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를 앞두고 ‘환자안전 및 의료질 향상에 관한법률(환자안전법)’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15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법안’ 제정 관련 공청회에서 “(법 제정) 진행은 좋은 데, 단순 정보 교류만 부각되어 있다”며 “이 법에 의해 의료 질 관리가 잘 될까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병원은 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데, 환자안전 관련 정보를 환류한다고 해서 고칠 수가 없고, 고칠 수 없는 것을 병원 책임으로 묻게 되면 피해자를 나무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런 형태의 법을 만들 때, 병원이 의료사고를 내지 않도록 하는 정부 지원책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다”며 “지원책 없으면 중소병원 상황에서는 실효성 없이 병원과 정부간 갈등관계만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환자안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현재 의료사고분쟁조정위원회에서 어떤 부분이 해결되지 않기에 해당 법이 필요한 것이냐”며 “기존 의료법에서 해결 안 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인성의료재단 병원장)은 환자안전법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환자안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규제적 법안 제정보다 현행 제도의 수정·보완으로 의료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주장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에 관한 보고 제도를 운영하지는 않고 있으나 유사보고제도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유해사례 보고제도’와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KONIS(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제도’가 있다. 아울러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도 있다.
◆ “환자안전 측면에서의 정보 수집·분석·환류 시스템 필요”
반면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윤리학과 교수는 환자안전 측면에서의 법 제정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존법에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겠으나, 중재가 목적이었던 법이기 때문에 환자 안전이라는 활동과 다를 수 있다”며 “정보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분석하고 환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안전사고 피해자인 故 정종현군 어머니 김영희씨는 “종현이를 오래 치료했던 전공의가 모든 사실을 얘기해줬기 때문에 진실을 알게 됐다. 내부 보고가 정말 중요하고, (내 사례가) 신호탄이 되어 (병원 환경이) 더 안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환자안전법 제정에 힘쓰는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병원비를 복지부로부터 지원받던 가정이었다. 국가에서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줬지만 안전사고 하나로 모든 게 날아갔다”며 “안전이 보장되면 걱정하는 (법 제정에 따른) 재정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보 보고가 오히려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호소했다.
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지난 2010년 정맥으로 주사되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의료진 실수로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돼 아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종현이 사건)을 계기로 환자안전법을 추진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과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환자안전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이며, 두 법안 모두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병원 내에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외국의 경우 환자안전법이 독립법으로 존재하는 국가는 미국이 있으며, 영국, 일본 등 많은 선진국은 독립법은 없으나 환자 안전사고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조직·기구를 갖추고 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제정안에 따라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안전 교육·보고·학습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2015년에 12억7600만원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총 25억2700만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 이는 추가재정소요가 예상되는 환자안전전담인력에 대한 비용추계를 제외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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