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웃픈’ 의협의 여론조사 대응
알고보면 ‘웃픈’ 의협의 여론조사 대응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01.27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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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고 앞에서는 반대하면서 뒤에서는 독려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소위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는 뜻의 인터넷 속어)’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7일 오전 정부의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가 나오면서 관심도가 수그러들긴 했지만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의협은 26일 논평을 통해 해당 안건을 대국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의협에 제안했다. 당시 한의협은 “양의사협회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절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한 여론을 파악해보자”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은 27일 오전 “국민 생명은 인기투표로 결정할 수 없다”며 “한의협의 공동설문조사 제안은 꼼수에 불과하다. 다시 이야기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 이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투표가 아니다”라며 “국민건강과 안전문제에 대한 고민이 투영되는 과학적 결단의 영역이다. (한의협은)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의협이 지난 18일과 21일 단체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해 보낸 투표 독려 메시지.

물론 옳은 말이다. 한 번의 결정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의 특성상 여론조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의협의 말은 의협 입장에서는 정략적인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협 역시 지난 18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의사회원 대상 단체 메시지 전송 서비스에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심지어 18일 보낸 단체 메시지에는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1명이 최대 10번까지 투표할 수 있으니 참고바란다’는 내용의 글까지 적혀 있다. 한의협의 말에 ‘장난치지 말라’고 답했던 의협조차 여론조사에 관심을 쏟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두 단체 사이의 갈등으로 한 포털 사이트가 시행한 설문조사는 찬·반이 오르락내리락해 부정확한 조사결과를 양산했고, 모 언론사의 설문조사는 갑작스럽게 투표페이지가 ‘닫히기도’ 했다.

작게는 양 단체의 자존심일수도, 크게는 정말 국민건강을 위한 서로의 진심어린 행동일수도 있다. 혹 어느 것이 진심이라 해도 양 단체의 잘잘못을 함부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급하게 ‘국민의 의견’만으로 찬반을 들이대는 것, ‘장난’을 운운하면서 정작 뒤에서는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 모두 제3자의 시각에서 보기엔 두 단체의 논쟁이 ‘의료인’을 숭고하게 만들지 못한, 정확히는 두 직역의 밥그릇 다툼으로 보이게 한 셈이다.

결국 여론조사 하나가 의사와 한의사라는 이름의 의료인들을 ‘웃기면서도 슬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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