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실 밖에도 할 일 많다”
“의사, 진료실 밖에도 할 일 많다”
삼성전자 김진섭 과장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력 발휘할 시기”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12.11 19: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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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김진섭 과장(예방의학전문의)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의사는 꼭 진료실, 아니면 수술실에서만 일할까? 최근 의사들은 의학전문 기자부터 스타트업 창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IT와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애플·구글·IBM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정밀의료 개발에 의학 분야 인재 등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김진섭 과장(예방의학전문의)을 만나 의학 및 과학 분야 인재들에게 들려줄 병원 밖 의사들이 나아갈 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근무하는 곳과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S헬스 어플리케이션 등 헬스서비스 관련 기획과 의료 관련 자문을 맡고 있다.

S헬스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데이터를 측정, 기록하고 건강 관련 뉴스와 전문가 상담을 제공해 사용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건강관리 앱이다.

2009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예방의학 전공의 과정을 수료하면서 유전체 역학 및 의학통계로 석사학위를 마쳤다.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 2014년 11월에 삼성전자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 연구소에 입사했다.”

-.대학원에서 연구한 유전체 데이터 분석은 무엇인지?

“유전체 데이터는 쉽게 말해 사람의 유전자 정보가 엑셀(exel) 파일로 저장된 것과 같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찾고, 찾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질병 발생을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기술이 많이 발전돼 유전체 데이터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는데, 개인적으로 유전자 자체뿐 아니라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고려한다면 더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방의학 전문의로서 임상경험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 과정 중 주말을 활용해 부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응급환자를 진료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응급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때의 경험이 대학원과 회사생활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지?

“초·중·고 시절을 통틀어 수학 이외 다른 전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수학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였다. 부끄럽지만 철없던 과학고 시절, 과학고에서 의대 가면 ‘다 쓰레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1학기 수시로 가장 빨리 의대에 합격했다.

부모님은 의대를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아들이 수학만 하니까 그런지 특별한 말씀은 없으시다가 성균관 의대에서 수학특기자를 1학기 수시로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만 써보라고 애원을 하셨다. 그때까지 의대가 6년인 것, 성균관대에 의대가 있는 것도 몰랐고, 삼성의료원이라는 병원이 있고 병원에 대학교수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서울대 경시대회 준비기간과도 겹쳐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했으나 ‘1학기 수시인데 뭐 어떠냐? 서울대 수학과 합격한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논리를 이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원서를 썼는데 합격해버렸다. 허무했고 어릴 때부터 수학만 했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서울대 경시대회에서 대박을 치고 나니 더더욱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고, 장학금을 준다니 일단 들어가서 수학과 수시모집을 다시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하니 의대 1학년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공짜로 학교 다니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느낌에 ‘오! 의대 다닐 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학과가 머리에서 사라졌다.

2학년이 되어 해부학, 생화학을 배우면서부터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화학과 생물을 가장 싫어했었는데 생화학 공부를 해야 한다니 의학통계 수업이 없었다면 아마 의대를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다.

2학년 2학기 때 의학통계 수업을 듣고 ‘아! 의대에도 수학이 있긴 있구나. 이걸 하면 되겠다. 6년만 참자. 졸업만 하자’고 생각했다. 사실 의학통계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의대에서 수학을 하려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졸업 후 인턴과정 중 전국의 예방의학교실을 검색하다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알게 되었다. 이 홈페이지에 의학통계에 대한 설명이 가장 길게 나와 있어 여기를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한 판단이었다.”

-.수학·과학 특기자들의 의대 쏠림은 어떻게 생각하나?

“원치 않게 의대를 들어가진 했지만, 지금 느낀 점은 과학과 수학 특기자들의 의대 진학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영재고나 과학고에서 의대 진학을 막는 분위기에 반대하는 편이다.

의료분야는 큰 판이고 의학지식을 갖춘 수학 및 과학 특기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의학 공부는 의대 아니면 못 한다’는 것이다.

