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업계 M&A(인수·합병)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M&A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단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다각화’로 바뀌는 양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 광동제약, 삼성제약 등이 최근 잇달아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인수대상도 각각 의료기기업체,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화장품 사업 등 제약산업과 무관한 업체여서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생존을 위한 M&A’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와 약가 인하 등으로 위축된 제약사들이 ‘생존형 M&A’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동제약의 경우,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삼다수 사업의 시장 점유율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삼다수의 유통계약기간은 2017년까지인데 제주도가 직영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어 ‘신(新)사업’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M&A 목적에 대해 ‘사업다각화’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약 하나만으로는’ 성장 정체에 빠져있는 경영 환경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제약업계의 위기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M&A’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제약사들이 본업인 신약개발보다 M&A를 통한 단기적 수익창출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에서다. 이종업계 간 M&A를 추진하다보니 관리가 부실해지거나 추후 브랜드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국내 제약사들은 연초 M&A를 줄줄이 성사시키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국내 제약사 간 M&A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은 이들 제약사들의 책무는 더욱 무거워졌다. 모범적 M&A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다. 다가올 3월, 봄바람을 탄 M&A가 제약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