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별도의 진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대만 양밍대학교 의과대학 천-엔 치앙 교수)
뇌졸중 및 출혈 위험이 높은 와파린을 대체할 차세대 항응고제(NOAC)들이 국내 출시된지 1년이 넘었다. 이들 포스트와파린은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 두개 내 출혈 위험 감소를 입증하면서 떠들썩하게 등장했지만, 아직 국내에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최우선적인 치료옵션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험급여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 Focus SPAF’ 심포지엄(22~2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대만 양밍대학교 의과대학 천-엔 치앙 교수의 발표 내용은 한국인 환자와 의사, 보험급여당국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가 와파린으로 치료할 경우 두개내 출혈 및 뇌졸중 위험이 와파린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아시아인에 비해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한국을 방문한 천-엔 치앙 교수를 만나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에 있어 차세대 항응고제의 의미를 들어봤다.
◆ 아시아인, 비아시아인에 비해 뇌졸중 및 두개내 출혈 위험 높아
천-엔 치앙 교수는 아시아인은 비아시아인과 비교했을 때 CHADS₂score(뇌졸중 발생 위험도에 대한 측정 기준)가 비슷한 경우에도 뇌졸중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나며, 와파린 치료시 비아시아인에 비해 두개내 출혈 위험이 2~4배 높게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그는 “CHA₂DS₂-VASc score 2인 아시아 고령 환자 중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8.2배인 반면, 비아시아인의 경우 3.7배”라며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가 와파린 치료 시 두개내 출혈 위험이 와파린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14.86배 늘어났다. 서양인이 2.27배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처방동향을 보면, 비아시아인이 와파린으로 처방 받는 경우는 약 50%인 반면, 아시아인은 15~30%의 환자만이 와파린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는 여전히 높은 뇌졸중 위험과 두개내 출혈 등을 유발하는 와파린 독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 차세대 항응고제, 아시아 환자에 치료 혁신 제공
때문에 차세대 항응고제는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에게 더욱 의미 있는 치료옵션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차세대 항응고제의 가장 큰 장점은 두개내 출혈을 줄여주는 감소폭이 아시아인 환자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와파린 사용 시 두개내 출혈로 인한 사망률이 서구인의 경우 50%라면 아시아인은 60% 정도로 높고, 차세대 항응고제는 이에 대한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그는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들이 차세대 항응고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비아시아인에 비해 휠씬 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 “‘프라닥사150mg’,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약제”
특히 그는 차세대 항응고제 중 ‘프라닥사150mg’을 아시아 환자에 최우선 고려해야 할 약제로 꼽았다.
치앙 교수는 “아시아인 환자 치료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감소 효과와 두개내 출혈 및 주요 출혈 감소의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요소에 대한 우월성 및 안전성을 모두 입증한 ‘프라닥사150mg’ 처방을 가장 우선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RE-LY 연구의 하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프라닥사150mg’은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군(2700여명)에서 와파린 환자군 대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을 55% 감소시켰다. 또 허혈성뇌졸중 및 출혈성뇌졸중 위험성을 각각 45%, 78% 감소시켰다.
그는 “프라닥사 110mg와 150mg 모두에서 주요 출혈, 두개내 출혈 및 전체 출혈 위험이 와파린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며 “특히 150mg은 아시아인에게서 연구의 일차 평가 변수인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감소와 대출혈 감소 효과 모두가 와파린 대비 우월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번째로 고려해볼 약제는 ‘프라닥사110mg’과 ‘엘리퀴스’”라며 “두 약제의 아시아인 연구 결과에서 주요 출혈 및 두개내 출혈을 와파린 대비 우월하게 감소시켜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 별도 가이드라인 필요 … 와파린 설 자리 없다”
치앙 교수는 아시아 환자를 위한 별도의 치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이 가이드라인에서 더 이상 와피린이 설 자리는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치료 가이드라인에 여전히 와파린이 포함돼 있지만 이것은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만약 미국 전문가들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 분석 결과를 면밀히 보고 아시아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면 와파린은 제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얼마 전 아시아태평양 심장부정맥학회에서 심방세동과 관련, 아태 지역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는 회의가 있었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하위분석결과들을 종합하면 아태지역의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와파린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