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환자치료 취약지역, 경북권역외상센터를 가다
외상환자치료 취약지역, 경북권역외상센터를 가다
안동병원 김효윤 병원장 “대규모 투자 + 드라마 주인공 영입 등 사망률 감소 노력”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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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안명휘] 이 지역에는 약 250만명이 살고 있고 유동인구가 연간 3300만명에 달한다. 이 지역은 교통사고 사망환자 발생률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고 중증외상환자 발생률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지만 응급상황이 되어 각 읍면동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까지 가려면 평균 1시간 이상이 걸린다. 바로 경상북도의 응급의료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상환자 취약지역’에 속하는 경상북도 지역에 24시간 다양한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권역외상센터가 있다. 지난해 12월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안동병원 권역외상센터다.

헬스코리아는 10여년 이상 경북지역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온 김효윤 안동병원장과 드라마 ‘골든타임’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박성진 외상외과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효윤 안동병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효윤 안동병원장

#. 경상북도 지역은 흔히 ‘의료낙후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일단 용어에 대한 정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의료낙후지역’이라는 표현보다는 ‘외상취약지역이나 외상낙후지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경상북도는 약 25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유동인구는 연간 3300만명에 달한다. 65세 인구가 전라남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아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도 필요한 지역이다. 그런데 노령인구가 많다보니 각 지역에 있는 병·의원에서 나이가 많은 환자들에 대한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문제는 교통사고 사망환자 발생률과 중증외상환자발생률이 전국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기관까지 평균 1시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경북지역은 인구에 비해 도로 여건이 좋다. 그만큼 차들이 빨리 다니는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발생률도 높다.

그런데 대도시 지역이라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응급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해 살릴 수 있지만 경북지역은 그런 것이 어렵다. 인구의 대부분이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서 농기계나 전기톱 등에 의한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이 경우도 환자가 응급의료기관까지 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환자가 가까운 응급의료기관까지 오더라도 중증외상환자인 경우 수술 등 신속한 대응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 신속한 환자 이송과 예방가능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안동병원은 지난 2000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이전에도 경북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의료기관이다보니 타 응급실에서 이송돼 오는 환자 등 다양한 응급환자 사례를 접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환자들이 일단 사고발생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을 찾았다가 거기서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다시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북 북부에 있는 많은 의료기관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환경인 경우가 많다. CT도 없고 단순 혈액검사도 불가능한 의료기관도 많아 그곳을 거쳐 오는 것이 환자에게는 시간낭비일 수 있다. 이송되는 과정에서 치료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지역의료기관과 119소방서 구급대 등과의 유기적인 관계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부터는 닥터헬기가 운항을 시작해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경북 전 지역에 30분 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현장도착과 진단,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헬리콥터로 모든 중증외상환자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송체계에 대한 개선과 의료기관간의 환자이송을 위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119대원들은 보호자가 원하는 병원, 가장 가까운 병원 순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많다. 그 병원으로 이송하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 알면서도 보호자들 성화에 못이겨 진단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다보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외상환자의 경우 바로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게 하는 법적 안전장치 등을 만들어줘야 환자도 살리고 119대원들의 소명의식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경상북도 권역외상센터인 안동병원에서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장면


#. 지난해 12월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다. 경북지역 중증외상 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병원의 응급의료센터 수준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진단 후 시술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다. 시술 예후도 무척 좋은 편이다. 문제는 외상환자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에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응급의료시스템에 외상센터가 더해지면 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권역외상센터 사업 신청 기회가 있어 신청하게 됐다.

외상센터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모든 팀이 환자가 오면 즉각 투입돼서 골든타임 내에 환자를 살리는 방식이다. 기존의 당직 체계가 아니라 상시대기 체계 형태로 중증환자 치료에만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그만큼 예방가능 사망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통해 국가적 지원을 받아 우수한 외상외과 의료진을 초빙하고 원내에 있는 경험 많은 의료진의 임무전환 등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구성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중증 외상환자가 바로 권역외상센터로 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경북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든 1시간 내에 근본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외상전담인력 구성은 어떻게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외상센터를 운영할 계획인가.

“1팀 5명 체계로 4개 팀을 구성해 항상 외상전문팀이 외상센터에 상주하고 있도록 하고 있다.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3명,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정형외과 전문의 1명이 한 팀을 이룬다. 외상팀을 보좌할 수 있는 마취과, 방사선과, 응급의학과 등의 인력도 필요해서 20명의 전담의를 포함해 30여명의 전문의를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외상외과는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서 박성진 과장님을 초빙할 수 있게 돼 권역외상센터가 잘 자리 잡기 위한 큰 힘을 얻었다.

권역외상센터가 잘 되려면 지역 의료기관과의 공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중환자실 20베드, 병실 40베드만 운영하고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뢰해 온 중증외상환자는 급성기가 지나면 2주 이내에 재의뢰해서 지역의료기관에서 재활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지역의료기관에서 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전체적인 의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역외상센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의 우수한 의료진이 외상보다는 암이나 다른 질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외상환자를 다뤄본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외상환자를 다루는 것이 의료기관입장에서 돈이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상센터,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해 보니 병원 질도 올라가고 환자도 많이 온다는 것을 경험하고 확인해 보면 인식의 전환도 이뤄질 것이고 다른 의료기관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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