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사후통지 폐지, 처방의약품 목록 제출 강제화 등 약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이 제시됐다.
18일 약사법 제정 60년을 기념해 대한약사회가 개최한 ‘약사제도 미래발전 방향과 약사법’ 정책토론회(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다.
◆ 대체조제 용어변경 … 사후통보 폐지
우선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이 제시됐다. 대체조제는 보험재정 절감과 의약분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정일 로앤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약품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체조제’라는 용어를 ‘동일성분 조제’로 변경하고, 사후 통보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체조제라는 이름 때문에 환자들이 대체조제를 전혀 다른 의약품으로 바꾸어 조제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체조제 하는 경우 약사가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1일 이내 통보하는 ‘사후통보’가 활성화의 장벽이 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것.
다만 사후통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알릴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현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은 “사후 통보는 의사가 반대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폐지할 경우 의사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체조제를 알릴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원 부평구약사회장은 “사후통보 폐지가 힘들면 DUR을 위한 사후통보부터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해야 한다”며 “약사법 개정이 가능하다면 사후통보 조항을 삭제하고 환자에게만 알리도록 수정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 처방의약품 목록 제출 의무화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의사들의 처방의약품 목록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현행 약사법은 의사가 지역의사회에게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및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목록을 제출하고, 약사회와 협의를 통해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에 없는 경우에는 약사가 의사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대체 조제할 수 있다.
또 처방의약품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의약품과 같은 성분의 다른 품목을 반복해 처방하는 행위는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이 같은 목록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처방의약품목록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일 변호사는 “처방의약품 목록이 제출되지 않음에 따라 일부 의원과 약국간의 담합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고, 의료기관과 거리가 먼 동네약국의 처방전 수용을 어렵게 해 특정약국으로의 처방전 집중을 심화시키는 등 의약분업 취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목록 제출을 위반한 의사 및 지역의사회에 대해서는 담합 행위를 한 경우와 동일한 수준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해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원 부평구약사회장은 “처방의약품 목록이 거의 제출되지 않아 약사법의 대체조제 조항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록제출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동의했고, 김준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형벌부과 수준의 제제조항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처방전 리필제도 도입과 도입에 앞선 법령 정비 필요”
처방전 리필제도 도입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박정일 변호사는 “만성질환군으로 15일 이상 반복 조제를 요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처방전에 리필 허용 여부를 기록하고 리필 가능한 횟수를 입력해 그에 한해 리필된 처방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가 장기간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단순히 처방전을 발급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환자 불편과 추가 진료비만 발생시킨다는 지적이다.
최병원 부평구약사회장은 “리필제 도입 전이라도, 병·의원이 문을 닫는 공휴일에는 약국에서 해당 의약품을 교부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또 리필제를 시행 하더라도 해당 환자가 병의원 내방이 다시 필요하다고 약사가 판단한 경우엔 리필제 중단을 등록할 수 있는 방안도 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정책위원은 처방전 리필제도 도입 취지는 동감하지만 적용 가능한 환자군의 질환 특성과 리필 가능한 약제 투여 기간 등을 신중히 판단해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환자의 사전 동의도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약국의 불합리한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
약국 경영과 관련된 법령 중 불합리한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현행법에 따라 환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를 약국이 부담해야 하는데,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확대되면서 약국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연간 4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할 때 의약품 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조의 특수성을 인정해, 영세사업장에 적용하는 우대수수료율의 적용 범위를 약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만약 우대수수료율 적용하는 것이 곤란하다면, 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으로 공단에 청구할 수 있거나 수익자인 환자 본인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준현 정책위원은 “카드 수수료가 약국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대수수료율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거나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동의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