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과연 믿고 먹어도 될까요?
제네릭, 과연 믿고 먹어도 될까요?
[뉴스클립] 제약회사만 260개 … 후진국형 산업 체질부터 개선해야
  • 임도이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4.06 15: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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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제약회사들이 있습니다. 인구 5천만명도 안되는 비좁은 땅덩어리에 완제의약품 기업만 무려 260여개가 난립해 있습니다. 우리보다 인구수가 2배 이상 많고 국토면적도 3.8배나 넓은 일본(50여개)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입니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국민보건이나 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삶과 결코 무관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지금까지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은 20여개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 품목이 수두룩합니다. 복제약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신약을 개발한 것이지요. 여기에는 식약처 허가를 받고 출시 한번 해보지 못하고 허가를 자진 취하한 국산신약도 있습니다. 이것이 후진국형 모델을 이제 막 벗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주소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제약회사들은 대체 무슨 수단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제네릭이라고 부르는 복제약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처방약에도 이런 제네릭이 많습니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물이다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복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제약회사 90% 이상 제네릭 생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제약회사 중 90% 이상이 이런 제네릭을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품목수만 2만여개가 넘습니다. 가히 제네릭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지요.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이 약물과 약효가 동등함을 입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을 거쳐 식약처의 허가를 받는 것들입니다.

그럼 이런 제네릭들의 약효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값싸고 품질까지 좋은 제네릭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엇비슷한 효능의 약물을 오리지널보다 조금 싸게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2007년 1월로 기억됩니다. 제네릭의 약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시중에 출시된 제네릭 5개 품목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오리지널과 약효를 대조하는 생동성시험을 식약청(현 식약처)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식약청으로부터 생동성을 인정받고 출시된 5개 약물 중 3개의 약효가 기준치를 벗어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지요.

의협 제네릭 시험결과 충격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5개 중 1개는 효능이 거의 없고, 다른 1개는 70%의 효능만 보였습니다. 또 다른 1개는 오히려 효능이 과도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물론 의협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겠지요. 그러나 굳이 불신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더욱이 당시 의협이 내놓은 생동성 시험결과는 3억원을 들여 6개월에 걸쳐 공모한 공신력 있는 4개 의료기관에 맡겨 얻은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처음으로 생동성 시험을 구체적으로 실시해 시중 제네릭의 약효를 검증한 것이지요.

이후 제네릭에 대한 약효논란이 거세지자, 식약청은 생동성시험 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신감이 남아있습니다. 행여나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 때문이겠지요. 의사들 역시, 제네릭보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남습니다. 제네릭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처방건수는 크게 줄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제네릭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또 하나는 동일성분의 값싼 제네릭 대신, 고가 오리지널을 처방했을 때 심사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요.

이름만 다른 제네릭, 리베이트 폐단 불가피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리베이트’라는 녀석입니다.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온 리베이트 지급 대상은 대개 의사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처방된 약물은 약사가 조제해 주고 있지만, 그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지급방식과 규모, 형태 등이 바뀌었을 뿐, 리베이트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네릭 천국인 한국과 같은 제약산업의 구조 속에서는 영원히 추방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신약의 특허만료가 무섭게 최고 100개 이상의 제네릭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영세 제약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리베이트’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한국의 제약산업을 후진국형에 머물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제약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그 대안 중 하나가 요즘 떠오르는 개량신약이라는 것입니다.

개량신약이란 안전성, 유효성, 유용성 등에 있어서 이미 허가된 오리지널에 비해 개량되었거나 의약기술에 있어 진보성이 있다고 식약처가 인정한 의약품을 말합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보면 단순 제네릭보다 높은 약값을 인정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연구개발(R&D)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신약개발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지요.

취약한 산업구조 개량신약 개발도 어렵게 해

문제는 국내에 이런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제약회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연매출 2천억 이상인 제약사가 20개도 안될 만큼 취약한 산업구조이다보니, 어렵게 개발 중인 신약도 임상 1상이나 2상 단계에서 글로벌 공룡기업에 넘겨 버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요.

그래서 기업간 인수합병(M&A)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덩치를 키워야 신약개발의 동인이 되는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나 이스라엘의 테바가 세계적 기업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도 지속적인 M&A와 강력한 R&D 투자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본질을 외면하고 여전히 대물림 경영 문화에 익숙해 있는 듯합니다. 선대가 복제약을 팔아 물려준 가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탓이지요. 그 중에는 오히려 다국적 기업의 도매상을 자처하는 듯한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도 겉으로는 R&D 투자를 외칩니다. 이래가지고는 품질 좋은 제네릭은커녕, 글로벌 신약을 언제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해 제네릭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특허만료의약품’이란 새로운 이름을 선정,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이름은 좀처럼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약업계가 지금처럼 제네릭 생산에 집착하는 한,  앞으로도 ‘특허만료의약품’이란 용어는 쉽게 자리잡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등 제약산업에 대한 인위적 체질개선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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