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황태자, 교수 아닌 외상센터 선택
응급의료 황태자, 교수 아닌 외상센터 선택
경북권역외상센터 박성진 과장 "지역주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되고 싶어"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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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안명휘]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소년처럼 생긴 얼굴이지만 소위 경상도지역 ‘응급의료의 황태자’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 메디컬 드라마 ‘골든타임’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환자를 대할 때만큼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게 돌변한다. 바로 경상북도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박성진 과장이다.

박 과장은 해운대 백병원에서 다발성 중증외상 전문의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직을 마다하고 ‘중증외상 낙후지역’으로 손꼽히는 경상북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외상외과 과장의 길을 택했다.

그가 ‘응급의료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유는 그에게 황제는 바로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의료 서비스를 받은 환자들은 한결같이 ‘황제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경상북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안동병원에서 박성진 과장을 만났다.

 

 

 

▲경상북도 권역외상센터 박성진 과장
#. 외상환자를 다루는 의사가 다른 과에 비해 힘들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과를 마다하고 외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일반외과를 공부했다. 전문의가 되고 나서 2008년 즈음 외과계는 유방, 하지정맥류 등이 인기가 있었다. 한때 항문질환분야가 인기가 있었는데 늘 그렇듯 인기 있는 분야는 금방 포화상태가 된다. 인기 있는 분야를 전공하면 대학병원을 그만두더라도 봉직의로 일 하거나 개업을 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근무할 당시 중증외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의료진이 없는 경우, 환자가 병원을 찾아와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환자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외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주대학교병원에 계시는 이국종 교수님을 찾아뵙고 여러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듣고 난 다음에 마음을 굳혔다. 외상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서 생각했다. 결론은 교수보다는 외상센터에서 적극적으로 외상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국가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 안동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많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대학병원의 경우는 레지던트들이 있어서 환자와 관련된 여러 업무 중 상당부분을 레지던트가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외상환자를 치료한다고 하는 것이 누구에게 맡겨서 하기가 쉽지 않다. 외상환자를 치료하려면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가 많다. 예전에 근무하던 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지 못한 곳이었다. 대학병원이기는 하지만 외과 레지던트가 거의 없었고 외상환자 치료와 관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코디네이터 등을 요구해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안동병원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되고 나서 보건복지부에서 코디네이터 2명을 충원토록 하고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에 대한 지원도 충분하게 하고 있다. 의사들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특히 외상관련 술기나 의학적인 최신지견은 계속 공부하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권역외상센터에서는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받아 배울 수 있는 범위가 넓어 환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 지난해 12월 경상북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안동병원 외상외과 의료진의 수술장면


#. 응급환자가 주로 저녁에 많이 발생하나? 종일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무척 힘들 것 같다. 

“어느 시간대에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외상환자가 병원이나 외상센터를 찾는지에 대한 통계는 아직 없다. 그런데 주로 밤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저녁 내내 수술장에서 수술 마치고 나와서 해 뜨는 것 보고 중환자실 가서 환자들 살펴보고 그러다보면 또 밤이 돼서 응급실에서 환자들 보고 하는 것이 반복되다보니 가끔은 내가 뱀파이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문제는 오랫동안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려면 힘들게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없다. 중증외상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나서는 후배들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외상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스템이 무너진다. 의료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편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만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너무 힘들게 진료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외과에 지원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게 하기 위한 당근이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외상환자 치료에 투자해 줬으면 한다.”


#. 다른 의사들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혀 달라. 

“예전에 아주대학교병원을 찾아 이국종 교수님을 만났을 때 ‘외과 의사들 중에 자기 손에 피 묻혀가며 수술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만큼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데 집중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다. 외상학회에서 주관하는 외상세부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도 많지 않다.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되더라도 보건복지부에서 요구하는 의료진을 구성하고 나면 외상환자 외에 다른 환자들을 볼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의사들은 선뜻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환자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동병원의 권역외상센터가 잘 되면 전국 각지에서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오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상북도 권역외상센터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안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국적으로도 상위에 랭크돼 있는데,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를 잘 돌봐온 노하우와 앞으로 외상환자들을 접하면서 경상북도 지역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지역주민들이 ‘안동병원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환자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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