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을 폭행한 환자들을 가중처벌하는 의료행위 방해방지법안과 관련해 환자단체가 중재안을 제시하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자 의료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 폭행 의료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규정을 적용하자는 환자단체의 주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는 지난 9일 의료행위 방해방지법에 대해 반의사불벌(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음) 규정 마련과 환자를 폭행한 의료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는 의료행위 방해방지법안 개정을 ‘원천 반대’하던 종전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그동안 환연은 “형법상의 폭행·협박죄로 처벌하는 것은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형량도 과도하게 높아 형벌체계상 타 법률과 형평에도 맞지 않다”며 법 개정에 반발해 왔다.
환자단체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이라는 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연은 “환자가 치료받고 간호 받아야 하는 공간이 폭행협박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의사·간호사뿐만 아니라 환자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개정안은 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가 폭행협박으로부터 보호받는 안전한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만을 보호하는 취지인 만큼,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의사불벌 규정 마련과 함께 의사를 폭행한 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폭행한 의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토록 하는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폭행·협박의 대부분이 ‘욱’하는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해 화해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며,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의료인으로부터 유무언의 협박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 만큼 모든 의료인 및 간호조무사·보안요원·병원 직원 등까지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법 개정을 무조건 반대하던 환자단체가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법안을 여전히 ‘의료인 특혜법’으로 인식해 의료인들까지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포함시켜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법 개정을 추진해 온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은 “반의사불벌 규정의 경우 법률의 취지 자체가 환자의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료 방해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있다”며 “이는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수차례 거론돼 왔기 때문에 검토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환자 폭행 의료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규정을 적용하자는 환자단체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환자 폭행 의료인까지 처벌하자는 환연의 주장은 여전히 이 법이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보다 치밀한 법률적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만큼 국회, 정부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 충분한 소통 및 협의를 진행해 의료법 개정안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입법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도 “환자 자신들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는 폭행해도 괜찮다는 주장으로밖에 안들린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근절돼야 하며 병원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