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지수 높아지는 감정노동자
‘감정노동’이란 미국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 ‘통제된 마음’이라는 저서에서 ‘직업상 원래 감정을 숨기고 업무에 맞는 표정과 몸짓을 만들어내는 감정통제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며 처음 등장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각자의 개성을 구성하는 본질까지 바꾸어야 한다고 서술했다. 다른 말로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직장인 중 약 40%가 직무 중 감정노동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요즘은 경쟁과 실적만 강조하는 직장 분위기,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계급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증가 등으로 한국인들의 ‘분노지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신노동과 더불어 감정노동이 포함되어야 하고, 나아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치과의사 감정노동 19위?
이런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에서 의사는, 또 그중 치과의사는 어떤 관심을 받고 있을까? 치과의사가 감정노동자라고 하면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일 테지만 어떤 조사에서 슬프게도 치과의사는 교사나 경찰관보다 높은 19위라는 상위권에 ‘당당히’ 오른 감정노동자 직군이다.
현재 절대다수의 치과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험진료와 점점 더 내려가는 비보험진료수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개원비용은 더 커져만 가고 인건비와 재료비, 각종 세금은 계속 인상되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800개가 넘는 치과가 폐업하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 내몰린 치과들은 진료의 질보다 각종 서비스와 친절을 경쟁력으로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비스 경쟁도 도를 넘어 안마의자나 마사지, 심지어는 아침식사나 죽까지 제공하는 병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환자 눈치를 보아야 하니 직원뿐 아니라 의사들까지도 ‘스마일 마스크’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일부 몰지각한 환자들의 도를 넘는 요구에도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 요즘 개원가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시선과 자존심 때문에 어디 가서 힘들다고 속시원히 말하기도 어렵다. 하긴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오늘도 환자가 아닌 고객님들 앞에서 억지로 웃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가슴엔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세상은 언제쯤 알아줄 것인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