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홍제역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 남성에게 응급치료를 한 뒤 유유히 사라져 ‘홍제역 천사’로 불렸던 익명의 승객. 수소문 끝에 찾아낸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기획실 이은영 연구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원은 연신 ‘별 것도 아니었다’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조곤조곤 당시 상황과 제세동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9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1월 28일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한 남성분이 쓰러져 계셨어요. 얼굴빛이 안좋아서 위험하다 싶었는데 그분들의 처치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분께 가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제세동기를 작동시킨 뒤 119구조대원이 오기 전까지 제세동기를 사용하며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관공서 직원·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좀 더 ‘자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보니까 그분(역무원)들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두 번밖에 받지 못했다 하더라고요. 처음 겪는 상황이니 그분들도 당황했을 거고 제세동기를 들고오지 못했던 것 같고요.
또 교육이 자주 진행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미국 심장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데요. 몇 년에 한 번씩 내용이 수정됩니다. 교육내용이나 지침이 바뀌는만큼 직원들이 자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거죠.”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외과 수술 의료기관 내 제세동기 배치’ 역시 긍정적으로 답했다.
“의료인이지만 제세동기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최근에는 병원에서 쓰는 기구보다 공공시설에 배치된 제세동기가 더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제세동기를 자주 접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이를 배치하면 위급 상황에서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심평원이 시행중인 급성기 심근경색증 적정성평가가 이후 의료기관의 조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심평원의 사업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스갯소리로 ‘병원에 가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 (의료진이) 빨리 조치를 해준다’는 말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된 이유가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분(환자)이 치료를 빨리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심평원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죠.”
이 연구원은 7년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 재직하다 2년전 심평원에 입사했으며, 현재 평가지표를 위한 자료 생산과 연구용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