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현지조사, ‘사람’ 탓하기 앞서 제도 고쳐야
과도한 현지조사, ‘사람’ 탓하기 앞서 제도 고쳐야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1.27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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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있었던 경찰의 이비인후과 수술실 난입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향한 따가운 비판과 질의가 이어졌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으로 본 환자 건강권 및 의료인 진료권 확보방안’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치권과 의료계는 ‘이비인후과 수술실 난입’과 관련,  적법성 문제를 지적하며, 복지부와 공단의 과도한 현지확인·조사를 꼬집었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문제점은 크게 4가지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조사건수를 늘리고 있다는 점 ▲1년간의 진료기록·수납대장 등 필요없는 부분까지 자료를 요청하는 점 ▲조사원의 업무 범위가 관련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점 ▲조사원의 절차 위반시 행정처분 등이 없는 점 등이었다.

특히 자료 요청의 경우, 대한의원협회(의원협회)가 지난 11월 초 지적한 것처럼 공단의 표준운영지침마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의원협회 회원들이 제기한 공단 자료제출 및 현지확인 관련 민원(49건) 중 공단관련 민원의 64.7%인 11건이 처음부터 6개월치의 자료를 요구했으며, 전체 환자의 진료기록 혹은 1년 이상의 자료 제출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

공단의 자료제출은 원칙적으로 의심사례가 5건 미만일 때 자체 환수, 5건 이상이면 해당 부정유형에 한정해 최대 6개월의 진료범위 내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같은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와 공단은 이같은 지적에 사과와 함께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공단은 표준운영지침을 개정해 진료를 방해할 소지가 있는 업무수행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지침 내에 수록하고, 지역 본부 차원에서 부적정 사례를 확인 및 해당 조사원 계도 등의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역시 ▲지표연동제와 자율조정제를 통합한 지표연동자율개선제 시행 ▲현지조사 직원 대상 친절교육 강화 ▲의료계 대상 설명회·간담회 등 강화 ▲조사명령서에 ‘의료기관 대표자 자필 서명란’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의료계가 원하는 문제 해결의 본질은 ‘제도적 구축’과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인데 반해, 정부는 해결책을 인력 혹은 의료인의 의지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지표연동자율개선제의 경우, 통합을 시행한다고 해도 현지확인·조사의 대상은 바뀌지 않는다.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의료기관의 이중 규제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해당 기관의 지표가 전체 요양기관지표의 평균에서 벗어났을 때 시정을 유도하거나 통보하는 본연의 작동 원리는 그대로다. 무엇보다 현지확인·조사와 연계성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현지조사원의 친절 교육을 강화한다는 측면 역시 한계가 있다. 공단과 복지부는 현지확인 및 조사 인력에 대한 교육을 통해 수술실 난입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겠다고 했지만 일정 수준의 조치 없이 교육과 계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조사원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강화 부분은 실제적 개선이 없다면 탁상공론 수준에 머무를 수 있으며, ‘대표자 자필 서명란’ 신설은 그저 의료인의 확인을 ‘명확히’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지표연동자율개선제나 대표자 자필 서명란 신설은 의료계가 요청했던 방안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현지확인과 현지조사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의료계가 내민 차선책이 정부의 최선책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조사를 ‘필요한 만큼, 필요한 자료만 골라, 정당한 원칙’에 입각해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람 탓을 하기에 앞서 의료인과 조사인이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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