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해도 꿈의 치료법이었으며 학술적 연구 목적에 머물렀던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재생의료가 상업적 결과물을 ‘속속’ 낳고 있다. 세계 각국은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만간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도 허가 심사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재생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재생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의 글로벌 허가 상황을 살펴보고,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재생의료 분야 투자 및 지원 현황을 비교해 봤다. ① -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 상용화 ‘속속’ 개발 열기 ‘활활’ |
문제가 생긴 조직이나 장기를 수복하고 잘못된 유전자를 교체해 선천성 질병을 치료하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재생의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일부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성공,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재생의료(regenerative medicine)는 정상 신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세포·조직·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키는 치료법이다. 줄기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가 가장 대표적이다.
퇴행성 질환·심한 외상도 잡는 줄기세포치료제
시판허가 받은 전세계 의약품 7개 중 4개가 국산
줄기세포는 인체의 특정 부위에 소량 존재하거나 착상 전 배아조직으로부터 생산되는 세포다. 형질의 변화 없이 무한 증식할 수 있고(self-renewal activity), 신경·근육·연골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multipotent differentiation ability)는 점에서 일반적인 체세포와 차이가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신체 부위의 세포를 재생하거나 다른 의학적 수단이 별로 없는 퇴행성 질환과 심한 외상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판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는 ▲파미셀 ‘하티셀그램-AMI’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안트로젠 ‘큐피스템’ ▲코아스템 ‘뉴로나타-알주’ ▲ 오시리스테라퓨틱스(미국) ‘프로키말’ ▲치에시파마슈티키(이탈리아) ‘호노클라’ ▲JCR제약(일본) ‘템셀’ 등 총 7개다.
이 가운데 ‘하티셀그램-AMI’, ‘카티스템’, ‘큐피스템’, ‘뉴로나타-알주’ 등 4개 제품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것으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는 자가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해 제조하는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치료제다.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좌심실구혈률 개선에 효과가 있다.
메디포스트 ‘카티스템’은 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이다.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으로 인한 골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결손 치료에 사용한다.
안트로젠 ‘큐피스템’은 자가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치료제로, 크론성 누공 치료에 사용한다.
코아스템 ‘뉴로나타-알주’는 자가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ALS) 환자의 운동신경 세포사멸 방지, 운동신경 생존연장, 신경염증완화, 면역조절기능 등 신경보호 효과를 통해 질병의 진행 속도를 완화한다.
줄기세포치료제 분야는 국내 제약사들의 R&D가 매우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다.
메디포스트는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의 국내 임상1/2a상, 미숙아의 기관지폐이형성증 치료제 ‘뉴모스템’의 미국 임상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파미셀은 중간엽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뇌·신경질환 치료제(임상3상) ▲폐질환 치료제(연구자임상) ▲간질환치료제(국내 임상2상, 미국 임상1상) 등에 대한 다수의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안트로젠은 자가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크론병 치료제(임상1상)과 동종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성족부궤양 치료제(임상2상) ▲수포성표피박리증 치료제(임상1상) ▲심재성2도화상 치료제(임상2상)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전임상) ▲힘줄손상 치료제(임상2상) 등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근본부터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
유전자 치료는 외부에서 유전자를 주입하여 이상이 생긴 유전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에 넣어 형질을 발현, 잘못된 유전자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거나 잘못된 유전자를 자체를 바꾸는 치료법이다.
글로벌 유전자치료제는 ▲시비오노(중국) ‘젠디신’ ▲선웨이(중국) ‘온코린’ ▲유니큐어(네덜란드) ‘글리베라’ ▲암젠(미국) ‘임리직’ 등 4가지로, 국산 제품은 전무하다.
‘젠디신’은 세계 최초로 시판허가를 받은 유전자치료제로, 두경부암 치료에 사용한다.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안전성 및 유용성 논란에 발목이 잡혀 지금까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온코린’은 화학요법을 병행한 말기 비인두암 치료제다. 이후 암과 중증 하지허혈 등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해 필리핀과 러시아에서도 시판허가를 받았다.
‘글리베라’는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LDLP) 치료제다. 신체가 혈액 내 해로운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산하도록 자극하는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다.
‘임리직’은 피부 및 림프절에 나타난 흑색종 병변을 치료하는 최초의 종양용해성(oncolytic) 바이러스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로는 ‘티슈진-C’(브랜드명 ‘인보사’)의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있다.
‘티슈진-C’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1999년부터 16년 동안 개발한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사람의 정상 동종연골세포와 세포 분화 촉진 성장인자를 가진 세포를 무릎 관절강 내에 투여해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12개 대학병원에서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티슈진-C’의 국내 임상3상 시험을 완료했으며, 올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시판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