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19 화학구조센터’ 1년, 어떤 일들이 있었나?
‘울산 119 화학구조센터’ 1년, 어떤 일들이 있었나?
지난해 65건 사고대응, 전문 구조센터지만 인력·장비 부족 문제는 여전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09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안명휘 기자] 지난해 1월 말, 울산에 ‘119 화학구조센터’가 문을 열었다. 화학사고 등 특수사고 발생시 2시간 내에 완벽한 사고수습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당시 소방방재청 중앙 119 구조본부는 화학재난 대비 정부부처 합동 대응을 위해 울산, 시흥, 익산, 서산, 구미, 여수 등 6개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를 개소했다.

 

 

▲ 전국의 119화학구조센터의 위치 및 관할구역

 

특히 울산 119 화학구조센터의 경우 울산화학산업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화학물질 관련 업무가 국내 전체 제조량의 약 34.2%, 사용량의 29.5%에 달하고, 마산-창원 국가산업단지, 부산광역시 등 경상남도 전역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체 화학물질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전문화된 사전 예방·점검 및 화학사고 대응을 전담하는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설립 1주년을 갓 넘긴 ‘울산 119 화학구조센터’에서 새로 부임한 유현진 센터장을 만났다.

 

 

 

 

▲울산 119화학구조센터 유현진 센터장
#. 센터 설립 1주년을 맞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관할지역 내에서 얼마나 많은 화학사고가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했나.

 

 

울산 공단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화학산업단지라서 규모도 크지만 시설 노후화가 많이 진행돼 이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울산 119화학구조센터 개소 후 1년 동안 총 73건의 출동이 있었다. 지난해 65건의 출동이 있었는데 누출사고 26건, 화재 14건, 폭발사고 2건 등 주로 누출사고가 많았다. 센터 내에 화학구조를 전담하는 119대원들이 있고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타 부처 및 기관 직원들도 함께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사고 발생정보 입수와 대응정보 논의에 도움이 된다. 화학 사고라는 것이 각 부처별로 적용되는 법령이 서로 달라 각 부처별로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 화학사고에 대한 대응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

일단 화학사고 관련 신고가 119신고센터에 접수되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에서 먼저 출동한다. 센터에 경상남도지역 전체 소방무전을 들을 수 있는 장비가 마련돼 있어 경남지역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한 경우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울산지역 내 소방서가 총 4곳이 있는데 그 중 2개 소방서에는 화학전담팀이 있다. 울산공단 안쪽에 위치한 소방관인데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해당 소방서 소방관들이 먼저 출동해 초동조치를 취하고, 화학구조센터 소방대원들과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합류해 공동 대응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소관부처별로 유해화학물질은 환경부, 유해물질은 고용노동부, 과학가스나 액화석유는 산업통상자원부, 위험물은 소방에서 다룬다. 총 5개 법이 서로 중복되는 부분도 있고 놓치는 부분도 있어서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여러 부처 공무원들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경남지역은 원전도 많고 전쟁 등 국가재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화학구조센터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가 많을 것 같다. 

울산지역이 대한민국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한 훈련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재난안전한국 훈련이나 소방서별 긴급구조훈련 등에 화학센터 소속 대원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화학사고나 화생방 등 전시상황에 대비한 훈련은 53사단 화학부대와 함께 훈련한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대응책은 미흡한 면이 많다. 원전에 관한 정보가 대외비로 분류돼 있는 경우가 많아 자료를 제공받기 어렵다. 사고가 나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아쉽다. 원전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도 많이 부족하다. 원전 시설 내에 퇴직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소방대가 있기는 하지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화학구조센터에서 뭔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다. 우리 센터가 가지고 있는 방사능방호복이 2벌밖에 없다. 원전 사고가 나면 현장에 출동해서 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한계 내에서 구조하러 가겠지만 현재로서는 원전사고가 발생해 출동하더라도 주민들 대피시키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우리 센터는 경상남도 전역을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남부소방서와 온산소방서 2군데에 화학전담팀이 있어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마산-창원 국가산업단지 등 경상남도 남부 지역의 경우에는 화학사고 대응을 위한 기능이 많이 부족하다. 경남 남부지방을 관할하는 화학구조센터가 추가로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산 119화학구조센터 대원들이 울산화학산업단지 내에서 화학사고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 처음 센터를 찾아오는데 건물 부근에서 한참 헤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19의 모습이 아니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말해 119화학구조센터라는 제도가 불산 누출사고 발생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제도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안전사고’에 대한 관념이 부족해서 어떤 사고가 터지면 일단 센터를 만들고 추가적으로 인력이나 장비를 보충하는 형태다. 임시청사라도 하나 세우고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모두 갖춘 다음에 어떤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면 ‘그걸 왜 하느냐?’는 비난을 받는다. 대부분의 119 소방대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화학센터 소방대원들도 마찬가지다. 2016년에 신청사 건축이 완료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임시로 임대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배치해 놓은 장비운반차, 다목적 굴삭기 등을 동원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인력이나 장비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 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서도 ‘장비도 없으면서 왜 왔느냐?’는 비난도 듣는다. 현재 울산 화학구조센터는 119대원 19명이 한 부서에 6명씩 근무하는 형태로 하고 있다. 낮에 12명이 근무하고 야간에 6명, 주말 6명씩 근무하는 형태다. 차량이 총 4대가 있는데 조만간 3대가 더 보충될 예정이다. 장비를 다 운영하려면 한 부서당 10명 정도의 인원이 있어야 원활한 운용이 가능한데 장비는 물론이고 인력이 부족한 점이 문제다. 건강관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소방대원은 몸과 체력이 재산이고 생명줄이다. 매일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시설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센터 인근의 휘트니스센터를 이용해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 소방방재청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 산하로 편입되면서 달라진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나. 

소방이 안전처 산하로 편입되면서 느끼는 점은 한마디로 ‘시어머니가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방재청이 별도 조직으로 존재할 때는 보고체계가 일원화돼 있어 소방대원들이 현장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안전처 산하로 편입되면서부터는 사고가 발생하면 보고가 필요한 소관 부처별로 일일이 보고해야 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보고해 달라는 곳이 많으니 대원들은 현장에 출동했다가 녹초가 돼서 돌아와 행정업무도 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경우도 인력이나 장비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에서 관할한다. 국민안전처는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인데 안전처 내부적으로도 현장인력은 얼마 안 되고 행정직이 많다. 그러다보니 현장중심의 행정보다는 문서행정이 많다. 솔직히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 공무원의 비중이 적은 편이다. 소방직 공무원들 전체를 국가직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소방대원들 장비나 시설이 열악한 것은 오래전부터 문제돼 왔던 부분이다. 화학센터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을 하거나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이런 문제는 전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소방공무원들이 공무원 중 평균수명이 가장 짧다. 그런데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소방공무원과 경찰공무원 연금 지급을 65세부터 한다고 들었다. 솔직히 60을 넘으면 소방장비 착용하고 방호복 입고 일하기 어렵다. 당장 현장에 투입되는 장비나 인력 문제도 그렇고 연금 부분도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인력에 대해서는 60세부터는 지급해 줬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