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왜 젊은 의사들이 거리로 나섰을까
영국은 왜 젊은 의사들이 거리로 나섰을까
[인터뷰] 재英한인의사협회 박현미 회장 “돈 달라는 것 아니라 지키려는 것”
  •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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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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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지원 기자] “우리는 환자 보호를 위해 싸우고 있다. 사명감으로 의사가 됐는데 우리 환자들을 해치려고 한다.”(재영한인의사협회 박현미 회장)

의료민영화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즈음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통해 알려진 해외 각국의 다양한 의료제도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완전 무상 의료를 실현한 선진국 영국의 의료제도는 ‘그게 가능해?’라는 의문을 갖게 할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영국의 의료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며 전면적인 재검토 요구가 나오자 젊은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40년 만의 파업이다.

재영한인의사협회 박현미 회장은 영국의 젊은 의사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에 대해 “의사들은 불만이 하나도 없고 의료 시스템을 진짜 사랑하는데, 정부가 이를 바꾸려 해 우리가 나선 것”이라고 말한다.

“돈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키려는 것”

 

▲ 재영한인의사협회 박현미 회장

박현미 회장은 “정치가들은 월요일이든 일요일이든 똑같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7 days NHS’를 내세워 선거에서 뽑힌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의사들에게 주말수당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주중 수당을 깎으려 한다”고 시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올려달라고도 근무시간을 줄여달라고도 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바꾸려 하는 것”이라며 “우리 의사들은 척 보면 환자들에게 안좋을 건 안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과 정치가들이 밖에서 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젊은 의사들의 이번 행동을 ‘책임감’이라고 규정했다.

“영국에서는 1년에 15만파운드(한화 약 2억4000만원) 이상 벌면 45%를 소득세로 내고 내셔널 인슈런스라고 13%를 또 낸다. 예전엔 소득세가 50%였는데 5%를 내린 거다. 1년에 15만파운드 버는 사람들은 5%를 더 내도 안 굶는데, 1년에 1만파운드도 못 버는 사람들은 5%가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은 더 내게 하고 부자들은 덜 내게 한다.”

박현미 회장은 이같은 영국 의사들의 행동에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파업을 해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국민 대부분은 우리 편”이라며 “의사들이 파업하는 동안에도 엄마들에게 응급심폐소생술(CPR)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했다.

“정부가 자본주의 색채를 띠게 되면서 무료진료에 드는 예산을 삭감하려 해 우리 의사들은 국민을 위해 이 제도를 수호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유방암 수술 뒤 재건까지 무료 … 급하지 않으면 2~3달도 기다린다”

이처럼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젊은 의사들이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영국의 의료제도에 단점은 없을까. 국내 일각에서 주장하듯 과잉진료나 긴 대기시간 등의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박현미 회장에 따르면 환자들은 많이 대기해야 한다는 점에 불만은 거의 없다. 응급센터도 잘 돼 있고, 암 환자들은 2주 안에 수술이 잡힌다. 대장암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내시경 검사가 지원되는 등 진료 질도 나쁘지 않다. 응급센터도 잘 돼 있다.

환자들은 2~3달이 걸리더라도 기다린다. 생명에 문제가 되지 않고, 모든 진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재건성형까지 모두 무료다. 병원에 아예 수납창구가 없다.

특히 영국은 주치의 제도가 잘 돼 있어 전 병원의 차트가 오가며 환자를 관리해준다. 불편한 것 이상으로 장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인의사협회는 한국 정서에 맞게 서로 돕자고 만든 단체”

한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의사를 하는 데 불편함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현미 회장은 “한국의 대학에 있는 선후배의 정과 사랑이랄까, 선후배 간에 밥 사주고 술 사주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이런 것은 (영국에) 없다”고 말했다.

 

▲ 재영한인의사협회 박현미 회장

그는 이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 정서에 맞게, 어디에서든 협회 소속이면 밀어주고 끌어주자는 생각으로 협회를 만든 것”이라며 “협회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도 진학설명회”라고 했다.

박 회장이 몸 담고 있는 재영한인의사협회는 2013년 6월 창립된 단체다. 7년 전에 의대, 치대 학생들이 모여 KMDA-UK라는 협회를 만들었는데, 이 협회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재영한인의사협회다. 올해 회장에 당선된 박 회장은 한인의사협회와 의·치대 협회를 합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영국은 의대에 가려면 수능만으로 안되고 사회봉사, 병원 실습, 인터뷰 준비 등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 1세대 부모들은 이해가 쉽지 않아 잘 설명해 드리고 애들 인터뷰도 시키고 준비사항을 알려주면서 병원 실습이 필요하면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박현미 회장의 또 다른 과제는 한인사회를 돕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의료시스템에 낯설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에 한국인이 4만명, 런던에만 3만명이 있다. 그들을 위해서 ‘건강의 날’ 행사를 한번 할 거다. NHS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재영 1세대를 대상으로 어떻게 잘 이용하는지, 국가 건강검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또 ‘건강의 날’ 행사를 통해 혈압이나 당뇨 등 기본 검진도 하고, 한국사람들에게 흔한 위암 등을 주치의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 어떤 주치의한테 검진해야 2차 3차 병원에 갈 수 있는지 등을 알려 도움을 주는 것이 다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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