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군대에서 필요한 것은 약사가 아니라 좋은 약제, 의료장비, 의료인력이다
[성명] 군대에서 필요한 것은 약사가 아니라 좋은 약제, 의료장비, 의료인력이다
  • 전국의사총연합
  • admin@hkn24.com
  • 승인 2013.11.01 09:2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국방위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이 발의한 “약사자격증 소지자를 의무 분야 현역 장교나 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하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 전국의사총연합은 군의관, 의무부사관, 의무병으로 근무했던 경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의견서를 드립니다.

김성찬 의원은 법안 발의의 이유로 “무자격자에 의한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내 약사면허 소지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였다“라고 이유를 밝히셨습니다. 한편 감사원에서는 올해 초 다음과 같은 보도 자료를 발표 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군부대 내 약사면허 소지자 부족으로 ‘약사법’을 위반해 의약품을 조제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약사법 제23조 규정에 따라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약 한 달간의 감사원 감사기간 동안 10개 군 병원에서는 약사면허가 없는 약제병이 약제장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2만 2,902건의 의약품을 불법 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감사원 지적 사항만 보면, 우리 군이 엄청난 위법 사항을 저지른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군은 일종의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군 말고도 주로 시골지역의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병의원에서도 의사가 진찰하고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줍니다. 혹시 국방위 국회의원님들 친척 중에서 시골에 사시는 분들은 보건지소에서 진료도 하고 약을 받은 적이 없으신가요? 김성찬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시골 보건지소도 약사법을 위반하고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조제의 불법 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므로, “시골 보건지소에도 약사를 투입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군의관, 의무부사관, 의무병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일선 부대에서는, 군의관과 의무부사관들의 관리 감독 하에 약사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 출신 약제병사들이 약 포장 잘하고, 환자한테 복약지도도 매우 잘 하고 있으며, 환자의 약을 잘못 전달하는 사고 사례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로 군 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약무장교, 약사장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질 좋고 풍족한 약, 장비 그리고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 다른 의료 인력입니다. 약사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현행법상 그냥 약을 판매하는 소매업자입니다. 어떻게 의료인도 아닌 약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를 사관후보생으로 병적에 편입 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가능합니까? 군대에서 왜 약을 판매하는 소매업자가 필요합니까? 혹시라도 국방부에서 제약회사를 만들어서 약을 연구 개발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면 약사들을 약무 장교로 의무 복무 하면 될 것입니다.

본 회는 감사원 지적 사항이 군 의료 현실과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는 개념조차 모르고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김성찬 의원이 발의한 “약사자격증 소지자를 의무 분야 현역 장교나 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하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역시 이런 현실과 원칙을 무시하고 발의한 법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이유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현재 군 약제병 업무는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의원님! 사실 현재 군대에서 약사나 약제병이 하는 일은 “처방전 보고 약 집어서 포장해 주고, 하루 3번 약 드십시오!”라고 “힘차게 복약 지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의원님께서 해군에 계실 때 함대 의무대나 진해 해양의료원 등에서 약사 출신 약제병이 약을 의원님께 드렸습니까? 복약지도는 군의관들이 장병들 치료하면서 다 이야기 합니다. 왜냐면 “복약지도와 환자 진찰은 군의관들이 환자 치료 시 당연히 동반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약제병이 하는 일은 약사 자격증이 없는 대한민국 20대 초반의 남성 누구나 훈련만 잘 받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의원님과 의원님 비서관, 보좌관님들도 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전의 국군 군의학교에서 훈련만 받으면 약제병으로 근무 하실 수 있습니다. 약을 집을 수 있는 두 손과 처방전에 적힌 한글을 읽을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둘째, 한정된 예산으로 군 의료를 개선시킨다면, 정말 필요한 약과 장비를 확충시키고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인력을 확충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약무장교 확충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군 의료에서는 무엇보다 의약품을 보충해주고, 진단과 치료 장비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대에 파스, 진통제, 무좀약이 떨어지면 몇 달 동안 보급이 안 됩니다. 또한 의무인력적인 측면에서 충원을 한다면 야전 대대, 연대에서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장병들에게 응급처치를 해줄 수 있는 응급구조사 충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사단 의무대에서 진단방사선 기계(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기계)를 돌리고 군의관의 오더대로 정확하게 엑스레이를 찍어줄 수 있는 방사선사가 필요합니다. 방사선사 자격증이 없는 병사들이 신체에 위해가 되는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장비를 다루기 때문에 환자의 다친 부위에 맞춰 정확하게 엑스레이를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뼈가 부러지고 근육, 인대 손상을 빈번하게 입는 장병들을 치료하고 빨리 전투력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물리 치료사가 필요하며, 유사시를 대비하여 간호인력 등을 충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사 자격증 소지자를 약무장교로 채용하는 것은 군 의료 서비스 향상과 전혀 상관없고, 전투력 증진과 전혀 상관없는 비생산적인 일입니다! 그럴 예산이 있다면 저희가 설명한대로 야전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을 먼저 해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약사가 없어서 불만이다“라는 민원도 없으며, 현장에서 ”약사 장교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언론에서는 군 의료 문제점을 꼬집고 군 의료에 대한 각종 불만 민원이 국방부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민원과 언론의 지적 중에 “약사 자격증 소지자가 없어서 병사들이 불편하다. 병사들이 약제병으로부터 복약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 한다”라는 민원은 본 회는 들은 바 없습니다.

