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로비의혹 사태를 몰고 온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이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장 회장은 "내부적으로 정리할 것이 있는 만큼 이달 말 사퇴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유출된 것에 대해 반대파에 책임을 돌리면서 "그런 행동은 회장인 나를 죽이면서 의료계를 다 죽이는 자살테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착잡하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이견이 노출돼 있는 상태다. 이런 의협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사실은 도덕성불감증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동익 의협 회장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전국 의사협회 시도 대의원 대회에서 "국회의원 3명에게 200만원씩 매달 600만원 주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대상자는 열린 우리당 의원1명, 한나라당 의원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또 "연말정산도 모 의원이 대체법안을 만들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맨 입으로 하는가? 내가 연말정산 때문에 모 의원에게 1000만원을 현찰로도 줬다"며 "카드까지 만들어 의협 총무가 가서 한나라당 보좌관 9명을 완전히 우리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하며 정치권 로비를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장 회장은 복지부까지 로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우리 본부 회장이 골프 접대하고 복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거마비도 집어주고 다 했는데, 그걸 먹고 또 딴소리들 하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고 한다.
장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회비 사용 유용여부를 둘러싸고 대의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것으로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선의의 거짓말"이라며 변명하기 바쁘다.
장회장은 사건이 불거지자 여러가지 변명을 하며 언론사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등 오히려 큰소리 치기도 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누가 지어낸 말도 아니고 직접 해놓은 말을 뒤집는 것도 모자라 언론 탓을 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의협은 우리 사회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자체가 사회 병리현상의 단면이다. 장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자성하고 건강한 의협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