이유로 홍보업무 강화가 필요하거나,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하는 제약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회사로 이직한 홍보팀 직원 중 상당수는 기존 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스갯소리로 이직 후 ‘얼굴이 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제약산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제약사들도 홍보업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