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보건복지위회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개최된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4년 국정감사’의 주요이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과 의료정보 유출이었다. 다른 질의와 달리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서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은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형평성 있는 건보료 부과체계 마련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지역가입자(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건보료 부과)와 직장가입자(소득에 대해서만 건보료 부과)로 나눠 건보료를 부과하면서,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은 부담하고, 자산가는 내지 않거나 혜택을 보는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부과체계가 제각각인 현 체계로는 은퇴세대들이 직장에 다닐 때보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경우가 급증할 것”이라며 “일정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건강보험료가 높게 부과되면 베이비붐 세대들은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수 의원은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가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생계형 체납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지난해 국민들이 공단에 제기한 보험료 관련 민원은 5370만건으로 전체 민원의 80%(7160만건)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직장가입자로 월 100만원의 소득이 있는 임금근로자는 월 6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지역가입자인 송파세모녀는 월 5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금융소득이나 연금소득 4000만원인 사람이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고 현행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300억대 자산가 하위층 둔갑시켜 건보료 환급”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300억 재산이 있는 직장가입자를 소득하위층으로 둔갑시켜 본인부담금 200만원이 초과된 금액을 환급해주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도가 과연 공평한 제도인가”라며 자산가에게 소유 재산 없이 월 임금 100~300만원대인 직장가입자와 같은 혜택을 주는 제도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도는 1년 동안 병원을 이용한 후 환자가 부담한 금액(법정 본인부담금)이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책정된 본인부담 상한액을 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이다. 소득하위층은 총 본인부담금이 2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중위층은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환급해준다.
문제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재산은 고려하지 않고 소득에 따라서만 환급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나눈다는 점이다. 50억 이상 재산이 있는 직장가입자 중 1269명은 소득하위층으로, 950명은 소득중위층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지적한 보건복지위원들은 공통적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가입자든 직장가입자든 동일하게 소득과 재산 모두를 고려해 건보료를 부과하고, 혜택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수 의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목희 의원도 “피부양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해 부담능력이 있는(재산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건보료를 부과해야 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동익 의원은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이 정확히 평가될 수 있도록 소득과 재산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김종대 이사장은 “의원님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부과체계 개선 등은 건보공단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정부 정책과 법안 개정 등을 통해 바뀌어야 함을 시사했다. 이는 평소 자신의 개인블로그(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에서 피력했던 건강보험체계 개편에 대한 평소 소신에 비춰보면 크게 후퇴한 발언이다.
“개인 의료정보 검·경에 제공, 제2의 카톡사태”
국민의 의료정보 유출과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건보공단이 검경과 상급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불법적으로 의료정보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건보공단은 수사기관이 의뢰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집행 등의 절차 없이 의료정보를 무조건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정보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며, 제2의 카톡 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질타했다.
이목희 의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은 복지부에 파견돼 있는 건보공단 한모 과장이 (채 전 총장 내연녀의 의료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해서 복지부 김모 사무관에게 넘긴 자료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공단 내부 감사에서 한모 과장은 상급자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처분이 없었다”며 “상급자의 명령이면 국민의 의료정보를 유출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최근 5년간 공단 직원 31명이 97차례에 걸쳐서 가입자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건보공단이 개인정보 유출 제로화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정보 안전 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심평원은 정보를 제공한 업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정림 의원은 “심평원이 MOU를 체결하고, 정보를 제공한 업체가 환자 알선 등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은 심평원은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개인정보 유출, 시원한 답변 없어
두 기관의 수장들은 의원들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거나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정보유출에 관한 지적에 김종대 이사장은 “공단직원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을 철저한 교육을 통해 막겠다”면서도 “수사협조에 의한 개인정보유출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상급자 지시에 의해 환자개인정보를 유출한 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는 사안으로 수사 결과에 따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손명세 원장은 “의료정보 제공업체의 위법사항에 대해 보고받은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며 “종합국감이 끝나기 전에 조사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의원들은 “국민의 의료정보는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며 “교육을 통해 직원에 의한 정보유출을 막고, 상급자 등을 통한 정보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현숙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인정보 제로화 사업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반 시스템 및 직원 교육 강화 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정림 의원은 “향후 정보 제공에 있어서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 활용은 없는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김용익 의원과 이목희 의원은 “의료정보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고,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도 “의료정보는 국가기밀”이라며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국정감사 지적 사항이 향후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의원들의 대안제시와 독촉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장은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결과적으로 겉만 훑고 지나간 국감이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