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의약품 지정, 제약사들 ‘노땡큐’ 하는 이유
상비의약품 지정, 제약사들 ‘노땡큐’ 하는 이유
매출 늘지만 잃는 게 더 많아 … 중소사들 “우린 하고 싶어도 못해”
  • 현정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08.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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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품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약회사들이 눈치만 보고 있어 어떤 회사가 신규 안전상비약을 추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의료 등 7개 분야에 대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확정, 발표하면서 약국 외에서 판매 가능한 상비의약품 품목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부는 약 20개 품목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같은 정책은 지난 2012년 11월 상비의약품 지정을 한 뒤 해당 제품들의 판매액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상비의약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상비의약품 지정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상비의약품들.

1분기 상비의약품 매출 20~30% 증가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2012년 이후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편의점들도 한국 매출의 5배가 넘는 일본 편의점처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씨유편의점의 상비의약품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0.8%나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전년대비 15.7%였던 상비의약품 매출이 올해 32.9% 올랐다. 특히 소화제는 19.2% 증가했다.

GS25는 상비의약품 매출액 비율이 2014년에는 전년 대비 29.9%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대비 32.6%로 크게 증가했다.

복지부는 그동안의 사용 실태와 성과를 분석하고 소비자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 연구용역이 끝나는 대로 결과를 반영해 관련 업계와 협의한다는 계획이어서 내년 초에는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제약사는 “상비의약품 지정? ‘노땡큐’”

그러나 정작 수혜자로 분류 될 수 있는 입장인 제약사들은 상비의약품 지정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가장 큰 걸림돌은 편의점에 판매를 시작하게 되면 약사계의 불만을 사는 것과 포장라인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의 매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라고 본다”며 “공장의 일부를 증축해 기존 10정에서 3, 6, 8정의 포장라인을 따로 만드는 만큼 약간의 지원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화제 정제는 총 4품목이다. 한독은 ‘훼스탈 골드’와 ‘훼스탈 플러스’, 대웅제약은 ‘베아제’와 ‘닥터베아제’를 판매하고 있다. 2개 회사가 각 2품목을 팔아 일종의 특혜로 보이지만 실제는 해당 제약사가 소량 생산을 위해 별도의 공정을 돌려야 한다.

수익창출에는 몇몇 품목을 제외하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기준 훼스탈 플러스는 9억6100만원, 훼스탈 골드는 8억4300만원어치가 팔렸다. 닥터베아제는 6억7000만원, 베아제는 4억15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 해도 약사들의 불만 및 투자를 고려하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중소제약사 “우린 하고 싶은데 자격도 안줘”

중소제약사 입장에도 불만이 있다. 복지부 기준에 ‘인지도’가 있어 채택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2012년 복지부 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와 약사회가 내세운 기준은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으로 규정됐었다.

한 중소제약사의 이사는 “매출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우리도 하고 싶지만 인지도면을 따지면 우리가 할 말이 없다”라며 “성분명으로 응찰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회사로서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라며 “광고를 많이 하는 대형제약사가 아닌 다음에야 인지도를 높일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한국얀센, 동화약품, 동아제약, 대웅제약, 한독, 제일약품, 신신제약이다.

“상비의약품, 20종도 너무 적다” 의견도

▲ 안전상비의약품의 종류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무관함)

일각에서는 지정품목을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통제도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만 있는데 좀 더 다양한 성분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며 “술 마시고 머리 아플 때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면 안되는데 편의점 고객들이 모르고 복용할 수 있지 않은가. 또 소아용 진통제의 경우 타이레놀 시럽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부프로펜 시럽 외에는 대안이 없었지 않느냐. 이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소비자는 “안전상비약은 급하게 필요로 하는 약품 아닌가. 품목군 선정기준을 주말에 병원이나 약국을 가지 못할 때 필요한 약품으로 선정했으면 좋겠다”며 “해열제나 소화제 말고도 위산억제제나 치과 약, 안과 약도 있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현재 판매되는 품목은 ▲해열진통제(타이레놀정 500mg, 타이레놀정 160mg, 어린이용타이레놀정 80mg,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어린이부루펜시럽) ▲감기약(판콜에이내복액, 판피린티정) ▲소화제(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파스(제일쿨파스, 신신파스아렉스) 등 총 13개 품목이다.

약사계 “기준 준수 업체 30% 불과 … 관리 강화해야”

약사계에서는 상비의약품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의 경우 1회 구입 수량, 연령제한 등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이 기준을 준수하는 업소는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의 한 약사는 “산술적으로 보면 전체 매출 규모가 연간 약 240억원 정도일 때 약국 2만1000곳으로 나눠보면 한 달에 10만원 정도의 매출 차이로 돈벌이 때문에 그러는(상비의약품 판매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편의점에서는 복약지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부반응이 일어났을 때 상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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