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예방법 개정안, 환자 범죄자 취급하는 것”
“결핵예방법 개정안, 환자 범죄자 취급하는 것”
건강세상네워크 등 복지부에 의견서 제출
  • 임도이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5.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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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지난 4월 10일 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결핵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  환자의 인권에 반하는 법개정을 하려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21일 복지부에 제출한  ‘결핵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보건당국은 단 한번도 결핵 환자 입원명령제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개정은 입원 거부자에 대한 경찰 행정력 동원이 가능한 격리치료를 추가하는 등 결핵 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또한, 대부분의 결핵환자들은 자신의 질병 치료와 타인에 대한 전염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질병 치료를 게을리하고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질병을 옮기는 존재로 비춰지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래는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 전문.

<결핵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1. 입원명령과 격리치료의 반인권성

1967년 결핵예방법에 입원명령제도가 처음 포함된 이후, 해당 제도는 사문화되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0년 결핵예방법 전면개정과 이에 뒤따라 2011년 결핵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에서 입원명령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된 이후, 보건당국은 단 한번도 입원명령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번 결핵예방법 개정과 시행령 시행규칙 안을 마련하면서, 입원명령 거부자에 대한 경찰 행정력 동원이 가능한 격리치료를 추가하면서 환자의 인권에 오히려 반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핵 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처사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결핵환자들은 자신의 질병 치료와 타인에 대한 전염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질병 치료를 게을리하고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질병을 옮기는 존재로 비춰지게 함으로써, 정부에 의한 낙인과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체를 구속하는 입원명령의 기준에 대한 모호함이 법 개정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정의 노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특히, 이와 같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법 개정 과정에서 소위 질병관련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시민사회는 물론 인권단체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고 하는 점은 더더욱 결핵 환자의 인권을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정부의 자세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본 단체들은 현재의 결핵예방법이 포함하고 있는 입원명령과 격리치료는 기본적으로 반인권적 법이라 규정하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특히, 아래의 쟁점들은 이후 지속적으로 재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 입원명령, 격리치료 법 시행의 주체

입원명령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라 보기 어렵다. 즉,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다수 존재한다. 또한, 유럽연합 가입국의 사례조사에서는 법률로 규정한 국가들 대부분이 법 시행의 주체로서 법원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법 체계에서 시행의 주체는 보건복지부로서 법의 시행과 운영에서 행정 편의주의적 집행이 이루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입원명령과 격리치료는 기본적으로 범죄자에 대한 신변 구속과 관련한 법이 아니며, 질병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다. 따라서, 취약한 환자의 인권 측면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3. 입원명령, 격리치료 대상자의 이의 제기권 보장 결여

입원명령이 법률로 규정된 유럽 국가들 중 대상자의 이의 제기권이 보장되고 있다. 이는 공정한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단 한명의 억울한 사례라도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다. 하지만, 현재 개정 후 발효 예정인 결핵예방법 개정안은 물론, 그 구체적 실행계획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어느 곳에서도 대상자의 이의 제기권에 대한 적법한 절차가 언급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 시행 주체가 명령을 내린 후에는 당사자의 의견을 개진할 법적 방법이 없다. 특히나 법 개정과 함께 격리치료에 해당하는 경우 경찰력 동원과 같은 즉, 심각한 환자 인권 침해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자는 법률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는 현재의 법이 의도하는 바가 강제적 법 집행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반증하고 있는 결과이다.

