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들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의사는 더 이상 ‘가진 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일요일까지 의사들이 나와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학문적 깊이도 있겠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의사들 사이에서 이런(돈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욕먹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이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20일 평의원회에서 당선된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회장은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는 개원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의사’라는 직업이 가져온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2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6차 대개협 추계연수교육 및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개원가의 어려운 사정과 이번 연수교육의 의의, 향후 대개협의 정책 추진 방향 등을 밝혔다.
#. “의사라고 ‘포기’ 강요 말아야” = 노 회장은 “의사들은 더 이상 가진자라고 볼 수 없다”며 “그렇다고 의사들만 잘먹고 잘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을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해 ‘포기하고 버려라’, ‘양보해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의 저수가·규제 등으로 ‘개원만 하면 돈을 번다’는 옛말이 이미 먹히지 않는 사회라는 뜻이다.
노 회장은 “못가진 의사가 사회 구조나 법이 잘못돼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불합리한 법과 규제, 제도로 의사들이 피해를 받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제대로 된 의사노릇, 가장노릇 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노력하지만 그와 더불어 (불합리한) 제도와 법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회장은 “이같은 문제점이 결국 의료계 자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라 지적하면서 “이제부터는 의료계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도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노력하는 입장 아닌가. 하지만 도태되고 어려움에 처한 분(개원의)들은 정부, 국회,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이런 문제들이 의협을 비롯한 의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그동안 소극적으로 소리만 지르는 방식은 안된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든 국민 설득이든 이제는 적극적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각 개협 참여 위해 회칙 대대적 개정할 것 … 의협 힘 좀 실어달라” = 노 회장은 내년에 열릴 대개협 평의원회에서 각과 개원의협의회(각개협) 출신 임원들을 대거 임용하기 위해 회칙을 크게 손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노 회장은 각개협 회장단의 수장 출신으로, 지난 6월 대개협 평의원회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각개협 회장단을 해체하고 각 진료과의 목소리가 회무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노 회장은 “많은 진료과가 대개협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서는 회칙 개정이 필요하다”며 “가능한 많은 각개협 회장들이 집행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내년 열릴 평의원회에서 대대적으로 회칙을 손보겠다. 임원의 수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전체 임원의 수는) 운영의 묘로 살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지난 평의원회에서 대개협의 재정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상 전 집행부의 회계상태를 엄격히 확인해 재무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사실 오늘 연수교육은 재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하다”며 “아직 전 집행부로부터 확실한 (재무관리) 근거와 자료를 받지 못해 인수를 받지 못했다. 작년 추계연수교육이 올해와 인원·예산·지출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바탕으로 (전 집행부의 예상 집행을) 현 집행부와 비교할 것이다. 비슷하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차이가 크다면 이유를 듣고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는 내년 감사보고서에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마지막으로 개원가와 의료계, 대개협의 어려움을 해결할 곳은 의협뿐이라며 개원의들의 의협 지지를 호소했다.
대개협의 예산은 몇 년 전만해도 1억원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5700만원가량으로 축소됐다. 회원들의 회비 납부가 적어진 탓에 의협 산하 단체들의 예산이 축소됐고, 의협이 추진해야 할 고유사업마저 위축돼 대정부·대국민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노 회장의 설명이다.
노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궐기대회에서 내가 연대사를 했다. 현 집행부를 싫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쟤(노 회장)가 아부하나’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가 추 회장을 옛날부터 좋아한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많이 안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천 표든 아니든 선거를 통해 뽑힌 회장이라면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도와달라. 대개협에서도 필요한 사안에는 협조하겠다”며 “또 대한의학회 등과 함께 회비 납부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의협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