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교육의 책임은 당사자인 대학과 이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에 있지, 실습에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서남의대 재학생과 졸업생 227명은 항소심 판결까지 학점 취소로 인해 학위가 취소되거나 의사면허를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를 면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는 26일 학교법인 서남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감사결과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지시한 교양 및 전공과목 미이수자 학위 취소와 의대 관련 학점 및 학위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서남의대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하는 수업을 그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 현실”이라며 “부실한 임상실습 책임은 당사자인 서남학원과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에 있으며,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수한 학점이 취소되면 재학생의 경우 졸업과 의사면허 취득이 상당기간 연기되고, 졸업생이나 예정자는 이미 취득한 면허가 취소돼 의료인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게 된다”며 “보충교육 등 피해를 덜 주는 대안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현행법 상 임상실습의 정의에 관한 규정이 없고, 교육부도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 없는 병원에서 실습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실제 서남의대생들은 부속병원인 남광병원에 환자가 없을 때 일부 실습생에게 환자 역할을 맡기고, 인체모형으로 강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습을 진행했다”며 “실무상 임상실습은 통상적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인체모형 등 교보재를 이용하거나 의료기구 사용법을 습득하는 등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남대가 교원 확보율을 높일 목적으로 간호사 등을 허위 임용한 것에 대해서는 해당 인건비를 회수하는 시정조치를 내린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남대가 소속 직원 13명과 부속병원 직원 7명을 전임강사로 허위 임용한 것은 명백히 위법하며 병원 직원들은 강사 임용 후에도 병원 업무를 그대로 이행하고 강사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따라서 서남대가 7명에 대한 인건비를 교비로 지급한 것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서남대 교수협 “학교 정상화 위해 노력”
이번 판결에 대해 서남대 교수협의회 측은 “어느 정도 납득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남대 교수협의회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학교 정상화를 위한 재판부의 빠른 판결을 촉구했다.
서남대 교수 관계자는 “법원이 서남대 측이 주장한 부분을 어느 정도 많이 인정해 만족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재학생들이 서남의대에서 졸업장을 받게 돼 기쁘다”며 “폐과가 답이 아닌 만큼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교수들도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부실의대 정리가 더욱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게 된 의대 학생들을 구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부실의대를 그대로 존치할 경우,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부실의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