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근무를 하면 항상 의무적으로 명찰을 패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재추진되자 의료계내에서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약사에게만 의무가 부여됐던 명찰패용(위생복 포함) 규정은 정부가 ‘손톱 밑 가시’ 규제로 선정, 지난 4일 시행된 개정 약사법시행규칙에 의해 폐지된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이를 다시 법제화하기 위해 14일 의료법·약사법·의료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지하고 환자에게 의료인의 자격을 알리자는 취지는 이해하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약사·한약사 및 약학전공 대학생에 대해 환자 등이 그 신분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도록 반드시 명찰을 패용하도록 규정했다.
명찰 착용 의무를 위반한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했다.
신 의원은 “최근 의사면허가 없는 사무장 등이 거짓된 명찰을 착용한 채 수술실을 드나들어 환자들이 의사로 오인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와 의료기사 등으로 하여금 법에 규정된 명찰을 착용하도록 해, 환자가 이들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의료인의 명찰 패용을 요구해온 환자단체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보건의료인의 전문성에 대한 환자의 신뢰는 의료서비스나 약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유효한 면허증을 가진 적법한 보건의료인인지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신 의원의 이번 법안발의를 찬성한다. 보건의료계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사진과 이름, 면허직종이 기재된 명찰을 패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반면 의료계는 “알맹이 없는 규제일 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김영진 대한의원협회 대변인은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명찰 패용을 한다고 해서 실효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효는 거두지 못한 채 알맹이 없는 규제에만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약국 카운터가 가운을 입으면 약사로 보이는 것처럼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 : 의사보조인력)나 사무장들이 진료소속과 이름이 게재된 명찰을 패용하면 오히려 더 의사같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A 개원의도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는 취지라면 모든 공무원들도 자신의 급수가 표시된 명찰을 착용해야 하며 환자들도 주민등록증을 착용하고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법안이 오히려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명찰 패용은 ‘에티켓의 문제’인 만큼 이를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명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의료·약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가 누군인지 아는 게 좋다는 측면에서 명찰 패용은 바람직하지만 법으로 이를 강제화한다는 것은 일제시대 사고방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명찰 패용을 하는 추세인데 굳이 이를 이런식으로 끄집어 낸다는 자체가 시의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에티켓의 문제를 벌금으로 해결하는 나라는 없다. 기분 나쁘게 했다고 벌금을 물리고 벌을 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것들이 자기 번지수를 모르고 서로 엉키게 되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삭막해질 것이다. 벌로 해결하려는 이 같은 방법은 접근하는 방식부터 잘못됐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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