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1일)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과 관련, 의료계가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총 공세에 나섰다.
이 대책은 연소득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 및 재산 20억원 이상인 고액재산가로서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들과 기존 명단공개자(2년 이상 경과된 체납보험료가 1000만원 이상인 사람) 등에 대해 의료기관에서 수급권 여부를 확인해 보험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대한의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단체는 법적 대응까지 하고 있다.
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30일 건보공단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극소수의 부정수급자를 잡는다는 미명하에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모든 환자에게 수진자 조회를 하라는 것은 준정부기관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건보공단은 그동안 자격확인업무에 적극 협조한 의료기관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책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부정수급 방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법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의총은 30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 취소청구’에 관한 행정심판청구서와 집행정지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의원협회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공권력 행사 등으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은 국민이 행정기관에 제기하는 권리구제 절차다.
나경섭 전의총 공동대표는 “요양기관에서는 진료 접수 시 반드시 자격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무자격자의 착오청구 및 급여제한자의 건강보험 적용 청구 시 해당 진료비를 요양기관에 미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갖는다”며 “이는 행정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정수급 방지대책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공단 역시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이번 행정심판청구에서 바람직한 재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집행정지신청서도 동시에 제출해 신속하게 공단의 대책이 집행 정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의원협회는 부정수급 방지대책의 위법적 요소와 함께 ▲환자의 진료권 제한 ▲요양기관의 행정력 소모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 ▲요양기관과 환자의 마찰로 인한 신뢰관계 악화 ▲신분증 지참의 의무로 인한 불편함 증가 ▲사생활 침해 ▲요양기관과 환자에 대한 다양한 권리 제한 및 공익침해 등의 이유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공익감사청구에는 전국 각지의 회원 및 일반 국민 총 1000여명이 청구인으로 동참했다.
윤용선 의원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던 이유는 사후관리체계의 문제가 아닌 공단의 업무태만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과 환자에게 사전관리의무를 떠넘기는 것은 분명한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그는 “건보공단은 심평원으로부터 넘어온 자료를 토대로 지체없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 진료분에 대해 공단부담금을 요양기관에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 조치”라며 “이번 감사청구를 통해 공단의 위법적이고 초법적인 행태가 바로 잡히기를 원하며, 차제에 권력화된 단일공보험의 슈퍼갑질 역시 중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진자조회가 사후점검에서 사전점검으로 변경됨에 따라 이에 따른 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 의료기관에 마땅한 보상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부정수급 방지대책이 강행되면 공단은 그동안 사후관리를 담당했던 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재정을 절감하게 된다”며 “재정 절감에 대한 노력은 100% 의료기관 몫이 돼야 한다. 이것들이 선결되지 않으면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마찰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분증 미지참 환자 진료거부 불가피”
특히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모든 환자에 대한 자격여부를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는 만큼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비급여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기존에는 초진환자의 경우만 급여대상 여부를 확인했는데 이제는 어제까지 정상적인 급여수급을 받던 환자도 당장 오늘 급여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환자가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고 진료를 원할 경우에는 비급여로 진료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른 환자의 불만은 모두 공단으로 유도시킬 것”이라며 “모든 피해까지 의료기관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과 상관없이 기존대로 정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소한 의료기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논의기구를 만들어 재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방적인 부정수급 방지대책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다양한 논의를 했고 간담회도 열었다”며 “의료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알아들었다. 회원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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