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아닌 ‘고객님’…도 넘은 서비스 경쟁
환자 아닌 ‘고객님’…도 넘은 서비스 경쟁
‘스마일 마스크’ 치과의사의 비애
  • 현종오
  • admin@dttoday.com
  • 승인 2013.10.25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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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종오 원장(현치과)
얼마전 한 대기업 간부가 “기내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행기 여승무원들에게 행패를 부린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결국 그 간부는 사직했다지만 그 이후 최근에도 대기업 회장이 공항직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감정노동자‘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분노지수 높아지는 감정노동자

‘감정노동’이란 미국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 ‘통제된 마음’이라는 저서에서 ‘직업상 원래 감정을 숨기고 업무에 맞는 표정과 몸짓을 만들어내는 감정통제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며 처음 등장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각자의 개성을 구성하는 본질까지 바꾸어야 한다고 서술했다. 다른 말로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직장인 중 약 40%가 직무 중 감정노동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요즘은 경쟁과 실적만 강조하는 직장 분위기,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계급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증가 등으로 한국인들의 ‘분노지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묻지마 범죄 등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노가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빈도 높게 표출되고 있다. 속칭 ‘진상’이란 고객들에게도 서비스정신으로 다가가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이러한 고객들의 일상적 분노 표출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처럼 감정노동에 스트레스를 받은 감정노동자들은 대인공포증,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강박증, 홧병 등 다양한 증상과 질병을 앓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신노동과 더불어 감정노동이 포함되어야 하고, 나아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치과의사 감정노동 19위?

이런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에서 의사는, 또 그중 치과의사는 어떤 관심을 받고 있을까? 치과의사가 감정노동자라고 하면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일 테지만 어떤 조사에서 슬프게도 치과의사는 교사나 경찰관보다 높은 19위라는 상위권에 ‘당당히’ 오른 감정노동자 직군이다.

일단 치과진료는 기본적으로 무척이나 무섭고 불편하다.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으로 버티다가 못 참겠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진료 중에도 상당히 예민해진다. 이런 상태의 환자를 다루다 보니 치과의사도 진료 중에 환자의 반응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서로가 고생하다 잘 끝나면 좋으련만 진료 종료 후에도 불편하다는 말이 많고 재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심지어는 환불이나 보상을 요구하는 환자들도 있어 분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절대다수의 치과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험진료와 점점 더 내려가는 비보험진료수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개원비용은 더 커져만 가고 인건비와 재료비, 각종 세금은 계속 인상되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800개가 넘는 치과가 폐업하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 내몰린 치과들은 진료의 질보다 각종 서비스와 친절을 경쟁력으로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비스 경쟁도 도를 넘어 안마의자나 마사지, 심지어는 아침식사나 죽까지 제공하는 병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환자 눈치를 보아야 하니 직원뿐 아니라 의사들까지도 ‘스마일 마스크’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일부 몰지각한 환자들의 도를 넘는 요구에도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 요즘 개원가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시선과 자존심 때문에 어디 가서 힘들다고 속시원히 말하기도 어렵다. 하긴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오늘도 환자가 아닌 고객님들 앞에서 억지로 웃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가슴엔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세상은 언제쯤 알아줄 것인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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