수학은 열정이 있으면 혼자서도 책으로 공부할 수 있고 학교에서 수강신청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의학은 아니다. 의대와 병원이 아니면 의학지식과 술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어렵고 타과생의 수강신청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개인적으로 의대에서 타과생들을 위한 의학강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은 얼마나 좋아하나?

“나 자신을 수학 중독자라고 생각한다. 퇴근 후 수학책을 보는 것이 취미고 최근 2년 동안 공부했던 분야는 현대대수학, 위상수학 같은 순수 수학부터 고전역학·전자기학·통계역학·양자역학의 물리학·보험수학·금융공학 등이고, 관련 교과서와 교양서적을 사서 읽었다.

가장 최근에 즐겁게 공부한 내용으로는 파생 상품인 옵션의 가격을 계산하는 블랙숄즈 방정식,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군이론(group theory)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식으로 이해하기 위한 곡면기하학이 있다.

의예과 1학년 때는 전국 대학생 수학경시대회에서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2학년 때도 출전했지만, 눈물을 흘리고 돌아왔다. 시간 나는 대로 의대 동기나 선후배들의 의학통계 분석을 도와주고 있다”

-.삼성 DMC 연구소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박사 과정 중 대학원 연구실이 삼성전자 DMC연구소와 산학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DMC 연구소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박사 때는 R을 이용한 통계, 리눅스/C/파이썬 프로그래밍, 딥러닝 등을 공부할 만큼 유전체 연구보다 IT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으며, 의사이면서 임상, 공중보건, 유전체 등 다양한 의료분야 데이터를 다룬 경험을 어필해서 입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DMC 연구소는 주로 2~3년 뒤 상품화될 수 있는 선행기술을 연구한다.”

-.삼성 DMC 연구소의 일은 어땠나?

“의료 관련 자문을 수행하고 세미나를 주최하면서 헬스 관련 데이터를 센싱(sensing)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다. 입사 후 놀란 점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IT와 헬스 융합기술 연구가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많았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땅이 넓어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비도 비싼 것이 원인인 것 같다.”

-.현재는 무선 사업부 소속이다. 인상 깊었던 기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헬스S 앱과 웨어러블 의료 관련 서비스 기획을 맡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 S헬스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무료로 간단한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건강 Q&A’다. 의료나 건강 관련 질문을 올리면 48시간 이내 해당 질문에 대한 전문의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으며 전화를 통한 유료 상담도 가능하다.

헬스S 앱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겠지만 꼭 S헬스가 아니더라도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반으로 한 IT와 헬스 융합 기술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헬스 및 건강분야에 치중돼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미 스마트폰에 연계되는 다양한 의료기기가 상용화 되어있고 원격진료, 병원예약, 전자 처방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IT기술력과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헬스서비스그룹의 매력은?

“글로벌 탑을 지향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회사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건강을 이야기하면서 건강분야는 의료보다 훨씬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의사로서 일할 것인가?

“의사면허가 있다고 꼭 의사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중요한 일들이 정말 많고 의사로서의 일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수학을 계속하는 것이고, 의사보다는 수학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더 크다.

수학으로 사람들을 건강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수학을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의학 이외 분야 진출을 목표하는 의대생이나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예방의학 전공을 하면서 수학과 통계학을 공부할 때는 나 자신도 내가 특이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보다 훨씬 특이한 의사들이 일반 기업, 공무원, 기자, 방송, 스타트업, 벤처 투자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의사가 임상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 뛰어드는 일은 앞으로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의대에 적성이 맞지 않다고 좌절하거나 성적이 낮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료분야는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살릴 수 있는 큰 판이다.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원래 본인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수학에 미친 후배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큰 판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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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2016-12-12 15:16:47
의사는 다 모범생에 비루할 줄 알았는데
편견을 깨고 갑니다.
눈이 정말 크시네요

허재원 2016-12-12 15:02:08
미남에 듬직해보이는 인상이네요
저런분이 저렇게 능력이 좋다니...
제가 여자였으면 진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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