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4개월된 여아의 수술을 중단한 채 수술실을 나가버린 의사에 대한 정직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최주영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인 A씨가 “1개월의 정직처분을 취소하라”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A씨는 지난해 10월 생후 4개월 된 여자 아이의 심장 수술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다. 당시 이 여아는 본격적인 수술을 앞두고 전신 마취상태에서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A씨는 이 수술을 책임지는 집도의였는데,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의 튜브 종류를 놓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의견 충돌을 빚었다.
A씨는 자신이 선택한 튜브를 사용하기를 고집했지만 삽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언쟁이 벌어졌다. 그는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수술을 못하겠다며 수술 중단을 선언하고 수술실을 나가버렸다.

수술을 함께 하던 동료의사는 “여기가 구멍가게인 줄 아느냐. 그럴 거면 개인병원을 차려라”라며 다그치거나 설득도 했지만 A씨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환자보호자에게 전공의를 시켜 거짓 해명을 하도록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집도의가 위경련이 나서 수술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이 사태로 보호자는 ‘병원을 신뢰할 수 없다’며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병원측은 500만원 가량의 진료비를 감면해주고 추가 손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기로 했다.
병원측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A씨에 대해 1개월 정직이라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수술실에서 의견 충돌로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수술을 취소한 행위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처를 해야 할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직처분을 한 병원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수술을 책임진 집도의이고 수술 취소를 결정한 당사자라면 마땅히 환자 보호자에게 현재 상태와 수술 취소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며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