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올해 나이 58세의 한 남성이다.
이 남성은 지난 2009년 전두측두엽 치매진단을 받았다. 흔히 치매라고 하면 기억력이 손상되면서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두측두엽 치매는 사정이 다르다.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치매가 악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뛰어난 예술적 학습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남성이 그랬다.
국내에서는 처음 보고된 사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팀에 따르면, 전두측두엽치매는 판단과 계획,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과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에 발생하는 치매의 한 형태로, 일반 치매와 달리 기억력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치매인 줄 모르고 지나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 환자의 경우 원래 내성적이고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병원을 찾기 3년 전부터 자주 화를 내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또 이따금 공격적으로 성격이 변했는데, 결국 권고사직을 받고 다니던 직장을 나왔다.
이 남성이 동네의 한 학원에서 섹소폰을 배운 시간은 하루 2시간. 처음에는 정상인보다 색소폰을 습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반복적인 학습과 노력으로 약 1년 후에는 오히려 다른 학원생들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발휘, 혼자서도 약 10여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뿐만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 후에는 공격적인 성향도 이전보다 많이 누그러졌다. 손을 쓰는 일이 실제로 치매 개선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의료진은 “미술과 작곡 분야에서 일했던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중 극소수가 치매 진단 후에 더 뛰어난 예술적 능력을 발휘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악기를 처음 배운 환자가 치매 진단 후 음악적으로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인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아쉽게도 지난해부터 치매증세가 악화돼 색소폰을 불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조한나 교수는 “50대 후반 이후 나이에 갑작스럽게 우울감이나 의욕저하, 분노 등의 감정변화가 생기거나 말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못 알아들으면서 아이처럼 행동한다면 전두측두엽 치매를 의심해보아야한다”며 “음악치료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