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 온다면 또 받을 겁니다”
“에이즈 환자 온다면 또 받을 겁니다”
환자 사망 논란 염안섭 원장 “진료에 최선 다했을 뿐” … 인권단체 사망책임 주장 반박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2.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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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의 소개로 에이즈 환자의 말기 암치료를 맡았던 의사가 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에이즈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그의 병원을 찾았다. 그는 지원되지 않는 환자의 치료비를 사비로 부담하면서까지 치료를 지속했다. 그 결과 한 때 병원을 찾았던 에이즈 환자는 60명에 달했다.

#. 인권단체로부터 ‘나쁜 의사’ 소리를 듣는 이가 있다. 이 의사는 간병사의 성추행을 은폐하고 전원된 환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환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적당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돈벌이에 급급해 환자를 죽였다는 것이다.

사실 두 의사는 같은 사람이다.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연세의대 가정의학과) 원장이다. 한 쪽에서는 지역사회와 에이즈 환자를 위해 의술을 펼친 착한 의사로, 다른 한 쪽에서는 범죄 사실을 은폐하는 나쁜 의사로 비쳐지는 의사. 헬스코리아뉴스는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는 그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소재 그의 진료실에서 만났다. 

‘호스피스’하는 가정의학 전문의 … “장기치료 필요해 개원 결심”

▲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

염 원장은 가정의학 전문의이면서도 호스피스 및 말기 암치료를 맡고 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응급실에서 말기 암 환자가 오면 가정의학과로 호출이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과나 외과에서는 이미 모든 항암 치료가 끝나서 환자를 안맡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응급실도 다급하니 결국 가정의학과에 진료 요청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러던 중 마침 한국에 호스피스 치료의 ‘대모’로 불리는 트레이시 메리 수녀가 한국에 입국해 ‘제자를 구한다’는 소식이 염 원장의 귀에 들어왔다. 당시 전공의 기간 중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메리 수녀에게 직접 치료법을 배웠다.

그렇게 말기 환자 치료를 공부한 염 원장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에서 ‘호스피스클리닉’을 개소해 반응이 좋자, 그가 있던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도 같은 클리닉을 만들고 싶었으나 적임자가 없었던 것.

“신촌세브란스에서 클리닉을 맡아 펠로우(임상 강사) 시절부터 직접 외래진료를 봤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다른 과의 펠로우들이 교수들의 업무를 도울 때 저는 그때부터 바로 책임 진료를 했으니까요.”

염 원장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회의감을 느꼈다”고 했다. 말기 환자는 사망시까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를 해야 함에도 대학병원의 특성상 환자의 입원이 길지 않았고, 환자를 정성스럽게 치료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개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침 한국 가정의학과의 창시자인 윤방부 교수님이 그해 대학에서 퇴직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윤 교수님 등 퇴직 교수 두 분과 함께 병원 개원을 시작했고 그게 바로 지금 수동연세요양병원인 거죠.”

“입소문 타고 대기자까지 … 말기 치료 개념 바뀌어야”

개업 이후 염 원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기 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그리고 요양병원은 비싸다는 개념을 깨기 위해 진료의 질을 높이면서도 비급여보다는 급여가 되는 치료의 비중을 높였다.

“현재까지도 저희 병원에 계신 환자 중 80% 이상은 급여 진료를 받으시는 분입니다. 대다수 분들이 일당정액제로 2만2000원에서 5만5000원의 급여 진료를 받으신다는 이야기죠. 솔직히 말하면 돈이 남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런 소문이 퍼지다보니 전국에서 말기 치료를 받기 위한 환자가 줄을 이었다. 병원과 함께 운영하는 실버타운까지 입주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는 치료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한 대형병원에서만 도입했던 통증완화용 온열암치료기를 도입하고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익은 줄어들었지만 환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가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였다. 

“어느 지인의 남편 분이 말기 치료를 받기 위해 우리 병원에 오셨어요. 그런데 사정을 들어보니 이 분이 에이즈 환자시더라구요. 일단 병원으로 모셔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 병원이 에이즈 환자 분들도 받아준다’는 소문이 돌아 에이즈 환자들이 한 분씩 들어오셨어요. 한 때는 에이즈 환자가 60명까지 됐던 적도 있었습니다.”

염 원장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간병비를 지급하면서까지 환자들을 돌봤다고 했다. 그리고 2009년 소문을 들은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찾아왔다. 염 원장은 그 자리에서 “에이즈 환자는 얼마든지 돌볼 수 있다. 다만 에이즈 환자에게 필요한 간병비를 국고로 지원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해서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지난 2010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간병비를 지원받는 에이즈환자 장기요양 위탁기관 1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몇몇 사건이 터지면서 지정이 취소된 상태지만, 그는 여전히 3명의 에이즈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치료, 바뀌어야 합니다.” … 염 원장은 우리 나라의 말기 환자 치료가 ‘삶의 질’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즈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위험 요인을 감수해야 한다. 

