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지난달 30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상무이사로 선임된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70)의 장남 웅섭씨(41)가 4일 보유중인 일동제약 지분 1.05%(5만2712주)를 신고하며 경영참여를 공식화했다.
웅섭씨의 상무이사 선임을 두고 주변에서는 일동제약 및 일동후디스의 CEO인 이금기 회장(75)에 대한 견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웅섭씨는 일동제약 창업주인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로, 3년여 전에 일동제약에 입사해 지난 5월30일 개최된 정기주총에서 상무이사에 선임됐으며 현재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웅섭씨의 늦은 경영참여는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결정하는 업계의 관례에 비추어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동안 일동제약은 이금기 회장을 중심으로 이정치 대표(연구개발분야)와 설성화 대표(마케팅분야)가 경영을 주도해왔다.
여기에 이금기 회장은 일동제약뿐 아니라, 계열회사인 일동후디스의 대표까지 겸직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오너같은 CEO' 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창업주 후손인 윤원영 회장 일가는 오래전부터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아 업계 내에서 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윤 회장의 아들인 웅섭씨가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웅섭씨의 경영참여와 때를 같이해 이금기 회장에 대한 견제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의 지분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경영인 이금기 회장-오너 윤원영 회장, 지분 격차 "박빙"
이금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일동제약 지분(5.31%)이 윤원영 회장(5.43%)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금기 회장은 지난해 7월 이후 일동제약 지분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일동제약 지분 0.05%(2417주)를 사들인데 이어 올들어서도 지난 2월에 0.04%(227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 회장은 이어 지난 3월26일과 27일에도 보통주 0.03%(1150주)를 추가 매입함으로써 오너인 윤 회장과의 격차를 불과 0.12%로 좁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금기 회장이 일동제약의 실질적인 오너가 아니냐는 분석까지 흘러나왔다.
이금기 회장은 서울 약대를 졸업하고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한 이래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 입사 이듬해인 61년 생산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71년 전무, 76년 부사장, 84년 사장을 거쳐 94년 회장에 오를 정도로 경영능력이 탁월한 CEO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잠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당시 회사가 위기(워크아웃)에 처하면서 98년 경영일선에 복귀, 지금까지 일동제약 및 일동후디스를 이끌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금기 회장은 일동제약이 위기에 처했을 때 창업주 가족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40년 이상을 일동제약과 호흡했다”며 “오너 일가가 경영전면에 나서려 할 경우 자칫 동아제약 부자간 경영권 분쟁때처럼 치열한 경영권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금기 회장의 경우, 오랜기간 CEO로 활동하면서 대내외적으로도 두터운 인맥을 형성, 만에 하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세대결에서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금기 회장이 대표로 있는 일동후디스가 일동제약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도 관심사다. 일동후디스는 지난 5월27일부터 6월3일까지 5차례에 걸쳐 일동제약 지분 0.14%(7090주)를 잇따라 사들였다.
이로써 일동후디스의 일동제약 지분은 1.64%(8만2300주)로 증가한 가운데, 이금기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일동제약뿐 아니라, 일동후디스의 경영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금기 회장 “80세까지 일동제약-일동후디스 이끌겠다”
그는 최근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제품 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식음료 생산 품목도 늘리고, 다양한 건강식품과 유기농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판매점도 낼 겁니다. 은퇴요? 허허. 일동이 종합 제약.식품 그룹으로 우뚝 설 때까지 '현역' 생활을 해야죠.”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내 최장수 CEO로 일하는 비결에 대해 “창업주나 오너에 버금가는 큰 책임감과 기업가 정신을 갖고 일해왔기 때문”이라며 “주주들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현역으로 남아 회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이를 잊은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어처럼 적어도 80세까지는 경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