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눈물이 공존하는, 제대로 팀버튼스런 영화
긴장과 눈물이 공존하는, 제대로 팀버튼스런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2016년 作 영화)
  • 하주원 원장
  • admin@hkn24.com
  • 승인 2016.10.06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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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누군가의 재능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의 재능을 얻고 싶나요? 마법사가 나타나서 그런 질문을 한다면 누구를 고를까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실력? 엘런 머스크의 창의력? 사실 뭐라도 좋을텐데, 저는 영화가 현 시대의 최고 종합예술이라고 느껴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그 다음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중에 누구를 택할지 혼자서 고민합니다. 그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감독의 새로운 영화라서, 너무 기뻤네요.

이렇게 제가 팀 버튼을 원래 좋아하는 사람임을 감안하더라도, 2010년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약간은 실망도 했었습니다. 사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정말 최고였네요.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괴하거나 잔혹한 장면까지도 뭔가 아름답게 만드는 재주는 역시나 최고였고, 긴장감 또한 계속 되는데 짠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12세 관람가 치고는 좀 끔찍한 장면도 있지 않나 싶어, 어차피 어른을 위한 동화이니 15세 관람가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어릴 적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계기로 웨일즈의 섬에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모험을 담고 있습니다. 돌연변이와 같지만, mutant라는 과학적인 용어로도 불리기 이전 시대의 별종 아이들을 만나게 되죠.

▲ 뭔가 마녀스럽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착한 여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에바 그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물겨웠던 것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페레그린(에바 그린 역)의 노력이었습니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고, 되감는 과정을 통해 전쟁이나 할로게스트와 같은 침입에서 아이들을 지켜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그대로 아이들 세계에 머물게 하고, 같은 날을 반복해서 살도록 하는 것이 강요는 아닌건지, 아무리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게 과연 옳은건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무서운 상황을 보면서 페레그린을 이해하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재능을 소명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 보기도 했고요. 뭔가 마녀스럽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착한 여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에바 그린이 아닐까 합니다.

‘킹스맨’에서도 그렇고 예순 살이 다 되어 최고의 개성있는 악당으로 거듭나는 사무엘 잭슨의 연기도 좋았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역시나 최고의 존재감은 마흔이 다 되어도 최고의 미녀로 거듭나는 에바 그린이었습니다.

두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시간 여행의 요소를 통해서 더 강하게 다가오는 3대를 걸친 삼각관계입니다. 할아버지-손자도 사랑하고, 할아버지-여자, 손자-여자 모두 서로 사랑하는 거네요. 언제든지 날아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인 엠마가 오히려 작별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떠남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고, 그러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사랑이 애틋했죠.

저처럼 감성 메마른 아줌마는 “결혼도 안 했는데 각자 딴 사람 만나면 되지”라는 생각에 다른건 다 잘되고, 두 남녀는 헤어져도 해피엔딩이라 여겼기에, 쟤네가 이루어질까 아닐까로 손에 땀을 쥐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한창 연애하실 나이의 관객이시라면 이 부분이 더 재미있고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로맨스 부분도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 언제든지 날아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인 엠마가 오히려 작별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떠남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고, 그러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사랑이 애틋했죠.

액션의 수준이 엑스맨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펼치는 액션도 흥미진진 했고 어딘가 별종들을 위한 은신처가 있을 것 같은 상상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아이들이 모여살기 좋은 분위기는 영국식 주택이 제격인 것 같네요.

제 직업 탓인지 정신과의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여행을 가보라고 설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조금 이상하다고도 생각했으나, 그렇게 중요한 인물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름 SF영화의 매니아라서 인터스텔라에서의 중요한 반전도 예상했는데, 요번꺼는 진짜 몰랐네요.

물론 실제 진료랑 비교를 하자면, 환자분께 들은 것을 어디 가서 이용해서도 안되고 이야기해서도 안된다는 점은 당연한거겠죠. 악당이 정보를 얻고 설득하려고 3주씩이나 고생했다고 하는데...외래진료를 1주일에 몇번씩 왔는지 모르지만, 어떤 경우에는 치료자와 환가 사이에 그 정도를 털어놓는 관계가 형성되는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제이크처럼 내가 미친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되기 때문에 내가 보고 경험한 것을 그대로 얘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그 정신과의사의 불순한 의도와는 별개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어서 조현병이 아닌데도 관련된 환청이나 환시를 경험할 수 있긴 합니다.

영상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중간에 끔찍한 장면이 있어도, 그래도 이 영화는 아름답습니다.

흔한 잔혹동화와는 다르고, 전작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처럼 어렸을 때부터 보던 책을 통해 상상하던 장면의 현실화에 큰 의의를 둔 영화와는 또 다릅니다. 저는 그 두 영화보다도 훨씬 재미있었고요.

긴장과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끝나면 또 우울하지 않은 것이 팀 버튼 영화의 매력 아닐까요.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하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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