반면에 의무대 약이 떨어져서 약 처방을 받지 못했다, 엑스레이 장비가 안 좋아서 뼈 부러 진 게 잘 보이지 않았다, 물리치료기가 너무 허술해서 실망했다 이런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부족해서 불편하고, 군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참 여러 번 들었습니다. 최전방 GOP부터 후방 병원까지, KDX3 구축함부터 참수리 고속정까지, 우리 장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약, 더 좋은 앰뷸런스, 더 좋은 장비입니다. 약사나 약무장교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성찬 의원을 비롯한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은 지금 바로 야전 부대와 군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 의무부사관, 의무병, 그리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 의견을 수렴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현재 산적한 우리 군 의료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약사 자격증 소지자의 약무장교 의무 복무”가 어떤 해결책을 줄 수 있을까요?

해군참모총장 출신 김성찬 의원은 60만 장병들의 목숨과 군 전투력보다 “약대가 6년제로 승격 되었으니 예우 차원에서 약사 자격증 소지자를 약무 장교로 의무 복무케 하는 정치논리”를 더 소중히 여기십니까?

본 회의 긴 의견서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며, 마지막으로 예전에 헬스포커스(healthfocus) 라는 신문에 약제병으로 근무했던 민간인 K씨가 약제병과 약사에 대해 인터뷰 한 내용을 첨부합니다. 이 인터뷰를 읽어보시면, “약사 자격증 소지자를 약무장교로 의무 복무케 하는” 김성찬 의원의 법안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약제병으로 근무했던 예비역 병장 K 씨 인터뷰 기사 내용

손의식 기자: 군복무 시절 근무했던 의무부대는 어떤 곳이었나요?

k 씨: 제가 복무하던 해군 의무부대는 진료과만 6~8개 정도가 있었고, 환자는 하루 평균 100여명 정도가 왕래했어요. 다른 의무부대는 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병원이 아닌 단위부대에서 이 정도면 큰 편이라 생각합니다. 환자가 많이 오는 날은 200명이 넘어가는 날도 있었어요. 6~8개 정도의 과에서 초단위로 쏟아지는 처방전들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요.

손의식 기자: 의무부대에서 어떤 업무를 보셨나요?

k 씨: 처방전을 읽은 후 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까지 했습니다.

손의식 기자: 조제나 복약지도를 위한 교육을 따로 받았나요?

k 씨: 후반기 교육 때는 영양제 놓는 법, 처방전 읽는 법, 의약 제품 명칭 등 일반적인 공통지식을 배워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약제병이 아니라 의무병 병과를 받았어요. 해군 의무병은 육군과는 달리 약제병이 따로 분류돼 있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대 배치를 받고 실무를 하기 전까지는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보게 될지 모르죠. 결국, 자대 배치 후 간부와 선임으로부터 전자차트 보내는 방법이나, 약품 분류하는 법, 보관하는 법, 포장하는 법 등에 숙달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교육받았어요.

손의식 기자: 혹시 입대 전 약대에 다니셨거나, 관련 전공과였나요?

k 씨: 아닙니다. 전혀 상관없는 경상 계열이었어요. 제 후임도 경상 계열이었고요.

손의식 기자: 복무 시절 조제건수는 하루 평균 어느 정도였습니까?

k 씨: 하루에 120건 정도 조제했습니다. 아침 9시에 업무를 시작하면 점심시간 전까지 세시간 동안 무려 60장 이상의 처방전이 쏟아졌던 기억이 나네요.

손의식 기자: 당시 받은 교육만으로 조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k씨: 처방전 읽는 법만 제대로 알고 해당 부대에 어떤 약품이 있는 지만 숙지하고 있으면 사고나 실수할 일은 없어요. 약 이름과 성분을 모르는 경우나 알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킴스 온라인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죠. 모든 의무부대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컴퓨터와 포장기기 정도는 구비돼 있어 숙달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손의식 기자: 약화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k 씨: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조제와 복약지도 하는 23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어요. 물론 정신 차리지 않으면 실수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기는 해요. 그러나 어떤 일이든 바쁘고 정신 없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겠죠. 이는 약사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3년 11월 1일

전국의사총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1-10-17 10:22:18
본인 스스로 하루 세 번 힘차게 말하는게 전부다 라고 이야기해놓고는 복약지도를 문제없이 잘 하고있다고? ㅋㅋㅋㅋ 진짜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를 당당하게 하시네요

hans 2013-11-13 13:14:55
전문 약사없이 좋은 약만 있으면 된다는 발상은, 의사 없이 좋은 의료 장비만 있으면 된다는 발상과 다를바 없다. 의사협의 의사여러분 한심스러운 발상을 버리고, 공익을 우선 고려하기 바랍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