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공단에는 국민건강변호인이 있다
건보 공단에는 국민건강변호인이 있다
1급 선임전문연구위원 김준래 변호사 … 연간 50건 소송 담당, 승소율 90%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1.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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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

법률가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합리성이다. 합리성을 갖춘 변호사는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시험을 합격하고 소송 실무를 여러 번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련 법률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법리적으로 이끌어 낼 방법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새로운 연구결과나 신약이 나올 때마다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당사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 주는 변호사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1세대 변호사 김준래씨다.

대학생 때 장애인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그는 변호사가 된 뒤 공직 변호사로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로 활동한 지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는 관련법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던 보건의료분야에 뛰어들어 무에서 유를 창조해왔다.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는 까닭에 인터뷰 일정 잡는 것도 어려웠다. 건보공단 홍보실과 수차례 접촉 끝에 27일 ‘국민건강변호사’로 활동해 온 김준래 변호사를 만났다.



-. 법률도 어렵지만 보건의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특히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두 분야를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도 보건의료관련 법률정보나 소송관련 내용을 찾아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11년 전에는 더 어려웠을 것 같다.

“건보공단에 처음 입사 해 업무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참고할만한 논문이나 자료도 없었고 교과서도 없었다. 소송 누적관리도 미흡해 자료 한 번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의견서 하나 쓸 때마다 논문을 쓴다는 마음으로 자료를 찾고 공부하면서 썼다.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소송을 하게 되면 함께 일하는 법무지원팀 식구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고 함께 고민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한 달에 절반 이상은 법정에 출석하면서 필요한 자료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분야만 10년 넘게 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도 쌓이고 자료도 꽤 만들어져 지금은 보건의료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 주로 어떤 소송을 몇 건이나 하고 승소율은 얼마나 되나.

“1년에 50건 정도의 소송을 담당한다. 공공기관이다보니 승소율이 높은 편이다. 승소율이 90% 정도 되는데, 이 정도 승소율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건보공단 본부 법무지원실 직원들과 지사 실무담당자들 노력이 크다. 공단에서 진행하는 소송은 요양기관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급여 환수 관련 소송도 꽤 있고 사무장병원 관련 소송도 많다. 무자격자 요양기관 경영 문제 같은 경우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지능화 돼 가는 추세라 현장 실무담당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소송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어렵다. 입사 초기에는 한 달에 절반 이상은 법원에 출석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는데 이분들 덕분에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직원들과 실무담당자들에 대해서는 항상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 기억에 남는 소송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난 2008년 7월에 선고를 받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취소(대법원 2008.7.10, 선고, 2008두3975, 판결)’소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허위로 청구한 의료급여를 환수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다. 그러나 이 소송에서 ‘법률에 의해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을 지급받았다면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판례는 현재 현지조사부당청구권 관련 사건이나 의료기관 개설기준위반 사건 판결문 도입부에 건강보험법상 사위행위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주요 인용판례가 됐다. 이 판례를 통해 건보공단과 의료기관간 분쟁에서 자칫 모호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급여 환수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화분을 많이 키우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식물이 좋다. 아마 성장환경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모님께서 과수원을 하셨는데 식물을 키우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서도 화분에 70여 종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 아내는 관리하기 힘들다며 싫어하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도 되고 공기 정화작용을 하는 효과도 있어 어려 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법무지원실에 화분이 많아서 공단 내에서도 아마 이곳 공기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일과 연구를 병행하다보면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부족할 것 같다.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거의 매일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됐다.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도 되도록 부재중 아빠가 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요즘에는 가급적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일과 공부를 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돼 주는 사람은 내 가족이다. 특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항상 지지해주고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 집사람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 건보공단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의료기관과 소송이 많은 만큼 아쉽거나 안타까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려 달라.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부당청구 등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부당청구를 하거나 다른 위법한 사항이 적발돼 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수는 의도치 않았거나 관련 법령을 잘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의료인들 상당수가 자신이 위법행위를 했다는 것을 안 시점에서는 이미 경고나 환수조치 심지어 소 제기 다음에 아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소송하다보면 이처럼 의료인들이 의료행정을 몰라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장병원의 경우 의사들이 이용만 당하고 무자격자가 도주하면 해당 의사가 다 뒤집어쓰기도 한다. 의사들이 얼마나 순진하냐면 부당청구로 인한 환수를 통보했더니 "내가 원장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의사들이 의학적인 면에선 전문가일지 몰라도 행정이나 관련 법령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안타까운 상황이 많다. 법이나 행정적인 규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부당청구금액에 대해 무조건 환수하거나 소송으로 가는 것보다 자진신고하면 금액을 감면해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도 모르게 무자격자에 고용될 경우 빠져나오고 싶은 의사들에게 복귀의 길도 터줘야 할 것 같다. 행정은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령이 바뀔 때마다 의사들이 알 수 있게 홍보도 하고 관련 교육도 받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단의 책임도 막중하지만 의사들이 사무장병원이나 불법 네트워크병원 등 국내 의료법이 허용하지 않는 의료기관에는 고용되거나 연루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금도 법률정보 검색프로그램 등에서 의료소송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고 심지어 법원에서도 담당 판사가 자료 검색을 못해 재판하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연구하고 실제 소송에 접목했던 사례들을 엮어 책을 내는 것도 의료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말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1년간 이 분야 일을 하면서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하급심 판결 등에서 얻은 결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인들의 경우 실무에서 접해보면 정말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많다. 속이려거나 나쁜 짓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법령을 몰라서 위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는 자료집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동안 경험한 것을 정리해서 공유할 수 있다면 새로 개업하는 의사들은 물론이고 기존에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러 의료인들이 부당청구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적인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요양기관 개설관련 부분이나, 진료비 청구 소멸시효 등 많은 사례들이 있어 별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급여제한, 의료사고, 환자 보상 등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도 자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에 공단에서 신규 변호사를 선발한다고 들었다. 공단 변호사에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한마디 해달라.

“건보공단의 소송은 국민을 위한 사업이다. 공단 변호사는 항상 공인의 자세로 변호에 임해야 한다. 이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 공단 소속 변호사는 의뢰인만을 위한 변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 의료계, 제약산업 등 보건의료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일을 한다. 국내 의료를 바라보는 총괄적인 균형감각과 미래 의료사회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공단 변호사로 일 하다보면 국민, 의료계, 산업의 입장은 물론 공단의 입장도 모두 고려한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소송을 한다는 자부심과 열정이 있다면 일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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