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도 가계도가 존재한다. 이 질병 가계도를 가족력이라고 부르는데,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중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린 경우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3대 가족 건강(가족력)만 살펴도 나의 미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전혜진 교수의 도움말로 가족력 질병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가족력인가 유전인가
보통 가족력과 유전성 질병을 혼동할 수 있지만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자나 염색체의 변이에 의해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 유무를 결정짓는다. 다운증후군이나 붉은색과 녹색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적녹색맹, 혈액 내 혈소판이 부족하여 출혈이 잦은 혈우병 등이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으로 꼽힌다. 반면 가족력은 흡연, 음주, 음식 등의 생활습관과 주거환경, 직업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가족력 질병은 생활습관을 개선하거나 검진을 통한 조기 치료로 예방할 수 있고 발병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
◆ 발병률 증가하는 가족력 질병
대표적인 가족력 질병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뇌졸중, 골다공증, 심장병, 탈모, 암 등이다. 당뇨병은 부모 중 한 사람에게만 당뇨가 있어도 자녀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일 때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30~40% 증가한다.
고혈압은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의 발병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일 때 30%, 양쪽 모두 고혈압일 때 50%까지 발병률이 증가한다. 심장병은 가족 중 환자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에 비해 발병률이 2배 이상 높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위암이 대표적인 가족력 암이다. 국제 암학회지에 따르면 부모가 암일 경우 자녀가 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2~5배, 형제자매가 암일 경우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2~9배까지 높아진다.
◆ 정기 검진·생활습관 개선으로 가족력 질병 예방
가족력 질병은 생활습관 개선과 검진을 통한 조기 치료로 예방할 수 있고, 발병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전혜진 교수는 “암이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완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직계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40대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55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이 발생한 가족이 있다면 정기검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검진 외에 식생활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
전 교수는 “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은 과식하지 않고 싱겁게 먹기, 절주,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를 위한 규칙적인 신체 활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고 이후 합병증 발생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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