“에이즈의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 침투로 인해 뇌를 ‘갉아먹는’ 겁니다. 침투 부위에 따라 몸을 못 가누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끔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환자분은 혀를 깨무는데 잘못하면 혀가 완전히 절단될 수 있어 입을 벌려 자해를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간호사가 입을 벌리려고 하면 이 분이 더 세게 힘을 줘 손가락을 깨무는 거죠. 잘못하다 상처가 나면 그분의 타액이나 입 안의 혈액이 상처부위에 그대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무서운 상황인 거죠.”

그는 “위험한 상황과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말기암 치료든 에이즈 환자 치료든 사실 갈 곳이 없어요. 더욱이 한국의 말기 환자 치료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많은 곳에서 모르핀 놔주고 복수를 빼주는 ‘통증 경감’ 수준에 머물러 있거든요. 이분들의 치료는 말년의 삶을 편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게 제가 원하는 말기 환자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성추행 반박 자료 있다 … 사망 환자, 이미 상태 안좋아”

앞서 언급했듯이 염 원장은 지금 에이즈 환자 및 인권단체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은폐하고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나쁜 의사’로 낙인찍혀 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2011년 한 간병사가 에이즈 환자를 성추행(구강 성교)한 사건이 일어났다. 또 2013년 에이즈 환자인 김 모씨가 원주세브란스병원에서 수동연세요양병원으로 전원됐는데 환자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병원이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아래 관련 기사 참조>

염 원장은 이 두 가지 의혹에 대해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먼저 2011년 성추행 사건과 관련, 이 건은 에이즈에 걸린 남성간병사와 남성에이즈 환자 사이에 있었던 의혹으로, 목격자의 최초 진술도 간병사가 자위행위한 것이었고, 피해자로 지목된 환자도 강제적인 행위나 불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으며 오히려 환자는 이 일로 간병사가 해임되자 오히려 간병사 편을 들며 간병사를 해임시킨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또 강제성이 없다는 간병사(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진술서가 있고, 진술 당시에도 압력이 들어갔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병원에 있던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급여를 받고 업무지시를 받는 직원까지 함께 참여했다는 것이 염 원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염 원장은 2014년 인권단체가 간병사에게 받은 진술에는 육하원칙과 경위가 자세히 기술돼 있으나, 해당 간병사는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아 정확한 진술이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언론에 피해자로 지목된 환자의 상담 일지(질병관리본부 파견 직원이 작성)를 공개하며 ‘해당 환자가 이에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으며 강제성이 없었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했다.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다. 인권단체가 받았다는 진술서에는 ‘24시간 교대’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물론 외부적으로 공개된 자료에는 그렇게 나와 있죠. 하지만 당시도 지금도 저희는 48시간 교대를 합니다. 외진 곳에 있다보니 출퇴근 시간이 길어 근무자들이 간병 시간을 48시간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도 승인했구요. 게다가 해당 간병사는 지체장애 3급으로 정확한 인지가 힘듭니다. 즉 해당 진술이 인권단체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 염 원장이 헬스코리아뉴스에 공개한 자료들(위 자료는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함).

2013년 발생한 에이즈 환자 사망 사건 역시,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가 주장하는 내용과 다르다고 했다. 동성애자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수동연세요양병원을 고발하고 기자회견, 집회 등을 열어 에이즈 환자 사망사건을 공론화했다. 이에 대해 염 원장은 당초에 사망 가능성이 높았다는 원주세브란스병원 주치의의 소견과 환자의 어머니가 ‘그(염 원장)에게 죄가 없다’는 내용의 편지(2015년 1월 작성)를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 원장과 사망 환자의 어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사망한 환자는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의 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에이즈 감염 후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환자는 심한 결핵 증상을 앓고 있었고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와병 생활을 해야만 했다.

결국 병원 의료진과 어머니의 간병에도 불구하고 이미 손쓸 도리가 없었으며 환자가 숨을 거둔 이유가 의료진의 방치 때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당시 사망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와병 상태였지만 환자는 인지기능도 정상적이었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추가적인 치료를 받거나 다시 큰 병원으로 갈 수 있는 경제적 여력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병원은 환자를 급여 치료하도록 합니다. 제가 돈 때문에 환자를 죽게 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처음부터 돈보다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치료를 하는데, 이같은 주장(돈 때문에 환자를 죽게 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요양병원 역할 강화돼야 … 에이즈 환자 또 받을 것”

염 원장은 그러면서 요양병원이 다양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암환자는 10만 명이 넘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이런 시설을 만들고 병상을 놓는다고 해도 암 환자들의 수에는 모자랍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요양병원들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이들을 케어해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염 원장은 “앞으로도 에이즈 환자를 받을 생각”이라며 자신의 소신진료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가 말기 에이즈 환자를 치료했을 때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고자 할 뿐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에이즈 환자를 맡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고 해도 저는 그 환자를 받을 겁니다. 의사는 항상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의사의 본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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