4. 입원명령 기준의 모호함

결핵예방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은 단 한번도 입원명령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1-45호에서 입원명령 대상기준을 부양가족 지원 기준으로 미화하여 언급한 것이 처음이며, 2013년 국가 결핵 관리 지침에서도 지원기준으로 언급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두 가지 기준은 다제내성결핵과 비순응 균 양성 결핵환자로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다제내성결핵 환자라고 하여 법의 구속력에 의한 입원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약제감성 결핵에 비하여 치료가 어려운 대상자들이 자발적 입/통원 치료를 받는 다고 하여 당사자의 결핵관리와 타인으로의 전염 예방 활동이 불가능하지 않다. 또한, 비순응 결핵환자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한번 비순응을 보인 환자라고 하여 다음 치료에서 지속적으로 비순응을 보일 것이라는 위험한 가정에 근거한 기준이다. 특히, 비순응의 결과를 야기하게된 다양한 사연이 있을 수 있으며,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를 찾아내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비순응을 보인 환자들을 강제로 입원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정책의 후진성만 보여줄 뿐이다. 마지막으로, 도말 양성이라고 하는 균 검사 결과에도 문제가 있다. 타인에 대한 결핵균의 전염력을 결정짓는 요인은 다양하다. 접촉빈도와 접촉공간의 환기정도, 환자의 기침과 같은 증상, 결핵균 검사 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도말 검사상 양성소견을 보이지만 기침 등 증상이 없고, 혼자 생활하는 환자의 경우 타인에 대한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러한 다양한 요인과 사례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마저도 시기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내용이 변화하고 있다.

5. 정책 실효성에 대한 근거 부족

국가결핵정책에서 입원명령과 격리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직접복약확인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의 결핵 환자 윤리 관련 보고서에서는 다른 시행가능한 대안이 모두 실패한 경우에 한하여 강제적 조치를 조심스럽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도 아니며 학술연구의 결과도 아닌 입원명령제도를 지속적으로 국가결핵정책의 주요한 방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근거 없는 법 제도의 사례가 될 것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강조하고 있는 근거기반 정책수립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이다.

6. 전수 사례조사, 철저한 환자의 사회적 고립

결핵예방법 개정안은 잠복결핵감염자 사례조사 근거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구에 거주하는 강씨가 ‘나’구에서 활동성 결핵환자로 신고될 경우, 해당 정보는 ‘가’구에 전달되어 강씨의 가족과 이웃, 학교, 직장 등 접촉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강제 선별 검사가 법적으로 가능해 진다. 이 경우, 강씨는 학교, 직장, 혹은 이웃 관계의 단절은 물론 사회적 고립을 야기할 위험이 충분하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보완적인 조치가 시행령, 시행규칙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7. 자발적 가정 치료에 대한 지원 부재

현행의 생활지원 규정은 입원명령과 강제치료 대상자에 국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결핵은 대표적인 빈곤병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사회취약계층이 특히 결핵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결핵은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치료기간 동안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령 상 자발적으로 가정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전무하다. 보건당국은 결핵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8. 강제적 신체 구속과 생활지원의 이중성

현행 법령은 강제적 신체 구속인 입원명령과 격리치료를 생활지원과 연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생활지원 정책은 강제격리조치에 따르는 조건부 생활지원 정책인 것이다. 특히, 비싼 비보험 약에 의지하고 있는 일부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의 경우에는 약가 지원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원명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2013년 국립결핵병원 종합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입원명령 해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 6개월 이상 입원하고 있는 환자도 다수 확인된다. 또한, 치료성공률이 높지 않은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 환자의 경우 평생동안 입원명령 해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죽을 때 까지 강제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입법 예고된 결핵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어느 곳에도 이 같은 법의 과용을 개선할 의지는 찾아 볼 수 없다.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극도로 제한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결핵 환자들은 법원의 판결을 받은 범법자도 아니다. 입원명령제도에도 부족하여 이번 개정안에는 경찰력을 동원한 격리치료제도까지 포함되었다. 한국의 결핵정책은 제대로된 근거와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채 지속적으로 보건당국의 강제적 조치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으로는 OECD 1위라고 하는 결핵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를 통해 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근본적인 결핵 문제의 원인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그 결과가 결핵예방법,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2014년 5월 21일
건강세상네트워크, 동자동사랑방, 홈리스행동,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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