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마음 사로잡는 병원 만들어야”
“개원의 마음 사로잡는 병원 만들어야”
이대목동병원 신상진 진료협력센터장 … “우리도 1등의 기억이 있어”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2.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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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대형병원과 지역병·의원 모두 고심하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진료협력이다. 중증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에서 대형 기관으로 넘기고 다시 돌려보내는 ‘의뢰-되의뢰’ 관계가 몰락한 것이다.

의료계가 어려워지니 개원가는 근처에 위치한 대형 의료기관에 환자를 넘기지 않고, 넘긴다해도 자신의 출신 학교가 운영중인 병원에 환자를 전원시킨다. 대형병원 역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소규모 의료기관에 환자를 되돌려보내지 않는다. 특히 서울의 ‘빅5’ 병원을 제외한 지역 내 대형병원은 사정이 더욱 심각한 편이라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런 와중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의사가 있다. 지난 해 연임한 이대목동병원 신상진 진료협력센터장(정형외과 교수)이다. 그는 이화여자대학의 특성상 동문이 적고 지역 내 선호도가 떨어지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기 3년차를 맞은 신 센터장에게 대형 병원이 지역 개원의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그가 강조한 한 마디는 ‘신뢰’였다.

▲진료협력센터를 맡은지 벌써 3년째다. 그동안 지역 병·의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을텐데 구체적으로 했던 행동이 있다면 무엇이 있었는지.

▲ 이대목동병원 신상진 진료협력센터장

“(거대병원과) 우리 병원은 다르다. 만약 로컬(지역 병·의원장)이 환자에게 ‘세브란스에 가라’, ‘아산에 가라’고 한다면 환자들은 알겠다고 하며 갈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대목동병원에 가라 하면 환자들은 ‘좀 더 큰 병원에 보내달라’. ‘거기가 어디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이런 개원의와 환자들을 우리 병원으로 오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3년간의 일이었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전국구보다 우리를 둘러싼 지역구(서울 강서·양천·구로구, 부천시, 광명시, 김포시 등)의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센터에서 직접 병원의 임원진을 만나 식사를 하며 그동안 우리 병원에 쌓였던 불만을 듣고,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그 외에도 공식적으로 봄에는 학술대회를 진행했고, 연말에는 각 시·구 의사회장등이 참석하는 ‘협력 병·의원장의 밤’ 행사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각 행사에 참가하는 의사들의 진료과를 파악해 많이 오는 진료과 개원의와 우리 병원 과장을 소개하고 직접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역내 분위기가 나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지역 개원의들의 특징이 있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강서·양천구는 각 과마다 개원의협의회와 진료과별 모임이 많다. 개원의들의 모임이 끈끈하고 친하게 모이는 ‘가족같은 분위기’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개·폐원도 빠르지 않다. 사실은 이 끈끈한 관계 속에서 우리 병원이 신뢰를 얻기 힘들었다. 신뢰를 위해 그만큼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물론 우리 병원은 그 분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개원의들이 토로하는 불만은 무엇인가.

“이런 경우가 있다. 협력 병·의원에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보낸다. 그리고 수술이 바로 진행되면 다행인데, 일정상 수술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 환자의 정확한 병증이나 수술 시기 등을 까먹는 것이다. 지역 병원장이 환자를 잘 설득해서 우리 병원에 보냈음에도 환자가 제 때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환자들은 수술이 잘 끝나면 집과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길 원하는데 이도 잊게 되는 때가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 센터에서는 각 환자의 의뢰-대의뢰를 전담하는 직원을 뒀다. 의사들이 환자를 잊어도 시스템으로 환자에게 적정한 입·퇴원 시기를 알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만약 다른 병원이 필요하다면 근처에 있는 협력 병원을 잡아주고 환자에게 설득시키는 등의 체계를 구축했다.”

