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기획재정부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부 고용복지분야 기능점검 추진방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김용익 의원의 질의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통합, 진료비 청구권의 건보공단 이양, 건강보험료 체납 추징업무 신용정보회사에 위탁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대만사례를 참고한 건보공단 인력 효율화에 대해서는 "효율화가 필요하다면 논의하고 상의하겠다"는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와 한국노총 공공연맹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동조합(이하 공단노조)은 7일 ‘추징업무 민간위탁 운운하며 꿈틀거리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경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본 회는 성명서의 내용들은 오히려 공단 인력 효율화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좋은 자료라고 본다.
공단은 체납 징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추징업무의 신용정보회사 위탁에 대하여 공단노조는 “이미 공단 체납징수율은 여타 여느 기관보다도 전문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상황이다. 더 이상 뭘 바라는가?”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13년 말 기준 건강보험료 누적체납액이 2조 3,718억원에 달하고, 6개월 이상 장기체납자가 지역가입자의 20%인 156만 세대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거짓임이 바로 드러난다. 이러고도 체납징수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입증되었다고 하니 그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일반 민간기업 같았으면 문책이나 징계를 당할 수치인데도 말이다.
체납징수의 주체자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공단노조는 “현재 체납자의 62.7%는 생계형 체납자로 분류된다. 그들에게 성과 기준으로 먹고 사는 민간 신용정보회사에게 위탁한다는 것은 그들을 고통의 나락에 빠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하였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주장이다.
건강보험료는 가입자의 소득이나 재산에 맞게 차등을 두어 준조세 형식으로 부과되고 있다. 많이 벌면 많이 내는 것이고 적게 벌면 적게 내는 것이며, 체납에 대해서는 누구든 똑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공단노조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임의적 용어인 "생계형 체납자" 운운하며, 마치 체납관리를 제대로 안한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인 양 자신들의 무능과 업무태만을 은폐하고 있다.
보험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공단직원인지 아니면 어디 복지센터 직원인지 구분이 안된다. 체납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공단 직원들이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단 직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그들이 정말 소위 “생계형 체납자”들이 걱정이 된다면 그들을 의료급여로 포함시켜 의료비를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하도록 하거나, 건강보험료를 정부에서 대납하도록 주장하면 될 일이다. 정 체납관리 하기 싫으면 자신들의 월급으로 건강보험료를 대납하던지 말이다.
공단은 개인정보 유출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추징업무의 민간위탁 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데,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한 공단 직원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수 차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고 내부감사에 적발되었듯이 공단 직원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과 무단열람은 대단히 심각하여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정도이다. 이런 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할 것이다.
추징민영화라는 용어도 있나?
또한 공단노조는 “건보 추징업무를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하는 것은 사회보험료 추징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이다.”라고 하였으나, 사회보장은 사회보험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지 체납된 것을 누가 징수하느냐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효율적으로 잘 걷고 잘 활용하면 그것이 사회보장에 더 이득이 될 것이다. 이를 추징 민영화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인위적인 민영화 프레임일 뿐이다.
공단의 방만한 운영은 이미 증명되었다.
공단노조는 “정부는 우리와 같이 단일 보험체계인 대만의 예를 들면서 절반 정도의 직원이 ‘잉여인력’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대만은 외청급 정부기관의 공무원 조직이며 산하단체 인력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와는 시스템 자체가 전혀 틀린 사항이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대만의 건강보험 관리운영비는 세계에서 최저 수준으로 아주 효율적인 건강보험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나라의 건강보험 관리조직을 참고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나라의 효율적인 관리조직을 참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10년 발간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보험제도의 관리운영비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2000~2007년 기간의 한국 공보험의 관리운영비가 전체 보험지출액의 3.4(최저)~5.0%(최고)로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건강보험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의 2.7~3.2%, 대만의 2.0~2.3% 보다 더 많은 관리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한국 공단조직의 비효율성과 공단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 회는 정부의 검토안에 대하여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입장이다. 그러나 공단 인력 효율화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최근 공단은 위법적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시행하여 자신들이 해야할 부정수급 관리업무를 요양기관에 떠넘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건강보험 체납자들에 대한 체납관리도 제대로 안하면서 생계형 체납자 운운이나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에 규정된 공단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가입자 및 피부양자 자격관리”와 “보험료 및 징수금의 부과징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공단의 12,000명에 넘는 공단 직원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공단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처절한 반성은 커녕, 심평원의 심사권을 넘보고 복지부의 현지조사권을 넘보는 것은 결국 할 일 없이 남아도는 공단직원의 밥그릇 만들기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에 본 회는 공단 인력의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며, 정부의 건보공단 인력 효율화 방안은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2014년 7월 9일
대한의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