▲사실 이대목동병원은 지역사회에서 ‘지역 사람들이 안가는 병원’으로 불렸었다. 또 이대 출신 동문은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의사의 출신 학교가 의뢰-되의뢰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점도 병원에게는 약점 중 하나일텐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처음 센터장을 맡았을 때, 이같은 사실을 알고 ‘병원이 뭘 했길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보니까 병원도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더라. 게다가 출신 학교의 병원 근처에 병·의원을 개설하는 의사들의 분위기가 있었다. 의사 입장에서는 굳이 여기보다 연건동이나 신촌(각각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지칭)에 보내는 것이다. 물론 내가 연세대 출신 의사들을 설득할 수는 있었지만(신 센터장은 연대의대 출신이다) 다른 병원 출신 의사들을 사로잡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 오히려 그같은 사실이 장점이 되더라. 오히려 모든 과를 다 흡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학교는 달라도 인간적으로 신뢰를 얻고 친해지면 거리낌 없이 환자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개원의의 출신을 따지지 않고 거리낌 없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개원의들에게 들은 의견으로 시설이나 병원 경영책을 바꾼 것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응급실을 바꿨다. 개원의들이 (병원을 옮기는 환자에게) ‘이 병원에서 잘 해줄 것이다’라고 하며 환자를 보냈는데, 응급실은 인턴·레지던트가 근무를 하다보니 ‘어디서 이딴 환자가’ 라던가 ‘누가 이런 환자를 보냈느냐’ 하는 식의 막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응급실 담당을 지도하는) 해당 진료과장이나 의료원장에게 해당 불만이 직통으로 닿도록 하는 핫라인을 설치했다.

또 교수들에게도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 나도 옛날에는 환자가 오면 ‘수술할 게 아니다’ 혹은 ‘이런 걸 수술하러 왔느냐’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환자에게 우리 병원을 소개해준 개원의는 ‘돌팔이’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소하게 하는 말에 환자와 병·의원장은 황당하고 화가 난다. 결국 이들은 우리 병원에 환자를 보내지도 찾지도 않는다. 그리고 병원장들의 입소문이 이어지면 다른 병원들도 환자를 안보낸다. 이렇다보니 나나 우리 병원장님이 바로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 분들에게 전화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6월 X선 사건(촬영시 환자들의 부비동 X선 사진의 좌·우가 뒤바뀐 사건이며 그 당시 570여 명이 잘못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단 관련기사 참고) 이후 의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오히려 그건 개원의들한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사건을 보면 얼굴을 앞으로 뒤로 찍는 과정에서 마킹이 안돼서 발생한 사고인데,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이 차이를 알고 있다. 물론 병원은 협력 병원들에게 사과를 하고 사건의 전말을 경위서로 보냈다. 그런데 오히려 의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내줬다. 생각보다 병·의원들에게는 여파가 오래가지 않았다.”

▲앞으로의 센터 운영계획을 설명해 달라.

▲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신 센터장은 협력 병·의원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의원장을 직접 만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법은 계속 만나는 것 뿐이다. 처음 센터장을 맡은 2년(2013~2014년)동안은 협력병원이 있던 곳을 4개 시·구에서 7개로 늘렸다. 2년은 관계를 만들기 위한 기간이었다. 올해부터는 우리에게 환자를 많이 보내는 곳보다 안보내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찾아가는 모임’을 곧 실행할 예정이다.

모임에서는 해당 병원장들에게 대놓고 ‘왜 우리 병원에 (환자를) 안보내냐’고 물어보겠다. 오해가 있으면 푸는 식으로 그들과 만남을 가질 생각이다. 이 자리에는 나뿐만 아니라 병원장님이나 의료원장님도 직접 참석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마침 3월에 시·구의사회장들이 바뀌니 그 때 형식적이 아닌 진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또 학술대회 같은 경우 단순히 센터 차원에서 하는 것을 벗어나 우리 병원 내 각 센터·과에게 예산을 나눠줘 각개전투로 지역 병·의원장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올해 학술대회를 하면 9회차가 되는데 야구도 9회말이면 뭔가가 바뀌지 않나. 센터는 협력 병·의원장의 밤 등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학술 분야는 각각의 전문의에 맞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터뷰를 끝내고 신 센터장은 프로야구단인 넥센 히어로즈를 언급하며 향후 진료협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팀은 서울 목동에 연고를 두고 있다. 신 센터장은 넥센의 팀닥터를 맡는 등 야구팬으로도 유명하다.

“넥센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만큼의 강팀입니다만, 팀닥터 초기에는 리그 막바지마다 팀의 성적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후에 생각해보니 이 팀은 ‘이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잘친다 하는 기사가 나오면, 그 선수는 자신의 정신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거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기사 내용만 생각나서 오히려 몸에 힘이 들어가고 제대로 된 타격을 못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 병원도 마찬가지에요. 매우 큰 병원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잊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원내 강연에 나가면 제가 말합니다. 조선 말기 병원은 제중원과 우리 병원 뿐이었다고 말입니다. 그 둘의 경쟁에서 우리가 이겼던 때가 있었으며 1등의 기억이 있는 병원이라고. 그러니까 오히려 더욱 우리의 목표를 바짝 다지자고. 더욱 노력해서 개원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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